[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지난해 주춤했던 지방광역시 부동산 시장이 코로나19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청약시장에서는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이달 들어 부산 등 일부 광역시의 고가아파트는 양도세 이슈 등이 겹치면서 급격한 가격 하락을 보였다. 이를두고 전문가들은 시장 경직으로 인한 수요위축이 오히려 분양 시장의 활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코로나19도 물리친 날개단 부산 청약시장


코로나19로 인해 분양 일정이 대거 이연되면서 공급이 줄어든 데 반해 청약 수요는 여전히 유지되면서 올해 1분기 청약 경쟁률이 큰폭으로 상승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이 바라보는 시선이다. 리얼투데이 등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의 1순위 경쟁률은 44.83대 1이었다. 이는 최근 5년 새 청약경쟁률 중에서는 지난 2월의 45.61대 1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은 청약경쟁률이다.

특히 수도권은 물론이고 지방 광역시의 청약 시장 역시 전국의 평균 청약률을 상승시키는 데 일조했다. 1분기 지방 광역시 공급물량인 3095가구 중 대다수인 3026가구가 몰린 대구와 부산 역시 4월에 들어서도 청약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부산 북구 덕천동에서 분양한 ‘포레나 부산 덕천’은 지난 달 11일 1순위 청약에서 평균 88.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달 부산 남구에서 분양을 진행한 ‘빌리브 센트로’ 역시 평균 3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규제해제 약발 끝, 해운대구 ‘날개 없는 추락’


▲ 부산시, 해운대구, 수영구, 동래구의 월별 아파트 거래량 추이. 출처=한국감정원

4월 지방 광역시의 분양 시장이 활기를 띈 것과 달리, 기존 아파트 시장은 침체의 여파가 점차 번져나가고 있다. 특히 양도세 과세 등의 영향으로 일부 광역시의 고가 아파트들은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부산시의 경우 고가아파트가 많은 해운대구 등을 중심으로 실거래가와 호가가 하락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와 수영구, 동래구는 지난해 11월 조정대상지역 해제로 고가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매매가격 등이 급등한 바 있다.

실제로 해운대구 우동의 ‘마린시티자이’는 전용면적 80㎡의 분양권 가격이 조정지역 대상에서 해제된 직후인 지난해 12월 10억7668만원에 거래되면서 한 달새 2억원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 같은 상승세가 대폭 꺾였다는 것이 현지 업자들의 주장이다. 우동에 위치한 ‘해운대 두산위브 더제니스’는 지난해 12월 9일 전용면적 204㎡(70층)가 21억4500만원에 실거래 계약이 이루어졌지만, 이달 7일에는 같은 평형 75층이 16억4280만원에 거래되면서 5억원 이상 실거래가가 떨어졌다. 대형 평형대일수록 실거래가 하락폭은 더 크게 나타났다. 같은 아파트 74층에 위치한 전용면적 222㎡ 매물은 지난달 10일 25억1827만원에 거래되면서 지난해 9월 실거래가보다 12억원 이상 하락했다.

해운대구와 수영구, 동래구의 전체 아파트 거래량도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부산시 전체의 아파트 거래량은 1만6419가구에서 올해 3월 8762가구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해운대구 역시 같은 기간 2262가구에서 908가구로, 동래구는 1362가구에서 469가구로, 수영구는 1240가구에서 475가구로 대폭 줄었다.

해운대구 우동의 중개 업자들은 조정지역해제로 인한 ‘반짝 상승’ 효과의 둔화세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린시티 내 한 업자는 “해운대구 등의 경우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폭이 더 컸지만, 현재는 하락폭 역시 더 크다”라면서 “조정지역 해제로 인한 효과가 반감되면서 거래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 부산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 일대 전경. 출처=네이버 거리뷰

우동의 다른 중개업자는 조정지역 해제 둔화 효과와 함께 중과세 이슈 역시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거래가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업자는 “조정지역 해제로 인한 상승 동력이 코로나19로 인해 감소했고, 양도세 과세 회피를 위해 다주택자들이 지방의 매물을 먼저 내놓으면서 호가 등이 하락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위축된 광역시 부동산 시장이 오히려 분양시장에 대한 수요를 이끄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권일 부동산 인포 팀장은 일반 아파트 시장 특히 고가 아파트 시장과 분양 시장은 상이한 시장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일 팀장은 “대전을 제외한 부산 등의 지방 광역시 시장이 주춤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재고 아파트 입주 아파트 중심으로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면서도 고가 아파트 하락 등은 단기 이슈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 고가 아파트 시장의 경우 양도세 이슈 등으로 6월 이전 정리 매물이 나와 지방을 중심으로 나오는 경향이 있다. 다만 하락장이 장기간 벌어지긴 힘들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권 팀장은 이어서 “광역시 시장 위축으로 인해 비교적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되는 분양시장에 대한 선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방 광역시의 분양 공급이 2분기에 늘어나겠지만 분양시장은 계속해서 활황이 지속될 것이다. 광역시 분양시장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