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출, 62×45㎝ 수묵담채

낯익은 풍경 앞에 선다. 흔한 남녘의 산야, 붉은 황토를 배경으로 짙푸른 잡풀들 간간이 섞여있는 키 낮은 언덕을 근거 삼아, 휘인 허리뼈 그대로 강건한 소나무들 흐린 하늘을 받들고 서있는, 해남이나 무안 또는 영암 어디쯤의 적막하면서 든든한 들녘을 본다. 그리하여 과문함을 무릅쓰고 곁에 있는 이에게 한 마디 건네자면, 그렇다.

▲ 호반, 62×45㎝

숨겨진 산, 은산(隱山)이라는 호를 가진 젊은 화가인 강금복의 그림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어디에, 언제, 어떻게, 또는 그 누구에게 내놓든 결국 남녘의 풍경 그대로라고 말이다. 이 단순한 재현의 구도 속에 그의 모습이 있다. 무망한 안개와 구름, 그리고 기묘한 바위 틈틈이 멋진 소나무들을 그려 넣는 잘 수련된 머리와 손끝을 멀리하고, 오직 발품을 팔아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육화된 남도의 풍경을 재현해내는 그의 우직함 속에 색과 공과 시를 초월해내는 그의 미학이 있다.

▲ 환한 소식2, 68×68㎝

하지만 어찌 하나의 예술텍스트로 채용된 자연풍경이 그 모습 그대로일 수 있겠는가. 그가 그토록 사랑해마지 않는 남녘의 자연풍경과 예술텍스트로서의 풍경이 갖는 탄탄한 긴장 속에 정직한 화가로서 존재코자 하는 그는, 따라서 지역에서 다양한 예술운동가의 면모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삶은 예술로, 예술은 삶으로 삼투하는 건강한 21세기형 예술가의 한 전범을 그는 보이고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 겨울날-소풍, 62×42㎝

하지만 그렇다. 그림을 그리네, 예술을 하네, 하는 그럴싸한 폼들을 잡지만 그 본색이야 사회적 경제적 권력의 틈새에서, 예술적인 상징권력의 취득을 통한 개인 욕망의 충족 정도로 만족하는 여타 화가들의 그것이 아닌 바에야. 그는(한국화가 강금복,강금복 작가,KANG KUM BOK,은산 강금복,Eunsan KANG KUM BOK,隱山 姜錦福) 더 좀 치열해져야 할 것이다.

▲ 송(松)-적토, 62×45㎝

온갖 혼탁한 예술적 공모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어지러운 추상이나 단순무지한 관념 산수의 반복이라는 미학적 아노미 속에서, 현재 자신의 삶의 풍경을 근간으로 자신의 미적 세계를 조직해나가는 참다운 '존재미학'의 추구를 위하여는, 좀 더 면밀한 객관적 시선의 확보와 항상 식지 않는 주관적 열정을 스스로 내면화시키고자 치열한 노력을 경주해야할 것이다. △글=박관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