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니_사랑밖에 난 몰라 38×21×50㎝ 목조, 2017

애성 (哀性)_사랑밖에 난 몰라

듣는 것. 슬픔을 듣는다. 내 안의 슬픔을 듣는다.

사랑하는 이의 애틋함도 한 철이요 정만 남는다.

내 살처럼 품었던 자식도 때가 되니 길을 떠난다.

살아가는 뒷이야기를 나누며 위안 받던 친구도

정류장처럼 시간과 공간이 교차해 빈자리이다.

머물게 하려고 애쓰며 살았다. 만나는 줄 알았는데 잡고 있더라.

그래도 여전히 그런 줄 알지만, 사랑하고 싶다.

언제든 문 두드리면 쉴 수 있는 자리를 내어주고 싶다.

빛바랜 기억은 상처가 아니라 추억이다.

애성을 듣는다. 그리고 안아준다. 사랑한다.

▲ (왼쪽)새를 얹고 새를 기다린다, 26×17×50㎝, 합성수지 (오른쪽)심퉁이_나무아래 새를 기다리다, 25x21x61㎝, 철조,혼합재료

애성(哀性)시리즈는 내가 살아오면서 연인과 자식, 친구 등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한 시간들에 대한 작업이다. 사랑에 대한 아픔을 담은 사랑니-사랑밖에 난 몰라, 진정한 사랑을 찾아 해매였지만 결국 그 사랑이 이미 내 옆에 있었다는 고백_ 새를 얹고 새를 기다린다.

▲ 애성_슬픔을 듣는다, 19×18×25㎝, 브론즈

그리고 ‘애성_슬픔을 듣는다’는 내 안의 슬픔을 듣고 나를 안아주는 자화상이다. 영화 핸섬 슈트(Handsome Suit)는 마음은 너무나 착하지만 심하게 못생긴 남자 주인공이 마법의 슈트를 입고 굉장한 미남으로 변신하여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은 일본 영화(2008)이다. 이 영화를 보고 만든 작품이다.

▲ (왼쪽)Handsome Suit, 32.5×24×56㎝(each), 테라코타 (오른쪽)Handsome Suit콘트라포스토.32.5×24×56㎝.테라코타

너무 못생겼다고 느껴질 때, 세상을 살면서 불균형한 모순 속에서 우울할 때 내가 만든 핸섬 슈트를 입고 행복해지고 싶었다. 애성은 나의 슬픔을 들어주는 치유의 작품이기도 하지만 슬픔 인형처럼 다른 이의 슬픔을 안아주는 공감이다. 우리 모두 비슷한 고민과 아픔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질량 보존의 법칙처럼….

<김경원(SCULPTOR KIM GYUNG WON, ARTIST KIM GYUNG WON,김경원 작가, 조각가 김경원)작가노트 中, 2017년 12월12~2018년 1월11일, 갤러리1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