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가 23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매출은 1조7321억원, 영업이익은 2215억원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의 여파로 광고 매출은 줄었으나 비대면 트렌드 확산에 따른 이커머스 매출은 올라가는 추세를 보여 눈길을 끈다.

실제로 광고 매출은 1440억원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16.2% 감소했다. 그러나 비즈니스 플랫폼 매출은 온라인 쇼핑 수요 확대와 함께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이 전년동기 대비 56% 성장하는 등 쇼핑 관련 매출의 견고한 성장에 힘입어 7497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12.0%, 전분기 대비 0.4% 증가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향후 비대면 라이브 커머스 분야를 강화할 것”이라면서 “스마트스토어는 1월 실사용자 수 800만명 내외를 유지하며 소폭 성장세를 보였으나 구매자 수는 2월 900만명에서 3월 1000만명까지 확대됐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이커머스 전략이 탄력을 받는 가운데, 누가 시장의 최강자가 될 것인가를 두고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는 다양한 사업자들이 충돌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커머스 외 주변부의 파생 시너지를 가진 네이버의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 출처=네이버

네이버 이커머스의 퍼즐, 맞춰지다

네이버의 이커머스 전략은 전형적인 관문 로드맵으로 가동된 바 있다. 사업자가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 방식이 아니라 네이버가 사업자에게 플랫폼을 제공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네이버는 자사 플랫폼이 오픈마켓이나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불리는 것보다 ‘플랫폼 위 플랫폼, 관문 위 관문’으로 불리는 것을 원한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경계는 흐릿해지고 있다. 네이버가 소상공인과 함께 힘을 합치는 한편 다양한 B2C 플랫폼을 속속 출시해 셀러들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사례가 스마트스토어다. 사실상 오픈마켓 전략으로 봐도 무방한 가운데 최근에는 브랜드스토어까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모바일 홈화면 개편을 통해서도 이커머스 전략을 적극 가동하는 한편, 인플루언서까지 아우르는 셀럽 마케팅 지원도 가동하는 중이다. 

쉽게 말하면 이커머스의 모든 형태, 즉 일반적인 오픈마켓부터 SNS를 기반으로 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나아가 블랭크 코퍼레이션의 주력인 미디어 커머스까지 아우르는 파괴적인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네이버 플러스라는 상표가 특허청에 출원되는 등 장기적인 관점으로는 멤버십 전략까지 가동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특유의 막강한 검색 경쟁력을 살린다면, 네이버가 이커머스 시장의 강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더욱 무게가 실린다.

문제는 배송이다. 네이버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모든 것을 사실상 대부분 확보했으나 자체 배송망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된 경쟁력 측면에서는 약점을 보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직매입까지 동원하는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강자들이 로켓배송 등 다양한 전략을 추구하며 고객의 호평을 끌어내는 상황에서, 이는 네이버에게 넘어야 할 산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네이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3월 위킵, 신상마켓, 두손컴퍼니 등 물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한편 다양한 배송 물류 시스템 경쟁력 강화에 나선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풀필먼트 전략이 가동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네이버가 자사 플랫폼에 입점한 셀러와 이미 풀필먼트 인프라를 가진 사업자를 연결할 것이라는 논리다.

그 연장선에서 CJ대한통운과의 협력이 눈길을 끈다. 19일 LG생활건강과 풀필먼트 계약을 맺고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서 판매되는 LG생활건강의 상품을 고객에게 24시간 내 배송해주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하면 기존보다 훨씬 늦은 밤 12시까지 주문해도 다음날 받아볼 수 있다. 특히 CJ대한통운은 허브터미널 외에도 전국 170여개의 지역 터미널까지 자동화를 완료, 택배 전 과정 자동분류를 구현해 택배기사의 배송출발이 이르면 오전 10시 정도로 빠르다. 늦어도 24시간 내 대부분 배송을 완료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곤지암 메가허브는 3개 층의 대규모 풀필먼트 센터를 갖추고 있어 확장성이 풍부해 입점업체의 대규모 할인행사로 인한 물량급증에도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네이버가 CJ대한통운 풀필먼트와 만나며 ‘배송 경쟁력 강화’라는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순간이다.

▲ 출처=CJ대한통운

최강자의 자리로?

네이버 이커머스 전략은 네이버 파이낸셜을 중심으로 결제 등 금융 인프라가 뭉쳐지고, 이커머스의 모든 방식을 아우르는 복합적인 로드맵에 마지막 남은 물류 경쟁력이 더해지는 그림으로 완성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강력한 검색 인프라가 있다. 포털 네이버의 강력한 검색 인프라를 통해 소비자와 셀러의 간격을 크게 좁히는 한편, 이 과정에서 멤버십 전략까지 장기적으로 가동되면 상당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소비자학회 및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한 ‘파괴적 커머스 시대, 우리의 대응과 미래 경쟁력 컨퍼런스’가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지난 2월 열린 가운데 김연희 BCG 대표는 “기존 이커머스 강자들은 강력한 검색 인프라를 가지고 방대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한 상태에서 초저가, 극단적 편의성을 보장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네이버가 검색을 장악한 상태에서 방대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했고 초저가와 극단적 편의성을 가지고 있다. 이미 네이버가 시장을 평정했으며 이는 검색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기존 사업자들의 패착”이라고 주장했다.

▲ 사진=최진홍 기자

물론 네이버 이커머스 전략의 앞날에 마냥 장밋빛 전망만 흐르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숙제인 배송 경쟁력까지 휘어잡았으나 경쟁자들의 존재감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경쟁자는 쿠팡이다. 지난해 적자 규모를 크게 줄인 상태에서 추가 투자를 통해 몸집을 불리는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거래액 기준으로 국내 1위 오픈마켓 업체인 이베이코리아는 매각설에 시달리면서도 꾸준한 흑자 기조를 보이며 탄탄한 입지를 자랑하는 중이다. 여기에 조금씩 흑자폭을 넓히는 11번가,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는 티몬도 한 칼이 있다는 평가다.

구글쇼핑도 돌발변수다. 조만간 무료로 진행되는 구글쇼핑이 국내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와 관련되어 시장의 상황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 한성숙 대표. 출처=네이버

누가 아마존이 될 것인가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대부분 미국의 아마존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물론 완벽한 아마존 모델은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방법론은 비슷해도 아마존 특유의 풀필먼트 전략까지 수직계열화 방식으로 소화하는 규모를 가진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쿠팡, 그리고 네이버의 양강구도가 만들어지며 프로토 타입에 가까운 아마존 청사진은 그려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현 상황에서는 네이버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사실 많은 이커머스 기업들은 아마존 모델을 추종하면서, 아마존 제국의 건설을 두고 이커머스의 영역에서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존의 본류는 이커머스며 그 자체가 핵심인 것은 맞다. 그러나 아마존을 이커머스 기업으로만 평가하면 그 기록적인 성장의 흐름을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라는 콘텐츠 서비스를 가지고 있으며 AWS라는 글로벌 시장 1위 클라우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나아가 인공지능 알렉사를 바탕으로 초연결 사회의 기술기업 플랫폼으로 활동하는 중이다. 이러한 경쟁력이 본류인 이커머스와 만나 강력한 시너지를 내고 고객에 대한 혜택, 나아가 가두리 양식장이 된 셈이다.

이러한 시각으로 아마존의 성공 방정식을 이해한다면, 출발이 이커머스가 아닌 네이버가 오히려 아마존 제국의 현재와 비슷한 프로토 타입에 가깝다. 네이버는 웹툰 및 비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를 가지고 있으며 최근 보험업계에 최초로 진출한 NBP라는 클라우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나아가 인공지능 클로바를 바탕으로 초연결 사회의 기술기업 플랫폼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쟁력이 본류인 검색을 바탕으로 이커머스와 만나 강력한 시너지를 내고 고객에 대한 혜택, 나아가 가두리 양식장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