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편의점은 유행에 민감하고 빠르게 적응하는 유통업태 중 하나다. 일상생활과 접점이 많은 만큼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 중이며 최근에는 배달 인프라, ITC 기술 협력을 통해 새로운 유통환경 변화에 발맞춰 나가는 중이다.

편의점은 리테일테크의 가장 큰 수혜를 받는 업종이기도 하다. 무인화 매장, 간편 배송, 지정상품 입고제도는 이미 일반화됐고 이를 돕는 스타트업도 속속 등장했다. 시류의 변화에 맞춰 슈퍼마켓은 이미 소매유통이 아닌 ‘생활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 이마트24의 언택트 매장. 사진=이코노믹리뷰 DB

편의점, 리테일테크·IT 만나 ‘내부 혁신’중

먹거리·생필품 판매에 그치던 편의점이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항공권 판매를 시작하며 그들의 유통 영역은 여행업으로 확대됐고, 올해에는 가상통화(전자화폐) 대금 결제, 무통장 송금 등 금융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24시간 배달, 1인 가구용 임대 창고(셀프 스토리지) 기능도 편의점이 담았다.

이 같은 영역 확장은 ITC와의 결합으로 주문·결제 방식이 전산화된 결과로 본다. 이 결과 공산품, 식품류에서 시작한 유통 품목은 택배, 배달 등 생활 밀접형 서비스 강화를 가능케 했다. 이후에는 금융, 온·오프라인 연계 등 다양한 방면으로 이어질 것이 예상된다.

인상적인 점은 ‘출혈경쟁’식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유통법에 의해 신규 점포 출점에 한계를 맞았고 이에 한정된 공간, 늘어나는 인건비, 수익성 부담을 해소할 만한 서비스 찾기 경쟁이 치열해졌다. 신규 사업자(이마트24)가 등장하면서 대리점 옥죄기 같은 형태의 영업은 이뤄질 수 없는 구조가 됐다. 기존의 틀 안에서 혁신을 시도하려는 노력이다.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가장 먼저 ‘언택트’ 마케팅을 시도한 업태이기도 하다. 서비스 방법을 바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소개하면서 매장 고정비 절감, 운영시간 증대 등 다양한 이점을 갖는다.

이에 주요 편의점들은 무인점포 또는 스마트(하이브리드)점포 늘리기에 나섰다. 지난 3월 기준 국내에 조성된 편의점 빅4의 언택트 매장은 ▲CU 100곳 ▲이마트24 94곳 ▲GS25 31곳 ▲세븐일레븐 19곳 등 234개에 이른다. 대부분의 매장은 주간에는 유인(有人), 야간에는 무인(無人)으로 병행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편의점 빅2 GS25·CU “차별화 추구”

과거의 편의점이 단순히 간식용 식품류와 생필품을 판매하는 점포였다면 지금의 편의점은 HMR(도시락, 가정간편식), 금융, 배달, 즉석식품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외적 성장에 한계를 맞은 GS25, CU등 업계 1~2위 업체들의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가장 많은 변화를 보여준 편의점은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브랜드 CU다.

▲ CU마타주 서비스.사진=GS리테일

CU는 지난해 편의점 업계 최초로 배달 서비스를 도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24시간 배달 서비스’도 시작했다. 배달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매장은 1분기 기준 50여 곳이며, 테스트 서비스 이후 전국 5000여 점포에서 이 서비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지난 4월 6일에는 짐 보관 서비스 ‘마타주 셀프 접수’를 개시했다. 마타주 셀프 접수는 가정 또는 사무실의 물건을 외부 지역 창고에 보관해 주는 ‘임대창고(셀프 스토리지)’ 개념의 상품이다. CU 매장에서는 의류, 침구류 등 계절성 아이템을 접수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상품들도 많다. 업계 최초로 ‘네이버 간편주문’을 통해 물품을 주문할 수 있도록 했고, 전산 시스템 개편을 통해 ▲오드리세탁 서비스 ▲홈택배&CU끼리 택배 ▲무인복합기 ▲가상화폐 결제 ▲무통장 송금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 GS25의 냉장·상온 픽업함 'BOX25'.사진=GS리테일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 역시 다양한 차별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GS25는 지난달 30일 업계 최초로 냉장 택배 픽업 보관 서비스 ‘BOX25’를 선보였다.

BOX25는 고객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냉장 신선 식품을 구매하고 픽업 장소를 GS25 점포로 선택하면 원하는 시간에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다. 온라인 유통업체의 배송 물품을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보관해주는 서비스는 있었지만 냉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GS25가 최초다.

GS25는 연내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800여 점포까지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며, GS리테일의 온라인 장보기몰 GS프레시를 비롯한 다수의 온라인 쇼핑몰과의 서비스 제휴도 늘린다.

지난 3월에는 반려동물 보험 상품을 편의점에서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해상과 손잡고 출시한 ‘무배당 하이펫 애견보험’은 배상책임 보장, 장례비 보장이 특화된 상품이다.

최근에는 삼성증권, NH투자증권의 금융 서비스를 GS25 편의점 ATM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GS25 ATM의 무(無)수수료 현금 인출 금융사는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9곳으로 늘었다.

이외에도 매트리스, 주방후드, 식기세척기, 안마의자, 공조기 등을 관리하는 가정케어 구독서비스(홈케어서비스), 꽃구독 서비스, 차량렌트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한 공간에서 구매할 수 있다.

편의점의 변화는 실적으로도 나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편의점 판매액은 2014년 12조7000억원에서 2018년 24조4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4.1% 성장한 매출을 보이며 선방했다. 역성장 이력을 보인 대형마트와 대조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의 특성상 점포의 입지가 가장 중요한데, 편의점 업계는 좋은 입지를 이미 확보한 상태에서 출점 제한, 최저임금 인상 등 여러 이슈가 더해지면서 편의점 업계의 경쟁은 보다 치열해 지고, 이에 업체들은 외형 성장과 서비스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제품 판매 가격이 비슷비슷한 소매업의 특성상 업체들은 저가 출혈경쟁이 아니라 한 매장이 소화할 수 있는 서비스 품목을 늘리는 데 전력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입지산업의 특성, 인건비 부담 심화라는 특징을 갖는 편의점들은 사업 특성상 규모의 경제, 바잉파워를 갖기 어려운 구조”라며 “이에 각 업체들은 제한된 공간, 투자자금의 환경 속에서 외형 성장과 서비스 강화를 동시에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