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우리나라 의약품 안전을 책임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뒷북을 자주 친다고 해서 ‘뒷북처’라는 지적을 받는다. 문제가 터지면 제품 판매 중지나 사용 자제 권고 등 뒤늦은 대응으로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이다.

최근 메디톡스의 무허가 원액 사용 사건에서도 식약처의 뒷북 대응은 여전했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17일 일명 ‘보톡스’로 알려진 주름 개선 치료제 ‘메디톡신주’의 제조·판매·사용을 잠정 중지시키고 품목허가를 취소하는 행정처분 절차에 착수했다. 개발업체 메디톡스가 과거 메디톡신 생산 과정에서 무허가 원액을 사용하고 약효 정보를 조작했다는 이유에서다. 사실이라면 지탄받아 마땅한 사안이다.

메디톡스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이번 식약처의 명령은 오래전에 일어난 메디톡신주 생산 과정상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메디톡스에 따르면 문제가 된 제품은 2012년 12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생산됐으며, 이미 모두 소진된 상태다. 현재 유통 가능한 메디톡신주는 2017년 4월 이후 제조된 제품으로 식약처의 유통 제품 수거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아 안전성 및 유효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메디톡스는 지난 4월 19일 대전지방법원에 식약처의 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및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메디톡스의 반발과 상관없이 식약처의 판단은 어디까지나 메디톡신주의 시험 성적서가 조작됐다는 검찰 수사에 근거한다. 물론 식약처가 지난해 공익신고로 제보된 조작 의혹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덕분에 사건이 공론화됐다는 점은 인정받을 만하다. 다만 검찰 수사나 공익신고가 없었다면 식약처는 이번 의혹을 영영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라는 의심마저 지우긴 어렵다.

이번 사건은 근본적으로 식약처의 허가업무 역량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여전히 자료조작 등 제도적 허점을 뚫고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특히 식약처는 지난해 뒤바뀐 성분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인보사’ 사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인보사는 세계 첫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주목을 받았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과정에서 핵심 성분을 속인 허위 자료를 제출한 것이 드러나 지난해 5월 허가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개발회사가 허위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시판 허가를 내줬다는 점에서 식약처를 향한 비난여론이 적지 않았다. 인보사 사태가 현재 진행 중인 가운데 메디톡신 공방까지 불거지면서 식약처의 책임은 더욱 커지게 됐다.

식약처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양새다. 자료조작 등으로 허가·승인을 받아 경제적 이익을 얻은 기업에 대해 징벌적 과징금과 행정처분 양형을 상향하고, 일정 기간 허가신청 등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약사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계획을 토대로 식약처가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사전에 포착하고 빠르게 해결하는 수준 높은 대응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직은 믿음직스럽지 못한 점도 있지만 핵심 기관인 식약처를 배제한 채 국내 의약품 안전 관리를 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거듭되는 사태 속에서 식약처도 적지 않은 교훈을 얻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는 ‘뒷북처’라는 불명예를 벗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