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한진중공업 영동 조선소에서 열린 해군의 200톤급 신형 고속정(PKMR) 4척의 진수식 모습. 출처=방위사업청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자본잠식 사태로 채권단 관리에 놓였던 한진중공업의 매각이 연내 추진될 예정이다. 매각이 추진되면 2016년 한진중공업이 유동성위기로 자율협약을 신청한 후 4년 여만에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셈이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진증공업은 전날 공시를 통해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주주협의회가 보유한 출자전환주식에 대해 공동매각(M&A)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대상 주식은 국내 주주협의회·필리핀 은행들이 보유 중인 보통주 총 6949만3949주(합계 지분율 83.45%)로, 구체적인 매각 수량은 추후 확정될 예정이다. 매각 방식은 경쟁 입찰로 연내 매각이 목표다. 

채권단의 매각은 지금이 한진중공업을 매각하기 가장 적합한 시기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 1조6095억원, 영업이익 770억원, 순이익 -736억원을 각각 거뒀다. 영업이익은 전년 -660억원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순이익도 -9634억원에서 적자폭을 크게 줄였다. 매출액은 전년 1조7509억원에서 8% 감소한 실적을 내놨다.

한진중공업의 호실적은 조선과 건설부문 등 전 분야에서 고른 성과를 냈기에 가능했다. 특히, 조선부문 영업이익은 -182억원으로 1년 전 -1707억원에서 9배 넘게 개선됐다. 한진중공업은 특수선 분야에서 탄탄한 입지를 갖추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한진중공업은 차기고속정을 비롯해 다목적 대형방제선 등 특수선 분야의 선전으로 수주목표 150%를 달성하는 성과도 냈다. 수주잔량도 3년치 정도로 일감도 충분하다. 

이와 함께 해외법인 필리핀 수빅조선소의 부실 정리, 인천 북항부지·동서울터미널 등 자산 매각도 경영정상화의 토대를 마련했다. 

앞서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2월 자회사인 필리핀 해외현지법인인 수빅조선사가의 부실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이후 채권단과 필리핀 채권단이 6874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출자전환했다.

이후 지난해 5월 10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끝나면서 최대 주주는 한진중공업홀딩스에서 산업은행으로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30년간 한진중공업 사주로 있던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은 한진중공업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현재 주요 채권단은 16.14%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산은과 우리은행(10.84%), 농협은행(10.14%), 하나은행(8.90%), 국민은행(7.09%), 수출입은행(6.86%) 순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성동조선해양에 이어 한진중공업 매각이 추진되면서 국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중형 조선사들에 대한 매각 등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성동조선해양은 4차례에 걸친 매각 시도 끝에 가까스로 지난달 매각이 마무리됐다. 수출입은행이 최대주주로 있는 대선조선 역시 다음달 매각이 재추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