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4월15일 국회의원 선거는 180석이라는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이에 따라 문재인정부는 강한 자신감으로 정책을 추진할 힘을 얻었다 볼 수 있다. 다시말하면 현재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여당의 압승으로 부동산 규제 완화는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강남과 여의도 아파트들의 리모델링 수요가 늘었다고 한다. 당분간 부동산 정책의 변화는 없을테니 장기전을 대비해서 집수리를 한다는 것이 그 이유.

매몰비용(sunk cost)라는 것이 있다. 한 번 지불되고 난 뒤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가리키는데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서 리모델링,집수리 비용이 매몰비용이라 할 수 있다. 어차피 집을 다 허물고 새로 짓는데 지금 집에 돈을 들인다해도 새로운 아파트의 값을 올리는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이러한 비용이 실제로 지출되어 실내장식이 이루어진 뒤에 그것을 어떤 형태로든 회수 또는 원상복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그 부분에 대한 기회비용은 0이 된다” 경제학원론 P.192 (조성환.곽태원.김준원 공저)

여의도와 강남의 아파트 단지 소유주들 역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중에 재건축하게 되면 지금 돈을 들여 실내장식하는 것은 전혀 보상받을 수 없다는 점과 향후 새 아파트 지어졌을 때 분양가.시세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점은 분명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집을 리모델링한다는 것은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장기전에 대비한다는 것. 즉 재건축 사업이 당분간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으로 봐야 한다.합리적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매몰비용의 함정이라는 것이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러하다.

매몰비용의 함정이란 지금까지 들인 비용이 아까워 오히려 경제적이지 못한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데이트 비용이 아까워 헤어질 수 없다는 연인에서부터 막대한 투자비가 아까워 운행할수록 손해인 콩코드 여객기를 운항했던 항공사까지 모두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진 사례라 할 수 있는데, 여의도와 강남에서 리모델링했던 소유주들도 이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을까 예상된다.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조합을 설립할 때 [리모델링 한 비용이 아까우니 재건축은 천천히 해도 상관없다]는 소유주들이 있을수도 있다. 특히 여의도의 경우 소유주들이 실거주를 겸하고 있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조합 설립이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은데 리모델링까지 하게 되면 재건축 사업의 진행이 더욱 느려질 수도 있다.

합리적으로 접근한다면 재건축 사업의 진행을 서두르고 조합의 결성과 업무진행에 협조하는 것이 여의도, 강남 재건축 예정 단지 소유주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지만 리모델링 비용 때문에 합리적 의사결정이 방해받을 수 있다. 물론 이익의 크기를 비교할 때 사업진행의 이익이 절대적으로 크다면 매몰비용은 쉽게 포기될 수 있을 것임은 물론이다. 몇 억원이 생기는데 몇 천만원이 방해되지는 않을테니까.

예상컨대, 여의도와 강남의 재건축은 지금 새로 리모델링한 집이 다시 낡은 집으로 될 때까지 재건축을 시작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혹시라도 다음 정권이 지금의 야당에게 돌아간다해도 단번에 정책기조를 바꿀 수 없을뿐 아니라 [역시 부자편]이라는 비판을 받고 싶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강남,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소유주들은 매몰비용에 정책까지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 고민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격도 하락하는 추세이니 고민은 더 깊어질 것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