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당부 요청에도 나들이를 떠난 아키에 여사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지난달 단체 투어 프로그램에 참석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일본 정부에서 나들이 자제를 당부하던 시점이라서 부주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4월 16일에 보도된 주간지 슈칸분슌의 상황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아키에 여사가 3월 15일 단체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해 오이타현 우사신궁을 참배했다는 것이다. 해당 투어의 참가자는 약 50명. 주최측 관계자는 아키에 여사 쪽이 먼저 전화를 걸어와 “코로나 때문에 일정이 전부 없어져 어디론가 가고자 한다”고 문의했다는 것이다. 주최측 관계자는 “아키에 여사는 해당 투어 프로그램 중 우사신궁 참배에만 참석했고 다른 관광 일정엔 참여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묻지도 않은 변명을 해준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투어가 진행된 날짜가 지난달 3월 15일이라는 사실. 그날은 아베 총리가 일본 전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하자, 직접 국민에게 외출 당부를 시점. 그러니까 아베 총리가 대국민담화를 요청할 때, 아키에 여사는 단체투어를 했다는 것.

그런데 문제는 아키에 여사가 단체투어 며칠 뒤에도 도쿄에서 꽃놀이를 했다는 사실. 그때는 코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도쿄 시민에게 외출 자제령을 내렸던 날이다. 아키에 여사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한 것일까?

 

의료붕괴 시작과 함께 제기되는 아베 총리 퇴진론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는 하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4월 20일, NHK가 발표한 당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374명 늘어난 11,159명. 한국의 확진자 10,674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도 236명. 한국 336명보다 15명 많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확진자 수가 급증 상황이라는 점. 하루에 300명에서 500명을 넘나들며 늘어나고 있다. 한국이 최근 10명대로 줄어든과 비교하면, 천양지차이다. 초동대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 정말로 우물쭈물하다가 큰일 난 것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일본에선 코로나19 검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 그래서 일본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감염자가 밝혀진 감염자보다 더 많으리라는 예단까지 하고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감염자가 늘어날 수 있다. 일본 의료진이 맞은 위기도 심각하다. 마스크나 방호복이 부족하다. 오사카시에서는 방호복이 부족해서 비옷을 대용품으로 사용하는 촌극까지 빚어졌다. 사흘씩 같은 마스크를 쓰는 일반인들이나, 방호복이 없어 비옷을 입는 의료진이나 상황은 마찬가지.

아베 총리는 뒤늦게 코로나19와의 싸움을 제3차 세계대전에 비유하며 극복의지를 밝혔지만, 언론은 아베 총리 퇴진론을 들고 나섰다. 하지만 일본 정계는 긴급사태 선포가 늦어진 것이 각료 대부분의 반대 때문이었다고 아베 총리 보호에 나서고 있다.

 

최장수 총리 나카소네 야쓰히로

지난해 2019년 11월 29일 타계한 일본 현대 정치사의 산증인인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1947년 군마현 중의원에 출마한 뒤 무려 20선 당선했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은퇴 요구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과학기술청, 운수성, 방위청, 통상산업성, 행정관리청 장관을 역임했고, 1982년 11월부터 1987년 11월까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일본 역대 최장수 총리는 현 아베 총리지만, 나카소네 총리의 재임 기간도 만만치 않다. 사토 에이사쿠, 요시다 시게루, 고이즈미 준이치로에 이어, 역대 5번째 최장수 장기 집권 총리였다. 나카소네 총리의 집권 기간은 총 4년 11개월. 대단한 기록이다.

나카소네 총리의 장수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재임 기간 중 대미 관계를 강화한 것. 레이건 대통령의 서양 파트너가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였다면, 동양 파트너는 나카소네 총리. 론야스 관계는 로널드 레이건과 나카소네 야쓰히로의 친분을 나타내는 표현.

나카소네 총리는 대처 총리와 함께 미국의 구소련 붕괴를 준비한 레이건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였다. 1980년대의 국제정치적 혼란은 미국의 구소련 붕괴를 위한 준비였다. 미국은 영국의 대처 총리와 연대해서 유럽에서는 구소련 압박했고, 일본의 나카소네 총리와 결탁해서 한미일 3국 동맹으로 아시아에서 구소련의 남하를 방어했다.

나카소네 총리에 대한 평가는 친미 외교를 통해서 일본 호황기를 이끌고, 일본 재도약의 발판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임기 중 채택한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엔화는 급강세를 보였고, 버블붕괴의 서막을 열었다는 비난도 함께 받는다.

 

나카소네 총리의 길을 걷는 아베 총리

외출 당부 요청에도 나들이를 떠난 아키에 여사. 아베 총리가 몰랐을까? 그것도 모를 정도면, 총리 퇴진을 해야 한다. 서로 상의한 일이다. 올림픽 연기로 파국이 예상되는 서민 경제, 벚꽃관광을 통해서 코로나19 방역 준비여력을 마련하게 하려는 뜻.

의료붕괴 시작되었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아베 총리는 서민 경제 파탄을 두려워한다. 코로나19 방역에 들어가면, 적어도 3개월 이상 서민 경제 활동을 중단되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폐업하는 자영업자, 파산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21일,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고 보도했다. 2012년 2차 정권 출범 이후, 아베 총리는 매년 봄, 가을 직, 간접적으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하고, 참배해왔던 일이다.

일본은 지금 위기이다. 미중 패권전쟁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지금 코로나19 확산까지 패권전쟁의 일환으로 파악하려는 판국이다. 미중 양국 사이에는 향후 애매한 휴전은 없다. 둘 중 하나가 항복할 때까지 갈 것이다.

그런데 아베 총리는 엄중한 상황에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하며, 극우 총의를 집약하고 있다. 지금 일본에게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상황 중의 경제 연명이 아니라, 미중 패권전쟁 이후 동아시아 질서 재정립 과정에서 일본이 맡을 역할 파악이다.

레이건 대통령의 국제정치 동반자 대처 총리와 나카소네 총리. 대처 총리는 1976년 맞은 IMF를 겨우 극복한 처지, 나카소네 총리는 전후 최대 경제 호황. 그런데 10년 뒤, 영일은 다른 길을 걸었다. 구소련 붕괴 이후 국제관계를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