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MTC X2-6070 128단 QLC 3D 낸드 플래시. 출처=YMTC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중국이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자해 공들여온 '반도체 굴기'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양쯔메모리(YMTC)가 128단 QCL 3D 낸드플래시 생산을 성공한 데 이어, 샘플 테스트까지 통과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양산화가 이뤄지는 하반기부터 낸드플래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시간 13일 YMTC는 128단 QCL 3D 낸드플래시 칩 X2-6070을 SSD 플랫폼에서 샘플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는 YMTC가 3분기에 웨이퍼 투입을 시작해 연말까지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YMTC는 2021년부터 기업용 SSD, eMMC/UFS 솔루션 및 기타 제품에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낸드플래시 업체, 코로나19에 이어 중국까지 '겹악재'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번지면서 글로벌 실물경제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 때문에 낸드플래시 수요도 단기적으로 데이터센터 및 기업용 SSD 분야에서 수혜로 다가올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비심리 하락으로 수요 감소가 우세하다.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 마이크론 등 4개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공급과잉으로 빚어진 ASP(평균판매단가) 하락으로 낸드플래시 공급업체들은 이익이 줄었고 설비투자(Capex)를 보수적으로 계획했다. 실제 지난해 낸드플래시 ASP는 전년동기 대비 46% 감소한 바 있다.

▲ 출처=트렌드포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정한 전망과 공급과잉으로 빚어진 공급업체들의 보수적인 움직임은 YMTC에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

디램익스체인지는 YMTC가 올해 두 가지 중점을 두고 전략적인 목표를 세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64단 TLC 프로세스의 수율을 개선하고 OEM의 채택율 증가 △올해 내로 고객사에 128단 채택 등이다. 점유율 기반이 낮은 YMTC는 중국 우한에 생산능력(Capa) 15K 규모의 팹을 가동 중이다. 올해 안에 청두를 포함해 40K로 확장할 계획이다.

YMTC는 소위 빅펀드라고 불리는 중국 반도체 산업투자 펀드의 주도로 설립된 회사다. YMTC는 128단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하는 올해 4분기부터 시장의 변동을 가져올 전망이다. 고객사인 OEM 업체가 채택하는 시기를 고려하면 올해 4분기부터 낸드 웨이퍼 가격에 먼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韓·中 기술 격차 1년 이내...LCD 악몽 되살아나나

국내 반도체 산업이 가장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LCD 악몽의 부활이다. 중국은 제조2025를 통해 10개 하이테크 분야에서 자급률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10개 하이테크 분야에 반도체도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내수시장에서 막대한 보조금 살포가 우려되고 있다.

기존 LCD(액정표시장치) 산업은 2000년대 초반 일본이 장악하고 있었지만, 한국의 LCD 산업이 추월하며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다. 기술적인 격차와 함께 글로벌 수출 시장을 주도한 LCD 산업은 중국의 굴기에 내리막을 걷고 있다. 중국은 강력한 내수시장으로 자국 기업을 육성하고, 저가·물량 공세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 SK하이닉스 128단 TLC 낸드 플래시. 출처=SK하이닉스

128단 3D 낸드플래시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에 양산체계를 갖추고 있다. YMTC가 올해 4분기 양산체계를 갖추면 그 격차는 1년 이내로 좁혀진다.

또다른 낸드플래시 공급업체인 마이크론과 인텔은 올해 3분기부터 각각 128단, 144단 낸드플래시를 양산할 계획이다. 특히 키옥시아는 YMTC와 같은 시기에 112단 낸드플래시를 양산할 계획이어서 오히려 YMTC에 기술 역전 현상까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다만 YMTC의 수율(생산품 중 양품 비율)에 대한 신뢰도가 남아있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율을 확보할 때까지 시간이 남았다는 뜻이다. 실제 YMTC가 지난 2014년 32단, 2019년 64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음에도 시장에서는 제품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같은 수율에 대한 신뢰성과 상업성을 갖출 때까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메모리 업체들은 기술적인 격차를 이어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1분기 128단 셀온페리(CoP) 낸드플래시를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 또 SK하이닉스는 차세대 176단 4D 낸드 제품을 개발 중이다.

NH투자증권 도현우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공정 기술은 기존 업체를 인수하거나 인력을 대량으로 영입하지 않는 이상, 생산 노하우를 습득하기까지 수많은 시행 착오가 필요하다"라며 "2025년까지 YMTC가 글로벌 낸드플래시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도현우 연구원은 "다만 지난해까지 미국 정부, 유럽 장비 업체, 한국 메모리 업체가 공조해서 중국 메모리 업체를 견재했던 기조가 코로나19로 인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라며 "수익성이 크게 둔화된 미국, 유럽 장비 업체가 기술 유출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 수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