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가전업계의 중요한 트렌드 중 하나가 바로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라인업을 가동하고 있으며, 이는 프로젝트 프리즘이라는 이색적인 전략으로 구현되는 중이다. 밀레니얼이 주로 애용한다는 페이스북 메신저를 제로레이팅으로 제공하는 SK텔레콤같은 통신업계도, 이커머스도 모두 밀레니얼 세대를 정조준하고 있다.

여기서 그 경계는 다소 모호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를 1982년부터 2000년대 생으로 규정한다면, 1995년 이후 태어난 세대는 Z세대로 볼 수 있다. 즉 밀레니얼 세대는 가전제품을 구매하거나 혹은 조만간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연령대라면 Z세대는 밀레니얼의 끝자락에서 시작된 말 그대로 10대를 의미하는 세대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Z세대는,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은 물론 트위터를 사용하고 네이버와 다음 포털에 당연하게 접속하는 전반기 밀레니얼부터 중장년층과는 다른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기존의 통념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앱 서비스에 열광하는 이들. 그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 젠리. 출처=갈무리

위치추적 당하는 앱, 젠리
유럽에서는 한 때 '잊혀질 권리'를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진 바 있다. 구글과 같은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유럽 ICT 시장 잠식을 걱정하는 유럽연합의 방어전 성격이 강하지만 이 격론은 그 자체로 '이용자가 원한다면 인터넷에서 나의 기록을 온전히 삭제할 수 있는 권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내 기록을 남이 보지 말아야 한다'는 절대적인 당위성이 있다.

그런데 10대의 생각은 약간 다른 듯 하다. 기꺼이 개인의 위치정보를 공유하며 즐기는 앱 서비스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젠리가 대표적이다. 처음 프랑스에서 시작되어 스냅에 인수된 이 기묘한 앱은 말 그대로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타인과 공유하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젠리를 통해 친구를 맺는다면, 이들은 현재의 위치와 이동방향은 물론 친구의 스마트폰 배터리 상태까지 공유한다. 물론 투명모드와 유령모드(안개모드와 얼음모드) 등 일부 사생활 보호 기능이 존재하지만 이는 주류가 아니다. 젠리는 기꺼이 내 위치정보를 친구와 나누고, 또 친구들 사이에서 누가 어디서 어떤 친구와 만나는지 보여주는 한편(범프 기능) 자주 만나는 친구에게는 영혼의 연결고리까지 만들어 '공개'까지 해준다. 여기에 메신저, 이모지 기능까지 제공된다는 설명이다.

사실 젠리의 서비스는 특별할 것이 없다. 우선 모든 기능들은 이미 존재하는 SNS 플랫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장 카카오톡도 위치공유 서비스가 존재하며 위치공유만을 목적으로 하는 앱 서비스도 수두룩하다. 메시지와 이모티콘을 보내는 기능도 특별할 것은 없다. 그럼에도 젠리가 큰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화곡동에 거주하는 14세 한 모양은 젠리의 인기를 묻는 질문에 "그냥"이라고 답했다.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보면 허탈한 답변이지만, 사실 이 "그냥"이라는 대답 하나에도 많은 의미가 응축되어 있다.

먼저 10대의 특성을 이해하자면, 성인이 되어 공식적인 외부활동을 하는 생활인들의 경우 숨겨야 할 것과 지켜야 할것이 많아진다. 그런 이유로 기성세대는 가급적 본인의 위치정보가 공유되는 것을 꺼려한다. 물론 이는 10대도 마찬가지다. 그 어떤 10대도 부모와 교사에게 본인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세밀하게 보고하고 싶은 생각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부모와 교사가 득실거리는 카카오톡을 떠나 페이스북 메신저를 넘어 또 다른 메신저로 떠나가는 이유다.

다만 10대의 라이프스타일이 대부분 또래집단에 맞쳐져 있으며, 이들이 유독 유대관계를 맺는 것에 집중한다는 점에 착안할 필요가 있다. ICT 인사이트 플랫폼 연구소의 박성민 연구원은 "10대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의 핵심은 그들의 특별한 유대관계에 집중하는 것"이라면서 "X세대의 마니또와 같은 문화의 연장선에서 지금의 Z세대도 또래집단과의 특별한 유대관계를 중요시하며, 이러한 현상이 모바일 시대를 맞아 방식의 변화만 생겼을 뿐"이라고 해석했다. 즉, 젠리와 같은 앱은 생활인의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10대의 또래집단이 공유할 수 있는 강력한 응축력이며,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공유는 소위 유대감의 징표인 셈이다.

여기에 '인싸'가 되고싶은 열망이 덧대어진다는 설명이다. 젠리 이용자인 한 모양은 "친한 친구가 여럿 있을 때 나를 빼고 다른 친구들이 만나고 있으면 괜히 속상하다"면서 "대신 학교에서 다같이 만나 새로운 장소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나와 친구 한 명이 오후에 그 곳으로 가는 것을 친구들이 보게되면 괜시리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즉, 개인정보 공유라는 기성세대가 보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방법론을 통해 유대감을 쌓은 상태에서 특정 또래집단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능이 젠리의 경쟁력이라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젠리는 특별한 생산성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딱히 정의내리기도 어려운 플랫폼이다. 서비스도 기존의 SNS 등 다양한 앱 서비스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다른 플랫폼의 서비스에서 기성세대는 쉽게 선택하지 않는, 대신 10대들이 원하는 서비스만 쏙쏙 빼와 하나로 뭉쳐놓은 분위기다. 여기에 인싸가 되기를 원하는 소년소녀의 감성을 자극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 출처=틱톡

틱톡 "나를 봐"
국내외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동영상 콘텐츠 시장에 스낵컬처의 바람을 기점으로 이른바 숏폼(short form) 콘텐츠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숏폼 콘텐츠 시장의 절대 강자는 틱톡이다. 유저 40% 이상이 10대로 구성된 젊은 플랫폼이며 15초 분량의 짧은 영상을 공유할 수 있다. 지난해 누적 다운로드만 7억5000만회를 넘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틱톡은 경쟁자이던 바인, 미어캣 등을 차례로 압도하며 시장의 강자로 올라선 사례다. 바인과 미어켓 등이 공유 기능에 방점을 찍어 기존 SNS의 문법에서 움직였다면 틱톡은 동영상 콘텐츠의 스낼컬처 트렌드에 집중해 강력한 편집 기술을 제공하는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틱톡의 개발사인 바이트댄스는 2017년 뮤지컬리를 인수하며 글로벌 서비스로 발전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틱톡 역시 Z세대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비결은 무엇일까? 상당히 많지만 업계에서는 크게 인싸가 되고싶은 10대의 열망을 제대로 읽은 상태에서, 그 수단을 명확하게 제공하는 방향성을 꼽는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와 틱톡의 궁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Z세대들은 가수 지코의 노래를 플레이한 상태에서 유명 셀럽들이 그 안무를 따라하는 영상을 접하고, 이를 틱톡에서 비슷하게 따라하며 재미를 느낀다. 이 역시 인싸가 되고싶은 열망에 힘입은, 셀럽이 되고싶은 열망의 투영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놀이가 되어 소구된다.

틱톡은 이 대목에서 다양한 음원을 제공하는 기민한 행보를 보여줬다. 즉 콘텐츠 제작을 위한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며 Z세대가 쉽게 플랫폼에 접근하도록 했으며 빠르게 공유될 수 있도록, 인싸가 될 수 있도록 도운 셈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장치다. 젠리처럼 (기성세대가 이해하지 못하는)극단적인 방식으로 Z세대의 모든 기호를 하나로 뭉치던가, 아니면 Z세대가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만들던가. 다양한 방법론 중 하나지만 젠리와 틱톡의 Z세대 성공 방정식을 이해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다.

▲ 10대, Z세대를 연구하려는 행보가 보인다. 출처=갈무리

아, Z세대는 어렵다
소위 Z세대가 열광하는 앱 서비스는, 세밀하게 분석을 시작하면 할수록 이내 '실속이 없다'는 결론만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기성세대의 관점이고 정의일 뿐이다. 그들에게는 젠리가 그들이 활동하는 또 다른 시대며, 틱톡은 그들만의 놀이터다. X세대가 기성세대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정서를 의미했다면 Z세대는 기성세대가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선을 넘으면서도 '이런 의미가 있을수는 있겠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이유다.

더 어려운 것은, 지금 Z세대가 열광하는 서비스라도 특수한 시점의 어느 한 순간 불꽃이 튄다면 시장의 판도는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틱톡이 16세 이하 대상자를 대상으로 부모 동의 없이 사용자 간 직접 메시지(다이렉트메시지·DM)를 주고받을 수 없게 할 방침인 알려지자 벌써부터 Z세가 동요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Z세대를 대상으로는 당장의 수익을 거두기 어렵기 때문에 앱 제작사 입장에서는 더욱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제페토와 같은 과금 기본의 인싸 서비스도 인기를 끌지만 이는 말 그대로 특수한 상황이다.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10대들이 열광하는 앱 서비스를 관찰하면서도 그들을 굳이 이해하려 노력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 그들이라는 정의로 경계의 용어를 선택한 시점부터 일이 잘못된 것일 수 있지만 최소한 생산성, 굳이 '무언가를 남기거나 행위하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는 벗어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