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국제유가가 전례없는 속도로 하락하면서 정유업계의 1분기 영업적자가 3조원을 넘어선 것도 모자라 2분기엔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폭락으로 정제마진이 한달 이상 마이너스를 지속한 탓에 손실 규모가 역대급으로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여파로 석유 수요까지 감소해 역마진 규모가 커지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의 역마진이 심화된 원인은 유가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기준 5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305% 하락한 배럴당 –37.63달러에 마감했다. WTI가격은 미국 내 원유 재고가 급증해 쌓아둘 창고가 부족해지면서 급락하고 있다.

원유가격은 산유국의 감산에도 수요 감소폭이 확대되면서 주요 수입국들의 재고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달 인도받는 근월물보다 다음달 이후에 인도받는 가격이 더 높아진 이른바 ‘수퍼 콘탱고’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유 재고량 증가 영향에 6월물 가격도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정유4社, 가동률 조정 계획 발표에도 불안 가중

국제유가가 연일 급락하면서 정유업계도 가동률 조정 등 대책마련을 위한 움직임에 분주하다.

하지만 정제마진이 반등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패닉 상태다. 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은 5주연속 하락하고 있다. 현재 정유사들은 정유공장 가동률을 85% 미만으로 낮추고 정기보수를 앞당기는 등 감축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통상 하반기 진행하던 정유 공장 정기보수를 앞당겨 진행할 방침이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석유 수요 감소로 시황이 악화되면서 미리 계획한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울산공장은 정기보수를 앞당겨 시행할 것을 검토 중이며, 에스오일도 2분기부터 원유정제시설, 중질유분해시설 등 주요 공장의 정기보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GS칼텍스는 현재 여수공장의 정기보수 일정을 진행 중이며 정기보수 일정이 끝나도 가동을 늦출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사들이 정기보수를 시행해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이러한 방법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마이너스 정제마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정유사들의 영업실적은 올 하반기까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 급락 상황이 지속되고 수요 감소로 불확실성이 더 커지게 된다면 정유업계는 물론 석화업계까지도 대규모 비용감축에 나서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유업계와 석화업계 모두 통상 유가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될 경우 이득을 볼 수 있지만 원유재고 가치가 예상보다 크게 하락해 대규모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1분기 재고평가손실만 75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통상 재고보유기간이 2달 남짓인 것을 감안하면 다음달부터 6월까지 재고방출이 진행되야 하는데, 정유·석화업계의 수출량이 줄어들어 내달 최대 고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