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박도장업을 하는 A업체는 2015. 6. 8. 삼성화재보험주식회사(이하 삼성화재)와 A업체 소속 직원들을 위한 단체보험(사망보험금 2억 원)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A업체 직원인 B씨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였고, B씨의 유족들은 A업체와 삼성화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A업체가 A업체 직원들을 위해 가입한 단체보험의 사망보험금 2억 원을 상속인인 자신들에게 지급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A업체와 삼성화재는 “A업체와 A업체 직원들 사이의 단체협약을 통해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금을 받을 사람, 이른바 ‘보험수익자’는 A업체로 적법하게 지정되었으므로, A업체와 삼성화재가 B씨의 유족들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 상의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과연 법원은 이에 대하여 어떠한 판결을 내렸을까요?

 

단체보험은 단체 또는 단체의 대표자를 계약자로 하는 하나의 계약으로 단체 전원을 일괄해서 계약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보험의 일종입니다. 보통은 기업 종업원들을 위한 복리후생제도로서 종업원이 사망하거나, 고도의 장해를 입는 경우에, 혹은 종업원이 정년퇴직한 후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방법으로 널리 활용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단체보험계약 체결을 통해 납입하는 보험료 부분은 손비처리가 가능하다는 이점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이나 종업원 입장에서 서로 ‘윈-윈’하는 것처럼 보이는 단체보험도 막상 보험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보험금을 누가 받을 것인가’를 놓고 실무적으로 치열한 다툼이 벌어집니다. 이번 사건 역시 B씨가 사망하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이후 삼성화재가 A업체와 B씨 유가족 중 누구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A업체의 입장에서는 B씨를 위해 자신이 지금껏 보험료 전액을 납부해 온 만큼 B씨 사망에 대한 보험금을 A업체가 받아야 할 것처럼 보이고, B씨 유가족 입장에서는 이 사건 보험계약은 A업체가 B씨 생명을 보험목적으로 한 만큼 당연히 B씨 유가족이 받아야 할 것처럼 보입니다.

이에 대하여 상법은 단체보험 계약을 체결하고, 보험료를 납부할 ‘보험계약자’는 ‘기업’이지만, 보험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보험금을 받을 ‘보험수익자’는 원칙적으로 ‘종업원’ 혹은 ‘종업원의 상속인’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종업원’이나 ‘종업원의 상속인’이 아닌 자가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종업원 사이의 단체규약 상에 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거나 종업원으로부터 이에 대한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제735조의 3). 대개의 경우는 보험사가 기업과 단체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기업컨설팅 차원에서 단체규약을 검토해 주고, 그 과정에서 ‘단체보험의 보험금은 기업이 수령하지만, 그 보험금은 종업원을 위해 사용한다.’는 식의 조항을 삽입합니다. 이러한 경우 단체보험의 보험금은 기업에 귀속되고 종업원 또는 종업원의 상속인은 보험금의 전부 혹은 일부를 기업으로부터 수령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에는 단체규약 상 A사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한다는 명시적인 내용이 없었고, B씨나 B씨 유족들로부터 동의를 받은 바도 없었으므로 결국 법원은 이 사건 보험계약 상의 보험금을 지급받을 ‘보험수익자’를 B씨 유족들로 판단한 것입니다.

이상의 내용을 살펴보면 얼핏 단체보험은 기업 입장에서는 큰 이점이 없는 것처럼도 보이지만 실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물론 단체보험 가입 후 종업원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등 보험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그 보험금을 모두 기업에 귀속시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단체보험 본연의 기능에 주목한다면, 여전히 기업 입장에서는 단체보험을 가입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특히 산재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기업의 경우 산재 발생으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재해보상을 받은 근로자 또는 유가족들이 그와는 별도로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만약 단체보험 가입을 통해 기업이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면 소송 이전에 이를 합의금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단체보험은 이와 유사한 근재보험과 달리 업무 외적으로 발생한 재해에 대해서도 이를 보장하여 종업원들에게 유리하며, 계약 만기 이후에는 보험료를 환급받을 수 있어 기업에게도 도움이 되는 제도입니다. 단체보험 가입의 목적을 명확히 인식하여 현명하게 이를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