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광명시에 위치한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우리나라 제조업의 큰 축인 자동차 산업이 지난 1분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일부 선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체들이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선 이례적으로 국내 생산시설을 지속 가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향후 전망은 다소 어둡다는 것이 정설이다. 글로벌 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국내 조업활동이 한계 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1분기 한국 GDP 성장률, 제조업 덕에 외국 대비 선방

21일 미국 경제 전문매체 블룸버그가 스탠다드차타드, 하이투자증권 등 경제연구기관·투자은행 9곳의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합한 결과 평균 –1.5%로 집계됐다.

GDP는 가계, 기업, 정부 등 국가 내 모든 경제주체가 해당 기간 생산한 재화·서비스의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해 합산한 수치다. 각 기관·은행은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산업이 타격을 입은데다 수출 실적이 줄어든 점을 우리나라 역성장 전망의 이유로 꼽았다.

우리나라의 1분기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다만 해외 주요국의 수치에 비하면 크게 나쁘지 않은 수준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이달 중순 현지의 1분기 GDP 성장률을 –6.8%로 분석했다. 이외 각 민간에서 내놓은 국가별 1분기 GDP 전망치를 종합한 결과 일본 –11.1%, 미국 –2.1~-2.4% 등 수준으로 집계됐다. 국가별 전망치의 경우 출처는 다르지만, 복수의 수치가 비슷한 범위 안에 포함되는 점을 미뤄 나라별 경제 전망을 비교·분석하는 지표로 쓰인다.

우리나라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외국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인 이유는 뭘까. 업계에선 우리나라 산업의 제조업 의존도가 비교적 높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의 결과로 비대면 거래, 기업간거래(B2B)가 비교적 활발히 이뤄지는 제조업이 덜 타격받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의 실질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7.8%로 독일(21.6%), 일본(20.8%), 미국(11.6%), 영국(9.6%) 등 주요 국가에 비해 높다.

조덕상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제조업은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지는 서비스업과 달리 재고를 비축할 수 있는 특성을 갖추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공산품을 주요 수출 품목으로 두고 있다보니 지난 1분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 피해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점에서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경제적 악영향을 막아낸 데 공을 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국산차 업체들은 국내 완성차 생산 공장을 외국에 비해 활발히 가동해 국내외 시장에 제품을 공급했다. 21일 현재 국산차 업체 5사 가운데 국내·해외에 모두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3월 이후 국내 공장을 지속 가동해오고 있다. 같은 기간 양사의 해외 공장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장기간 휴업해온 점과 대조된다. 한편 국내 공장을 가동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로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의 코로나19 확산 추이가 약세로 접어든 점도 지목된다.

2분기 이후 코로나19 사태 악영향 가시화…공급망 붕괴 막아야

다만 2분기 이후는 전분기와 같은 수준의 가동 추이를 나타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분기엔 국내 업체들이 앞서 거래처와 맺은 계약 내용에 따라 생산활동을 비교적 원활히 실시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2분기 이후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전세계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점은 산업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해외 각지의 생산공장이 가동 중단됨에 따라, 국내 협력사들이 필요한 부품을 수급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경기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통계청 ‘광업·제조업 조사’에 따르면 2018년 ‘자동차용 엔진 및 자동차 제조업’ 등 자동차 관련 업종 5개의 출하액은 377조3884억원으로 제조업 전체 출하액 1563조8897억원의 24.1%를 차지했다.

2분기 자동차 산업에 대한 부정적 전망은 업계 현장에 있는 종사자들의 반응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17일 발표한 1~2분기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부문 매출현황 BSI는 1분기 58로 전분기(87) 대비 29나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2분기 매출 전망 BSI도 79로 전분기 전망치 90 대비 11 감소했다. 제조업 분야 가운데 섬유(50·65)에 이어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매출 BSI는 해당 업종 종사자들에게 특정 기간의 매출에 대해 수치로 평가·전망하도록 한 다음 산출된 평균치로 표시된다. 0~200 범위 내 숫자로 표시되며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종사자들이 해당 기간 경기가 전분기 대비 개선된 것으로 평가함을 의미한다. 2분기 자동차 업종의 매출 전망 BSI가 급감한 점은 해당 기간 종사자들이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매출액의 규모가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앞으로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기정사실화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산업 내 사업자들이 현재로선 현금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해 버티는 수밖에 없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 산업 피해를 줄일 수 있으려면 관련 기업이 줄도산하는 등 공급망이 붕괴되지 않도록 지켜야 한다”며 “자동차 생산이 간헐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산업의 허리 역할을 맡고 있는 1차 부품사의 현금 유동성을 지원함으로써 완성차 업체와 2~3차 이하 협력사를 간접적으로 돕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