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일본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실제 감염자 숫자는 공식 발표되는 확진자 숫자의 최고 7.5배에 이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에 대한 추적 검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실제 감염자는 확진자 숫자보다 더 많을 것이란 지적이 있었다.

21일 일본 오사카대학 등에 따르면 과학산업연구소 다나카 신이초로 박사는 지난 20일 사전 리뷰 사이트 medRvix에 공개한 논문을 통해 이달 1일을 기준으로 일본 내 감염자 수를 2만 3783명으로 추산했다.

다나카 박사는 1만명 내외의 오차 범위를 고려하면 감염자 수는 1만 3522~3만 4044명 사이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연구는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이틀간 일본 보건ㆍ노동ㆍ복지성과 메신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라인(LINE)이 함께 시행한 설문조사 자료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설문조사에서는 코로나19의 주요 증상인 고열 발생 여부를 물었으며, 총 2399만여 명이 응답했다.

당시 설문 조사에서 오키나와 현의 경우 응답자의 0.19%가 응답자가 고열이 있다고 응답해 전국의 도도부현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다음으로는 도쿄도 주민의 0.175%, 홋카이도 주민의 0.16%가 고열이 있다고 응답했다.

다나카 박사는 또 4월 5일 기준으로 실시간 중합 효소 연쇄반응(RT-PCR) 검진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숫자를 지역별로 분석했다. 확진자 비율은 도쿄가 전체 인구의 0.0077%로 가장 높았고, 후쿠이(福井) 현이 0.0075%, 교토가 0.0048%로 뒤를 이었다.

연구에서는 최초 증상이 발현된 후 PCR 검사로 확진을 받을 때까지 대부분 4~5일 정도 지연이 된다는 점을 고려해 설문 결과를 5일 뒤 확진자 수와 비교했다.
 
다나카 박사는 이를 토대로 지역별로 고열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과 확진자 비율 사이의 상관 관계를 분석, 실제 일본 내 감염자 숫자가 2만 3783명에 이르고 오차 범위는 ±1만 명인 것으로 추정했다.

NHK가 집계 발표한 지난 5일 확진자 4566명(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탑승 감염자 712명 포함)과 다나카 박사의 추정치를 비교할 시 실제 감염자 수는 확진자의 3~7.5배에 해당한다.

일본은 이달 들어 확진자 수가 매주 두 배로 늘어나고 있어 다나카 박사의 추정치를 토대로 계산하면 1일 이후 3주가 지난 21일 일본 내 감염자 숫자는 2만여명의 8배로 늘었을 가능성이 있다. 10만명을 웃돌 수도 있다.

이날 NHK가 집계한 20일 일본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만 1866명(크루즈선 탑승자 포함)이었다.

다나카 박사는 “코로나19의 경우 일부 환자는 고열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라인의 설문조사에서는 고열 외에 다른 증상에 대한 응답은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다른 증상에 대해서는 분석하지 못했다”면서 “이번 추정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실제 감염자 수를 파악하는 것은 의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나카 박사는 또 “전체 인구의 60~70%가 감염돼야 ‘집단 면역’에 도달한다고 했을 때 60%라면 1억 2600만명의 전체 일본 인구 중 7560만명이, 도쿄의 경우 1400만 명 주민 가운데 840만 명이 감염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면서 “적어도 (시민들이 감염되도록 방치하는 방식으로) 집단면역을 획득하자는 공중보건 정책은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