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국산차 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지난해 기준 노사 임금 및 단체 교섭 협상을 타결한 소식을 알렸다. 일부 업체는 어김없이 해를 넘겨 전년도 협상을 타결하긴 했지만, 시장 위기 속 희소식을 전한 점으로 주목받았다. 업체별 노사 양측이 이번 협상 결과에 한발씩 양보한 입장을 담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일찌감치 작년 9월 임단협을 타결했다. 2011년 이후 8년 만에 파업 등 분규 없이 합의를 이뤘다. 올해 들어서는 1월 기아자동차, 4월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등 순서대로 작년 임단협을 매듭지었다. 이 가운데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는 기본급을 동결하는 등 사안에 합의함으로써 업계 불확실성을 극복하는데 뜻을 모았다. 쌍용자동차는 작년 8월 가장 먼저 2019년 임단협을 타결한데 이어 지난 20일 국내 자동차 업계 최초로 2020년 임금 협상을 타결했다. 11년 연속 무분규 타결 기록이다.

물론 국산차 업체 노조의 협력 행보는 대내외적 위기 요소에서 비롯된 게 사실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국산차 5사의 완성차 판매 실적은 일제히 감소했다. 노사가 이 같은 처지에 각자 이권을 챙기려고 다투는 건 사치일 뿐이란 걸 인지한 모양이다.

국산차 5사의 노사가 최근 합의점을 도출함으로써 시장에 증명해보인 명제는 ‘어느 측이든 양보한다고 지지 않는다’다. 노조는 기본급을 동결함으로써 통상임금을 늘리진 못했을지라도 보상금, 격려금 등 일시적 보상금으로 소득 손실액을 보전할 명분을 매번 확보해왔다. 사측도 마찬가지로, 임단협을 과거에 비해 신속히 타결함으로써 주주를 안심시키고 생산역량의 높은 경쟁력을 시장에 입증하는 등 무형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

국산차 업체들이 이번 협력 사례를 계기로 그간 ‘대승적 결정’으로 포장돼온, 지극히 정상적인 합의 결과를 앞으론 일반화할 수 있길 바란다. 현재 시장에서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망은 불확실성으로 도배됐다. 노사는 앞으로도 필요하면 임금 동결은 물론 이미 받은 급여를 반납하는 등 수준으로 뼈를 깎는 긴축 경영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국산차 업체 노사 관계에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