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 충격이 현실화한 지난달 '사실상 실업자'가 4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 2020년 3월 고용동향. 출처=통계청

통계청이 지난 17일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1만7000명 감소했고, 실업률은 0.1%p(포인트) 하락했다. 언뜻 반가운 소식처럼 들리지만, 이는 경기 호황으로 고용시장에 활기가 돈 결과가 아니다. 지난 3월 취업률을 나타내는 지표들도 하방 압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취업자 수와 고용률은 각각 19만5000명, 0.9%p 줄어들었다.

특히 취업자 수의 경우, 24만명이 줄어든 2009년 5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후 약 11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해당 지표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도 2010년 1월 이후 10년 2개월 만이다.

이처럼 고용률과 실업률이 동반 하락한 까닭으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가 너무나 뚜렷한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우선, 감염이 우려되는 보건 위기에 따라 사업체들의 셧다운과 소비심리 위축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특히 대면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업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게 통계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내외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여행·관광·숙박 등 특수 업종들은 사업체 규모를 불문하고 유·무급 휴직과 영업 중단 카드를 꺼냈고, 학원 등 사교육계 역시 업황 부진을 맞았다.

있던 둥지도 위태로운 마당에 새 일자리는 꿈 꾸기 어려워졌다.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들의 공채 일정도 기약 없이 미뤄졌고, 구직자의 필수 스펙으로 꼽히는 어학 및 자격증 시험들 역시 줄줄이 연기됐다.

하지만 이력서 낼 기회부터 좌절된 사람들을 실업자 수나 실업률로는 파악할 수 없다. 통계청은 '실업자'를 조사 대상 주간인 4주 동안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아 나선 사람들로만 집계하기 때문이다. 얼어붙은 고용시장의 현실 앞에서 구직 의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그야말로 서글픈 현실의 반증이다.

▲ 표=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수입이 있는 일에 종사 중인 취업자와 구직을 위해 실질적인 활동을 한 실업자로 구성된 '경제활동인구', 그리고 취업도 실업도 아닌 상태에 있는 '비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집계된다.

특이점은 지난 3월의 경우 15세 이상 인구 수가 작년 같은 달보다 30만3000명이 늘었는데, 경제활동인구에선 21만3000명이 빠져나간 반면 비경제활동인구에 51만6000명이 추가됐다는 것이다.

비경제활동인구엔 일할 능력이 있으나 구직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와 '구직단념자'가 포함된다. 지난달 쉬었음 인구와 구직단념자는 전년 동월보다 각각 36만6000명과 4만4000명 증가했다. 이 둘의 합계는 전체 비경제활동인구의 80%에 달한다. 즉, 쉬었음 인구와 구직단념자의 유입이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 증가분의 대부분이란 의미다.

쉬었음 인구는 재학·육아·가사 등 구체적 사유 없이 막연히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일할 능력은 있으나 의사가 없다는 점에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지난달 쉬었음 인구의 규모와 증가 폭 모두 2003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3월 쉬었음 인구를 연령별로 보면 ▲10대 4만2000명(10.6%↑) ▲20대 41만2000명(35.8%↑) ▲30대 23만5000명(15.8%↑) ▲40대 26만8000명(29.0%↑) ▲50대 47만2000명(16.4%↑) ▲60대 이상 93만7000명(11.2%↑) 등으로 규모는 60대 이상에서, 증가 폭은 20대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보통 정년퇴직 등 경제활동 은퇴 세대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쉬었음 인구가 사회 초년생이 되는 20대에서 가장 많이 늘어난 모습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지난달 20대 쉬었음 인구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이 미진했던 올해 1월보다는 3만명이 늘어났다. 상반기 공개채용 시즌과 코로나19 확산이 맞물려 채용 일정이 연기 또는 취소되면서 특히 20대 취업준비생들의 구직 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구직단념자는 1년 내 구직 경험이 있는 만큼 취업을 희망하거나 또는 할 수 있었지만 노동시장 상황으로 구직을 포기한 사람이다. 3월 구직단념자 수는 전월 대비 4만7000명 급증했다. 지난 2월의 경우 외려 지난해 3월 기록한 53만8000명보다 3000명 적은 수치로 53만명대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한 달 만에 58만명대로 올라선 것이다.

결국 구직 활동에 실질적으로 나선 실업자 수만 작년 동월 대비 소폭 줄어들었을 뿐, 코로나19발 고용 위기에 무력해져 취업 의사를 상실한 쉬었음 인구와 구직단념자 수까지 더하면 '사실상 실업자'는 412만8000명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3월보다 39만3000명, 올해 2월보다 8만3000명 늘어난 규모다.

'사실상 실업자' 수를 고용 지표 산출 당시 15세 이상 인구 수로 나눠 백분율을 산출한 결과, 지난 3월 경우 9.2%로 나타났다. 전년 동월보다 0.8%p, 전월보다 0.2%p 상승한 모습이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보통 고졸의 경우 쉬었음 (인구) 쪽으로 빠지고, 대졸은 시험을 포함한 취업 준비 쪽(실업자)으로 빠지는 경향이 관측돼왔다"면서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공채는커녕 (시험·취업 주비를 위한) 학원조차 갈 수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성 실장은 "구직 활동을 해야 실업자로 잡히는데 일자리 자체가 없으니 구직 활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 현상을 설명했다.

한편 그는 "쉬었음 인구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도 많았고, (3월) 구직단념자의 급증 역시 지난해부터 실업률이 안정을 유지해온 상태에서 10%도 안 되게 늘어난 것이므로 크다고 보긴 어렵다"며 우려를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