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의 기세가 여전한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증폭되고 있다. 사상 초유의 팬데믹을 두고 엄청난 희생자가 나온 가운데,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 진영과 중국이 책임소재를 두고 공방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화웨이와 관련된 논란이 나오는 한편 올해 초 잠정 타결된 무역전쟁의 휴전까지 위험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나는 중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TF 브리핑에서 "나는 중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이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가운데 개최 자격에 대한 방안을 묻는 질문에 나온 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는 그들에게 말했고, 이것은 오래 전에 사라질 수 있었다"면서 "우리는 들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이 코로나19와 관련된 책임을 져야하며, 중국이 합당한 정보공개를 하지 않고 대책을 포기했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비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를 아예 믿지 않고 있으며, 코로나19의 발병에 대한 파격적인 내용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우한 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가설에 대해 "타당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중국에서 어떤 것이 어떤 형태로 유래됐든 그것 때문에 184개국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중국에 날을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 WHO에서 팬데믹 선언이 나온 후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차이나 바이러스라 부르며 그 책임소재가 중국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고, 지금까지도 이러한 메시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WHO에 대한 자금 지원 결정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WHO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기본적인 의무를 이행하는 데 실패했다며 재검토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미국의 WHO 기여금은 2018년부터 2019년까지 8억9300만달러로 세계 1위기 때문에, WHO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 닥쳐왔다는 말이 나온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15일 "파트너와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내놨으나, 현 상황에서 분노한 트럼프의 마음을 달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맥락은 WHO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이 실망스럽기 때문이지만, 이면에는 WHO의 친중국 행보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이 중국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WHO의 수장에 임명된 후 코로나19에 있어 중국의 입장을 편향되게 반영한다는 비판이 나왔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여러번 지적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WHO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 압박도 결국은 중국의 손아귀에 있다 판단되는 WHO에 대한 공격인 셈이다.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는 점은, 미국이 3월 대만지원법의 정식 발효를 승인한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대만 지원법은 중국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사이 미국이 중국의 '아픈 손가락'인 대만을 겨냥한 압박 전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 지원법은 미국이 대만의 안전과 번영에 부적절한 영향을 주는 국가에 대해 경제, 외교 관계 등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열어주는 법안이며 이는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는 중국에 대한 압박으로 여겨진다.

당시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미국이 대만을 전략적 파트너로 삼아 중국을 압박했던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 과정에서 두 나라의 신경전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 16일 중국의 항공모함 랴오닝이 대만 인근서 대잠수함 훈련을 하는 등 군사적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화웨이 이슈까지...첩첩산중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는 가운데 기어이 화웨이 이슈까지 전면에 등장했다. 

화웨이는 미중 무역전쟁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의 백도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쓴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강력한 기술력으로 유럽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등 미국의 제재를 무력화시키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재차 화웨이 논란을 재점화시켜 신경전의 비교 우위를 가져오려는 전략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7일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코로나19의 대응에 소극적으로 임했고, 심지어 개방적이지 못했다 비판했다. 최근 중국이 확진자 및 사망자 숫자를 정정하며 논란이 커지는 대목을 정조준한 셈이다.

나아가 화웨이를 거론하며 "많은 국가가 통신 구성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면서 "화웨이가 그들(장비 판매국)에게 장비와 하드웨어를 팔러 올 때 그들(장비 판매국)은 많은 생각을 할 것"이라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해 불투명한 자세로 일관한 이상, 중국의 화웨이도 불투명한 '무언가'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