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보험사들의 해외자산 투자를 확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금리 시대에 판매한 상품의 평균 금리를 못 따라가는 자산운용이익률로 보험사들의 이차역마진 확대가 우려되고 있어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최저치로 낮추면서 올해 보험업계의 실적은 더욱 어두울 전망이라는 지적이다.

19일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초저금리시대의 보험회사 해외투자 한도 규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은 5조3367억원으로 지난 2009년(3조9963억원)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고객에게 받은 수입보험료에 대한 높은 이율보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적립금 운용 수익으로 인해 보험사의 손실이 누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생명보험사는 상대적으로 고금리 시대였던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6~8%의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공격적으로 대거 팔았다. 이에 반해 2010년부터 2019년 3/4분기까지 생명보험회사의 운용자산 수익률은 5.6%에서 3.5%로 하락했고, 금리 하락세가 지속돼 최근 4년간 3%대에 머물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인구 고령화가 지속될 경우 실질 금리는 현 수준에 비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여타 요인들이 변하지 않고 인구 증가율, 기대수명 및 노령인구 부양비율만이 1995년 이후 우리나라 데이터와 매우 유사하게 움직일 경우 2018년까지 약 3%포인트의 실질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 바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이 급속히 금리 인하를 단행함에 따라 투자수익률은 악화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14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1월 전망치보다 6.3%포인트 낮춘 –3.0%로, 미국 경제 성장률도 2.0%에서 –5.9%로 하향 추산했다.

보고서는 "보험사의 수익성은 더 악화될 가능성 있어,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나 유력한 방법 중 하나인 해외투자 확대가 보험업법 규제로 제한적"이라며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기금운용과 일본 대만 등 해외 사례를 연구함으로써 보험업계의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현행 보험업법 제106조는 보험회사 일반계정과 특별계정의 자산 운용 중 해외자산 비중을 각각 30%, 20%로 제한하고 있다. 생명보험업계는 국내 장기채권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외 장기채권 투자는 불가피하고,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금리 리스크에 대응하고 자산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외투자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험부채의 특성상 보험회사는 만기 10년 이상 장기채권으로 매칭하는 투자전략을 써야하나 국내 장기채 물량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수익률 높이기도 한계가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일반계정을 기준으로 운용자산 대비 외화유가증권의 비율이 20%를 상회하는 보험회사는 한화생명(29.3%), 푸본현대생명(26.2%), 처브라이프생명(24.9%), 교보생명(22.7%), 동양생명(22.4%), 농협생명(21.4%) 등 6곳이다.

상대적으로 해외투자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은 국내와 해외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 투자를 통해 1988년 설립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5.78%의 수익률(금액가중수익률 기준)을 올렸다. 1988~2019년 연평균 운용수익률을 보면 국내주식 5.59%, 해외주식 10.08%, 국내채권 4.74%, 해외채권 5.14%로 국내보다 해외 주식과 채권의 수익률이 우수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과 대만도 해외투자를 확대했다. 일본은 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성장률 하락과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저금리(1995년 정책금리 0%대 진입)가 고착화 되자 해외투자를 늘렸다. 일본은 2000년대 초중반 제로금리 도입과 2016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도입되자 해외투자를 확대했으며, 2012년에 보험사의 외화자산에 대한 투자 한도 규제를 폐지했다.

일본 보험사의 해외증권 투자 비중은 2008년 17% 수준에서 2018년 30%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일본 보험사의 늘어난 해외증권 투자 중 대부분은 해외채권이었으며, 그 잔액은 2010년 약 40조 엔에서 2018년도 약 90조 엔으로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을 제외하면 2008~2018년 해외증권 수익률이 대체로 국내채권 수익률을 상회했다.

대만 정부는 2003년 보험사의 해외투자 한도를 20%에서 35%로, 2007년에 45%로 지속적으로 확대했으며 2014년 해외투자 한도에서 외화표시채권을 제외했다. 대만 보험사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해외투자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으며, 2019년 기준 대만 보험회사의 해외투자 비중은 총자산의 60% 이상이다.

보고서는 "보험사의 건전성 관리 및 환헷지 비용과 해외투자 한도 규제는 별개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자산 투자 한도를 없앤 일본이나 한도를 높이고 해외자산 투자를 장려하는 정책과 제도를 시행한 대만과 같이 우리나라도 보험사의 해외투자에 대한 한도 확대 및 자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