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유적 공간, 388×259㎝ Oil on Canvas, 2017

2017년의 작품에는 얀 베르메르의 ‘우유 따르는 여자, 1660’가 등장한다. 무대 밖 타자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일상적 업무에 몰두하고 있는 여자는 여전히 젊지만 낡은 그림 표면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잔인하게도 얼룩덜룩하게 변질된 피부가 역력하게 드러나 있다.

화면 오른쪽은 낡은 책의 한 페이지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는데다가 가운데의 깊은 음영까지 더하여 언뜻 도판이 실린 미술책 같다. 원작가가 할 수 없었던, 수백 년 세월의 흔적조차 완벽히 재현해냈어도 그것은 베르메르의 그림에 대한 이미지인 것이다.

▲ 사유적 공간, 388×259㎝ Oil on Canvas, 2017

2017년의 사유적 공간에는 카라바조의 ‘의심하는 도마, 1601-1602’가 등장한다. 그 도상은 성서의 내용과 관련된 것으로, 자신의 상처를 직접 만져보게 해서 제자의 의심을 불식시키려는 예수의 행동을 보여준다.

카라바조의 원본이 무대 전경에서 조명을 받는 것 같다면, 무대 뒤편으로 물러나 있는 이석주(서양화가 이석주, 이석주 화백,ARTIST LEE SUK JU,이석주 작가,李石柱, 하이퍼 리얼리즘 이석주, Hyperrealism Lee Suk Ju,극사실회화 1세대 이석주)의 판본은 상치를 후벼 파고 있는 행위를 감싸는 부드러운 공기가 특징적이다.

그 아래에는 시계가 놓여 있다. 몇 백 년의 시간차를 가지는 이 두 명의 화가는 유화의 ‘만져서 알 수 있는 듯한 명백한’(tangible) 특성을 최대한 살린다.

△글=이선영 미술평론가/미술과 비평(Art&Criticism), 2018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