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테이너를 옮기는 상선의 모습.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해운시황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수인 발틱운임지수(BDI)가 3개월 만에 소폭 반등하면서 국내 해운업계에도 기회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반등했더라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임시 결항에 따른 일시적인 운임 상승인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17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벌크 해운업 시황을 나타내는 BDI(발틱운임지수)는 16일(현지시간) 726포인트로 전날 706대비 20포인트(2.83%) 올랐다. 올 들어서는 지난 1월 20일 이후 최고치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등 세계 무역이 위축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던 BDI가 최근 들어 꿈틀거리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3일 1606포인트까지 올랐던 BDI는 올 1분기 비수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지난 2월 4년 만의 최저 수준인 411포인트까지 추락했다. 특히, 당시 BDI 가운데 초대형 화물선 운임을 나타내는 케이프사이즈 지수는 1999년 지수 집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치달았다.

업계에서는 1월이 해운업계의 계절적 비수기인 점을 감안해도 올해 지수하락 폭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올해 1분기 BDI 평균은 591포인트로, 지난 25년간 분기 평균으로는 2016년 1분기의 358포인트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통상 1분기가 해운업계에 비수기인 이유는 중국의 춘절 때문이다. 춘절 전까지는 물동량이 몰리지만 춘절 기간이 접어들면 휴무로 인해 급격하게 감소한다. 그러나 올 들어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인 IMO2020, 브라질 폭우로 인한 철광석 공급부족, 코로나19 등이 겹치면서 해운업계는 고난의 시간을 겪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해운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을 기점 혹은 종착지로 하는 화물 운송 수요가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3월 1~2주 미국의 해상운송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15% 줄었고 중국 해운사들은 44.9%, 유럽도 6.5% 해상운송 수입이 줄어든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해운사들은 수급 조정으로 운임 안정화에 나섰다.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BDI 소폭 반등이 가능했던 이유다. 실제 덴마크 컨설팅업체 씨인텔리전스는 2항차에 불과했던 3월 중순 감선·감편은 5월 말엔 45항차까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BDI 반등이 업황 개선의 단초가 될 수 있을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중국의 셧다운이 한 달 이상 길어진 가운데, 화주들의 생필품 등 기존 재고가 소진될 경우 향후 교역량이 급증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그 결과 이르면 하반기부터는 국내 벌크선사에 수혜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기에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항공화물 운임도 긍정적이다.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kg당 항공 화물 운임을 소폭 인상했다. 여객기 운항 중단에 따라 적재 공간이 모자른 탓이다. 

일례로 3월 말 기준 대한항공은 시카고 공항(ORD), 뉴욕의 JFK공항(JFK)발 항공운임을  $0.20/kg 인상했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ORD발 항공운임 $0.20/kg 인상했다. 항공 화물 운임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항공화물이 해상으로 몰리면서 해상 운임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해운업계 입장에서는 기대할만한 요인이다. 

그러나 아직은 시기상조라는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번 BDI 반등은 운임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글로벌 해운사들이 선박을 임시 결항시켜 공급을 줄이고 있는 데 따른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2월에 케이프지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기저효과로 많이 반등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도 BDI는 낮은 수준”이라며 “통상 4월이면 브라질 등 남미의 수확으로 벌크 성수기인데, 그것 치고는 별로 오른편이 아니다. 코로나19 영향을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또한 “소폭 반등했지만 특별히 큰 변화라고 보긴 어렵다”며 “BDI의 경우 저유가에 따라 임대료가 상승한 유조선 등의 영향도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상황을 예측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며 “최근 무디스가 글로벌 해운기업들의 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차감전 이익(EBITA)이 25~30%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만큼 코로나19의 치료약이 나온다던가 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 낙관하긴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