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영화 <기생충>의 쾌거로 기대에 부풀었던 영화업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제는 그 존폐를 걱정할 처지가 됐다. 주말이나 휴일마다 인산인해를 이뤘던 영화관은 이제 사람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영화관 관객이 급감하면서 멀티플렉스·영화 제작사·영화투자배급사 등 관련된 사업들이 사실상 ‘올 스톱’됐다. 이에 업계는 코로나19의 종식 이후까지 어떻게든 ‘버티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이전에 없었던’ 악재의 연쇄반응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 영화관 관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코로나 확산 초기 몇몇 감염자들의 이동 동선에 영화관이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영화관의 관객 수는 급격하게 줄었다. 극장들은 감염자 방문 확인 즉시 영업을 중단하고 방역을 실시했다. 그러나 밀폐된 공간에 다수의 인원이 모이는 영화관의 속성상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도가 높은 공간이라는 인식이 관객들에게 확산됐고 관객들은 극장 방문을 자제했다. 심지어는 지난해 영화 ‘한 편’이 모은 하루 관객 수가 현재 전국 모든 극장의 상영관이 하루 동안 모은 관객 수보다 많은 날들도 있었다. 급기야 국내 극장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CJ CGV는 전국 116개 직영점중 35개 극장의 영업을 중단했다. 

일련의 상황은 영화계에 ‘이전에 없었던’ 일들이 일어나게 했다. 관객 수가 줄면서 각 영화 배급사들은 많은 관객들의 동원이 예상됐던 기대작들의 상영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급기야는 아예 극장 상영을 취소했다. ‘상영만 하면 400만 관객을 보장한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시리즈는 4월 <블랙 위도우>의 개봉을 시작으로 새로운 페이즈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국 마블 스튜디오의 결정에 따라 새로운 MCU시리즈의 상영 일정은 일제히 2021년으로 연기됐다. 

그런가하면 2월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 <사냥의 시간>은 일반 상영관 대신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 공개가 결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 전체가 모든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기에 발생한 이런 변수들은 뜻밖의 분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OTT 공개에 대한 작품의 제작사 ‘리틀빅빅쳐스’와 투자배급사 ‘콘텐츠판다’의 견해 차이가 법적 분쟁까지 불거졌고 법원은 작품의 해외상영금지 판결을 내렸다. 결국 제작사가 투자배급사에 사과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멀티플렉스, 안간힘을 짜내다  

현재 영화업계에는 “가만히 있어서 무너질 수 없다”는 비장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코로나19의 종식으로 관객이 다시 늘어날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보는 것이다. 기대작들의 상영 연기 등이 계속되면서 현재 운영되고 있는 극장의 관객들은 “볼 영화가 없으니 극장에 더 가고 싶지 않다”라는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주요 멀티플렉스는 과거 인기 작품들을 극장에서 다시 상영하는 재상영 기획전을 열었다. CGV와 메가박스는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인기 슈퍼히어로 작품들을 다시 상영하는 ‘히어로즈 기획전’, ‘스페셜 히어로 기획전’을 지난 15일부터 시작했다. 이 기간에는 ‘로건’, ‘데드풀’ 에서부터 ‘어벤져스’ 3부작 등 국내 수많은 매니아들을 보유한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다시 상영된다. 

▲ 재상영 기획전으로 CGV와 메가박스에서 다시 상영되는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롯데시네마 로씨네 로맨스 기획전. 출처= CGV, 롯데컬쳐웍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는 15일부터 인기 로맨스 영화 4편(라라랜드, 원데이, 미드나잇 선, 레터스 투 줄리엣)을 재상영하는 ‘로씨네 로맨스’ 기획전과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다시 꺼내보고 싶은 한국영화 기획전’을 시작했다.

일련의 기획전들은 인기 작품들이 한창 상영될 때 극장에서 작품 감상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은 관객들에게 나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극장들에게는 어떻게든 버텨보자는 눈물겨운 안간힘이었다. 

멀티플렉스 업체 A사 관계자는 “기대작들의 상영이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되니 적게나마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서는 관람할 영화가 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라면서 “상당히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극장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시기에 그래도 영화관을 직접 찾아오는 관객들의 요구는 충분히 반영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있었고 해외 배급사들과의 협의를 통해 인기 작품의 재상영이 결정됐다”라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점점 소강상태에 이르면서 일부 배급사들은 그간 온라인으로 대체됐던 오프라인 시사회를 다시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상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영화 ‘썸원썸웨어(21일)’, ‘호텔레이크(22일)’ ‘슈팅걸스(23일)’, ‘캣츠토피아(24일)’는 나란히 극장 오프라인 시사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영화업계 지원책이 발표됐지만 이미 국내 영화업계는 지원이 결정되기까지 걸린 시간 동안 많은 피해를 입었다”라면서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서서히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세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관객들이 다시 영화관을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고 업계에도 ‘조금만 더 버텨보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