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작년 국내 수입차 업체별 영업실적을 살펴본 결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BMW코리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등 독일 브랜드가 강세를 보였다. 반면 미국, 프랑스 등 국적의 브랜드들은 5000억원 이하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격차를 보였다. 올해 초 발발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이 같은 실적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업계 전망에 시선이 집중된다.
17일 금융감독원에 게재된 수입차 업체별 2019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벤츠는 매출액 5조4378억원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BMW 2조8610억원, 아우디·폭스바겐 1조2012억원,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1조187억원, 볼보자동차코리아(5671억원)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독일 업체 3곳은 조단위 매출액을 기록하며 국가별 브랜드 가운데 독보적 입지를 구축했다. 독일 럭셔리카 브랜드인 포르쉐코리아도 작년 매출액 4842억원을 기록하며 수입차 업체 가운데 6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닛산(3049대), 푸조(3505대) 등 양산차 업체보다 높은 판매대수(4204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구분한 수입차 업체별 국적 가운데 스웨덴의 판매실적을 홀로 견인하는 볼보자동차코리아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볼보는 작년 매출액 5671억원, 영업이익 35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자동차 판매량 1만570대를 달성하며 1997년 국내 진출 이후 22년 만에 처음 ‘1만대 클럽’에 입성하는 등 시장 입지를 대폭 확장했다.
같은 기간 업체들을 실적 규모로 구분할 때 양 극단으로 갈리는 추세는 전년에 이어 나타났다. 매출액 기준 1~3위를 차지한 독일차 3사가 수조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한 반면 양산차 업체 가운데 캐딜락(지엠코리아·4547억원), 지프(FCA코리아·3929억원), 한불모터스(푸조·시트로엥·869억원) 등 일부는 5000억원을 넘지 않았다.
중하위 매출 규모를 보인 업체 가운데엔 전년 대비 매출액이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감소한 경우도 나타났다. 캐딜락은 작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3.8배 늘어난 반면 영업손실 12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의 경우 한국지엠이 지엠아태지역본부에 지급한 기술개발비 명목의 로열티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캐딜락의 한국 사업 부문이 현재 지엠아태지역본부로 편입돼 있기 때문이다. 캐딜락의 완성차 판매수익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볼보도 전년 대비 매출액은 36.6% 오른 반면 영업이익은 23.9% 감소했다. 타 업체와 프로모션으로 경쟁하고 서비스센터 등 고객 인프라를 확충하는데 비용을 들임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실적 ‘부익부 빈익빈’ 이어질 듯
작년 일본제품 불매운동 이슈를 제외하곤 국내 수입차 시장에 큰 여파를 남긴 시장 변수가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올해엔 코로나19 사태가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 타격을 입힘에 따라 수입차 업체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의 경제적 파장으로 올해 수입차 업체별 재무 안정성 격차가 더욱 부각될 것이란 예측이 제기된다. 일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세계 생산 공장들이 휴업 기간을 연장함에 따라, 국내 수입차 업체들이 확보할 수 있는 국내 물량도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장 셧다운 사태가 지속될 경우 수입차 업체들은 사실상 최대 수익원인 신차의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채 경영을 이어가야 한다. 이 경우 기존에 비교적 취약한 현금 유동성 수준을 갖추고 있거나 신차 판매량이 저조한 업체들이 경영난에 허덕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업체별 지난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벤츠는 현금, 수표, 통화대용증권 등 신속히 현금화할 수 있는 현금및현금성자산을 작년 말 기준 4548억원 보유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한불모터스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3억원으로, 연간 급여액으로 산정된 액수 17억원보다 적다.
박재용 이화여대 미래사회공학부 교수는 “국내 수입차 업체들의 올해 실적은 각사별 전세계 유통망의 활성화 여부에 좌우될 것”이라며 “또 프로모션 같은 마케팅 활동의 업체별 격차가 벌어짐에 따라 일부 브랜드에 대한 고객 수요의 편중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