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망 이용료 분쟁을 겪고 있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분쟁이 결국 소송전으로 번졌다. 넷플릭스가 13일 SK브로드밴드를 대상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냈기 때문이다. CP(콘텐츠제공자)인 넷플릭스가 ISP(인터넷서비스제공자)인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료를 내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는 내용이다.

ISP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망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 존재하지만, 이는 최근 무너지고 있다. 특히 5G의 등장으로 네트워크 슬라이싱 등 다양한 5G 기폭제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며 망 중립성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넷플릭스는 망 중립성 강화에 방점을 찍으며 SK브로드밴드가 가진 ISP의 책무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넷플릭스가 소를 제기하며 망 이용료 자체에 문제가 있다 비판한 점에 시선이 집중된다. ISP는 이미 망 이용료를 가입자에게 받고있기 때문에 CP로 부터 별도의 망 이용료를 받으면 안된다는 해석이다.

이러한 주장은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리마인드 2019! 규제개혁 토론회에서도 나왔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교수는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무료”라면서 “인터넷은 정보전달을 크라우드소싱하는 개념이며, 각각의 단말이 서로 다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이유로 망 이용료는 단어 성립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물리적인 연결을 유지하기 위한 접속료만 서로 지불한다면, 망 이용료는 잘못된 표현이라는 뜻이다.

김민호 성균관대학교 교수도 "망 이용료를 주고받으면 일견 합당해 보이지만 이는 인터넷 정신과 어긋난다”면서 “ISP와 CP, 국내 및 글로벌 CP의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최근 국내외 CP들은 ISP의 망 이용료가 지나치게 높고, 이에 대한 확실한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와의 소송전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거둔다면 ISP와 CP의 관계설정에 큰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SK브로드밴드가 총력전을 준비하는 이유다. 17일 업계 등의 취재를 종합한 결과,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소송 소식이 알려지자 "넷플릭스의 급증하는 트래픽을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며, 법원으로부터 소장이 전달되면 검토해 후속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며 사실상 확고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 말했다. 넷플릭스가 법원에 ISP와 달리 CP는 망 품질과 관련된 책임이 있는지 확인해달라 요청한 가운데, 만약 법원이 넷플릭스의 손을 들어줄 경우 CP와의 향후 협상에서 크게 불리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넷플릭스는 소송전을 끌고 가면서도 자사의 오픈 커넥트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전망이다.

오픈 커넥트는 단방향 스트리밍 서비스에 특화되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넷플릭스 회원들은 유튜브처럼 콘텐츠를 업로드하거나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 넷플릭스가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스트리밍해 즐기는 ‘한 방향' 형태로 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이는 트래픽의 총량을 미리 예측하기 편리하다.

지난해 11월 SK브로드밴드가 방통위에 넷플릭스와 불거진 망 이용료 갈등을 중재해달라는 재정 신청을 할 당시 넷플릭스는 입장문을 내어 “우리는 전 세계에 걸쳐 네트워크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1000곳 이상의 ISP들과 협력하며 오픈 커넥트 프로그램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망 트래픽 부하를 현저히 줄임과 동시에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는 ‘윈-윈' 인 방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 상황에서 SK브로드밴드가 오픈 커넥트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오픈 커넥트는 국제 망에 대한 비용을 ISP가 치른다는 점에서 국내 ISP들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고 또 망 이용료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법원의 판단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