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및 시민당이 총 180석을 가져가는 압승을 거둔 가운데, 정부의 향후 경제 정책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여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강력한 정책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절대적인 정국 운영 주도권 확보

더불어민주당 및 시민당이 180석을 석권하며 향후 국회 권력은 온전히 여당의 손아귀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 원구성시 여당은 국회의장은 물론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대부분 쓸어갈 것으로 보이며 국회 선진화법을 비켜갈 수 있는 여지도 생겼다. 5분의 3의 의석이 있으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지정할 수 있으며 야당의 필리버스터도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과반 의석만 있으면 국회의 임명 동의가 필요한 국무총리 및 대법관 등에 대한 임명동의안도 쉽게 채택할 수 있으며 당장 7월로 예정된 공수처 출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 연장선에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당장 합병하지 않고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하면 공수처장 추천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검찰개혁 후속조치, 나아가 이번 총선 정국을 통해 사실상 빛이 바랜 선거법 개정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180석으로는 어렵지만 정의당 등 몇몇 군소야당과 힘을 합치면 재적 3분의 2 의석이 필요한 개헌도 노려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여당 내부에서는 서울 종로구에서 당선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필두로 대권 잠룡들의 행보가 빨라질 전망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 소위 이낙연‘계로 불릴 수 있는 의원들이 약 20여명 당선되어 원내에 진입하기 때문에 당내 기반이 약한 이낙연 위원장의 대권 가도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정국을 통해 인상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박원순 서울시장 및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중량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야당은 당분간 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이낙연 위원장에 패배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전격 사퇴를 선언한 가운데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이번 총선에서 고배를 마시며 당분간 정치적 재기가 어려워졌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됨에 따라 야당 내부에서는 총선 후폭풍과 함께 보수진영의 주도권 잡기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 야당이 총선 패배를 기점으로 당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을 벌이는 한편, 여당과의 강도 높은 투쟁을 선언하며 더욱 선명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집권 후반기, 강력한 경제 동력 창출?

여당의 총선 압승으로 문재인 정부는 하반기 국정운영 동력을 키우는 한편, 지금까지 추진하던 경제정책의 방향성을 선명하게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소득주도성장과 포용적 혁신성장이 핵심인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포용적 혁신성장이 전면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여당은 총선을 통해 경제 분야 공약을 발표하며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생업을 위한 안전망 강화를 선언한 바 있다. 이를 통한 혁신성장을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 초반 두각을 보였던 소득주도성장은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엄혹한 경제상황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은 막히고 있으며, 내수시장도 사실상 파탄났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당장 경제를 살리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를 포용적 혁신성장의 틀에서 ‘핸들링’하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

16일 정부가 국회에 보고한 긴급재난지원금이 처리되는 한편, 이후 지속적인 강력한 경제 살리기 전략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 지금까지는 여당의 입장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했던 경제 정책들도 21대 원 구성부터는 그 분위기 자체가 달라질 전망이다.

상황은 여전히 나쁘다

여당의 총선 승리로 정부의 강력한 경제정책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후 탄핵정국을 거쳐 탄생한 현 정부가 경제계를 적폐로 몰아세우는 한편, 강력한 규제를 연이어 시도했던 장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맹공모드’는 경제 악화 및 코로나19 타격으로 다소 누그러졌으나, 최근 정부는 배달의민족과 같은 온디맨드 스타트업의 골목상권 착취 프레임까지 동원해 비슷한 압박 기조를 보여주고 있다. 경제를 살리려면 기업과의 ‘가까운 거리’가 필수적인 가운데, 정부는 최근까지 ‘거리를 뒀으나 나빠진 경제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는 척’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총선 이후 정부의 딜레마가 될 전망이다. 소득주도성장은 후순위에 놓고 포용적 혁신성장을 전면에 걸었으나 여전히 기업에 대한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악화는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의 총선 승리로 강력한 경제정책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발판은 마련됐으나 여전한 불확실성의 시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향후 결정에 시선이 집중된다.

두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현재 여당의 총선 승리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부분 청와대의 공헌이 컸다고 본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만해도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정권 심판론이 고개를 들었으나, 청와대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콘트롤 타워 역할을 자임하며 상황은 반전시켰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는 최고치를 경신했고 야당의 정권 심판론은 힘을 잃었다.

총선 승리에 청와대가 큰 공헌을 한 가운데 앞으로 당정관계는 청와대 우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경제정책에 있어서도 청와대가 선두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여당이 보조를 맞추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그 연장선에서 청와대가 집권 후반기 개혁완수를 이유로 경제분야에 강력한 압박을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러한 구도가 고착화되면 여당의 반발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현실을 고려한 다양한 가능성 타진이 시도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현장에 답이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 분위기도 심상치않다.

미중 무역전쟁은 올해 초 극적인 1차 타결을 봤으나, 최근 코로나19로 미국과 중국 두 수퍼파워의 격돌이 다시 시작되는 분위기다.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교역망이 사실상 붕괴된 상황에서 두 나라는 코로나19를 둘러싼 책임공방까지 벌이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미국 정부는 중국 화웨이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면서도 최근 중국에 진출한 자국 기업의 귀환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당장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9일 폭스비즈니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돌아오는 기업의 이전 비용 100%를 지원하겠다”는 폭탄발언까지 했다.

한일 경제전쟁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아직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일부 유지하는 가운데, 아베 내각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지지층 결집을 위해 당분간 한국에 강공모드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여당의 총선 승리를 기점으로 정부도 일본에 대한 강경대응을 이어갈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아사히 신문은 총선 직후인 16일 “지금까지 (경제전쟁에 대한)양국 간에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면서 “문재인 정권이 (총선 승리를 기점으로)보다 강경한 자세로 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정답은 결국 현장에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여당이 총선 승리를 기점으로 자만하지 말고, 오로지 경제현장에만 집중해 실효성있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기간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쪽에 이견은 없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는 자동차 및 기계, 철강, 조선, 석유화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며 “코로나19에 대한 충격파는 2분기에 시작될 것”이라며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유동성 공급이 절실하며 내수촉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노동규제 완화, 환경규제의 한시적 완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기계 분야에서는 기계정비의 공공구매 확대로 기업의 숨통을 틔우고 코로나19로 인한 계약 불발 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철강 분야에서는 향후 무역전쟁이 재발할 것을 대비해 철강교역제도를 개선하고 강관 공공사업 추진을 통한 내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조선 분야에서는 중소 협력사에 대한 은행여신 공급 확대가,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나프타 탄력관세 영세율 적용, 기존화학물질의 화평법 등록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화평법의 경우 기업의 운영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유연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총선 직후 논평을 통해 “경제계는 21대 국회가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을 위해 일하는 국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우리 경제가 이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도록 초당적인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면서 “어려움에 처한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규제개혁, 노동시장 개혁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인총연합회는 “21대 국회는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복합적 경제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구심점으로서의 역할과 리더십을 발휘해 주길 기대한다”면서 “국가 경쟁력 제고라는 합리적 관점에서의 정책 수립과 의정 활동을 당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