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디스플레이 플렉시블 OLED. 출처=삼성디스플레이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일본이 선점하고 있던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넘어선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은 이제 중국의 도전에 직면했다. 저가 물량 공세로 LCD 시장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킨 중국의 도전에 일본의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고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전환을 가속화하며 격차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 첫 번째 시도가 바로 탈(脫) LCD 전략이다. 시장성을 잃은 LCD를 내어주고 프리미엄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퀀텀닷(QD) 디스플레이로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업체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다. 이 기업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관계사로,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량 상당 분을 공급 중이다. 특히 대형 디스플레이가 사용되는 글로벌 TV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합산 점유율(금액기준)이 과반에 육박한다. 또 중소형 디스플레이가 탑재되는 글로벌 스마트폰은 삼성전자가 출하량 기준 1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디스플레이 산업은 우리나라 산업 전반적으로 필수불가결한 위치에 있다.

‘탈 LCD’ 삼성디스플레이, QD 디스플레이로 전환 가속화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시장에서 거의 독점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다시 회복했지만 전반적인 LCD 가격 하락으로 침체가 예고되고 있다. 이러한 원인은 생산할수록 손해를 보는 LCD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초 삼성디스플레이는 8K, 커브드 모니터, 초대형 패널 등 프리미엄 제품군을 중심으로 LCD를 유지할 계획이 우세했다. 그러나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난립은 이런 계획을 어렵게 만들었고, 지난해 4분기 수익성이 전년 동기 대비 악화됐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불거진 LCD 가격 반등도 1분기 잠시 효과가 있었을 뿐, 이내 중국 디스플레이 공장 재가동으로 상쇄됐다. 게다가 8K 시장 저변 확대를 꾀한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로 취소되면서 중장기적인 전략 재편에 들어갔다.

▲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출처=삼성디스플레이

그런 상황에서 꺼내든 카드가 탈 LCD 전략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31일 아산사업장에서 대형사업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고 LCD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4분기부터 아산사업장, 중국 쑤저우 7·8세대 LCD 생산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 LCD 사업에서 철수함에 따라 OLED의 일종인 QD 디스플레이로 전환하면서 퀀텀닷나노LED(QNED) 개발에 집중한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0월 오는 2025년까지 QD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구축 및 연구개발 등에 총 13조1000억원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캐파(생산여력)는 7세대 월 16만5000장, 8세대 36만3000장 규모다. 내년 초까지 LCD 생산을 중단할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개발·제조 분야의 임직원들을 중소형 사업부, QD분야 등으로 전환 배치한다.

탈 LCD 전략은 일본 디스플레이 시장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시장성을 잃은 분야에서 손해를 감수하며 유지하기 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새로운 판을 짜겠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양산을 위한 장비를 꾸준히 발주하고 있다. 또 블루 OLED를 광원으로 하는 1단계 QD 디스플레이 생산을 준비 중이다. 본격적인 양산체제를 갖출 때까지 삼성디스플레이는 장악하고 있는 중소형 OLED 사업을 중심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 대형 OLED·P-OLED 투트랙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패널 분야에서 보다 빠르게 진출해왔다. LG전자의 TV 시장 점유율을 토대로 OLED TV의 강점을 마케팅으로 삼는 한편, 전반적인 중소형 OLED에 밀집된 시장을 대형 패널로 확대를 제고했다.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까지 OLED의 일종인 QD 디스플레이 생산에 뛰어들면서 OLED 시장 저변 확대가 가시화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수익성이 낮은 LCD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경쟁사가 OLED에 진출한 부분은 LG디스플레이에 오히려 수혜로 작용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전체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에서 OLED 패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4.1%, 2019년 5.7% 수준으로 낮다. 또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공장이 확장되는 2021년에도 9.4%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경쟁사의 진출로 인해 대형 OLED 시장은 더욱 확장될 것으로 전망되며, LG디스플레이는 수율을 끌어올려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게 된다.

▲ LG디스플레이 파주 클러스터. 출처=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국내 파주 8.5세대 OLED 라인에서 월 7만장을 생산 중이다. 여기에 2023년에 10.5세대 OLED 라인을 확충해 월 4만5000장을 생산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가 대형 OLED 패널을 공급 중인 업체는 최근 화웨이까지 가세해 16개사에 이른다. 또 일본 샤프, 미국 비지오, 중국 샤오미도 연내 OLED TV를 선보일 계획이어서 OLED 진영이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패널을 선도하는 한편 R&D를 통한 ‘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P-OLED)’ 제품 보강, 중소형 OLED 시장 진출에 힘을 싣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낙점한 P-OLED는 디자인 자유도가 높고 가벼운 특징 덕분에 스마트폰, 전기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중대형 OLED 패널과 함께 전략적으로 키우는 분야가 P-OLED다.

P-OLED를 통한 성과도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애플에 스마트폰향 P-OLED를 공급을 시작한 LG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OLED 패널 매출 기준 점유율이 10.8%로 전분기 대비 8.7%p(포인트) 증가하며 처음으로 분야 점유율 10%대를 돌파했다. 또 지난 2월에는 미국 제네럴모터스(GM)의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캐딜락에 P-OLED 기반 디지털 콕핏 시스템을 공급하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와 P-OLED를 통해 그간 강조해온 OLED 대세화에 더욱 주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