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4.15 총선이 치러진 가운데, 이제 정치권이 경제를 살리기 위한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코로나19로 인한 대내외 충격파를 극복하고 말 그대로 경제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 사진=박재성 기자

총선 이후의 정치지형

4.15 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 등 여당이 사실상 승리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상파 방송사 출구조사를 보면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당이 지역구에서 139석~158석을, 비례대표에서 16석~20석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미래통합당과 한국당은 지역구에서 107석~130석, 비례대표는 17석~21석이 전망된다.

정의당은 지역구에서 5석~7석, 비례대표는 4석~6석이 예상된다. 지역구 의원을 내지않은 국민의당은 비례대표에서 2석~4석을 낼 것으로 보이며 열린민주당은 비례대표에서 1석~3석이 유력하다.

이번 선거가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당의 승리는 곧 문재인 정부의 자신감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안정적 정국 주도권을 확보해 본격적인 집권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 지방선거에 이어 올해 총선까지 승리하는 기염을 토하게 됐다.

여당은 초반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여론의 흐름이 심상치 않았으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적극적이고 투명한 정부의 방역에 찬사가 쏟아지자 이를 반등의 기회로 삼는 것에 성공했다.

반면 미래통합당 등 야당은 선거운동 내내 정권심판을 내세워 총력전을 벌였으나 선거 패배로 대혼란이 불가피해졌다. 해체에 가까운 보수진영의 이합집산, 혹은 분열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혼란에 빠진 보수진영의 새로운 간판을 두고 대권잠룡들의 치열한 물밑경쟁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출처=삼성

흔들리는 경제

4.15 총선은 끝났지만, 경제 위기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발' 쇼크는 이제 시작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산업연구원이 15일 발표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분기 경영환경지수는 71을 기록, 전 분기(84) 대비 13포인트 급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출 현황 BSI도 85에서 70으로 떨어졌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KDI 경제동향 3월호'를 통해 1월만 해도 국내 경제의 부진이 완화되는 분위기를 보였으나 코로나19로 인해 2월부터 최악의 시간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104.2에서 96.9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 산업의 충격파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조선, 해운, 정유, 화학, 항공 등 기간산업들은 말 그대로 “척추가 부러졌다”는 비명이 나올 지경이다. 당장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지난달 해운업 경기실사지수(BSI) 49로 역대 최저 수치를 기록했으며 세계무역기구(WTO)가 올해 글로벌 무역량을 예측하며 최대 32%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해운 업계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국내 정유업계도 고민이 크다. 국내 1위 정유회사인 SK에너지 울산공장은 2월부터 가동률을 15% 줄이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나 뚜렷한 반등 포인트가 없다는 분석이다. 국제유가 하락세가 이어지면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에쓰오일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등 역시 위기감이 상당하다.

자동차 업계도 비상이다. 지난 2월 중국 우한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당시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 공장을 한 때 중단한 것에 이어, 이번에는 글로벌 시장의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3월 기준 국내 완성차 5사의 해외 판매는 모두 44만6801대로 집계 되어 전년 동기 대비 20.9% 줄었으며, 수출길 자체가 막히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장 가동도 속속 멈추고 있다.

전자업계도 위기다. 베스트바이 및 기타 소매점들이 코로나19 여파를 맞아 문을 닫으며 생활가전 및 스마트폰 자체가 팔리지 않고 있다. 또 올림픽 연기로 생활가전 특수도 무산되는 분위기다. 디스플레이 시장도 비상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글로벌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이 기존 95% 수준에서 80% 초반까지 밀린 가운데 전체 디스플레이 인프라가 흔들리는 분위기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일각에서는 올해 1분기 최대 4000억원 수준의 적자를 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 출처=삼성

이제 경제에 집중할 시간

총선은 끝났지만 경제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어떤 행보가 벌어질까.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며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강력한 경기부양책 가동이 벌어지며 장기적으로는 소득중심성장 기조가 계속될 전망이다.

우선 정부의 추가 추경안이 조만간 국회에 보고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긴급재난금 지급을 시작으로 정부의 파격적인 양적완화 정책이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이 종료된 상태에서 일부 포퓰리즘 논란이 나올 수 있지만, 현 상황으로는 큰 무리없이 추진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소득중심성장 중심의 장기적인 경제 모델을 고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경제의 기초체력을 떨어트린다는 비판을 받는 소득중심성장을 고수할 것인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그 연장선에서 선거가 끝난 지금, 이제는 경제를 위한 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경영계는 21대 국회를 이끌어갈 국회의원 300명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이번 선거 결과는 민생과 경제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기업들이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견실한 경제발전과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 조성을 건의한다. 나아가 국가 경쟁력 제고라는 합리적 관점에서의 정책 수립과 의정 활동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1대 국회가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을 위해 일하는 국회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경제와 민생을 회복하고 한국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야하는 시기에 21대 국회의 책임이 막중할 수밖에 없다. 민생법안을 잘 처리하는 ’일하는 국회’,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현장국회’, 국민을 보고 큰 정치를 하는 ’대승적 국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금의 상황은)개별 기업의 힘만으로 극복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도록 초당적인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어려움에 처한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규제개혁, 노동시장 개혁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