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중심의 신규 주택 시장에 리모델링이라는 새로운 틈새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1기 신도시 등을 비롯해, 재건축은 이르지만 충분히 노후화된 아파트가 증가하면서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통념과는 다르게 리모델링 시장은 재건축의 대안이 아닌 별도의 수요가 있는 독자적인 시장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리모델링을 통해 탈바꿈한 일부 단지들이 하나 둘씩 늘면서 주택 시장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잠재적 리모델링 수요 증가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의 물리적인 성능은 유지하되 사회적인 성능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재건축과는 달리 준공 후 15년이면 리모델링이 가능하다. 재건축 요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90년대 초반에 준공된 노후주택이 증가하면서 시장에 리모델링이 가능한 단지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 출처=부동산114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2000년까지 9년간 매해 35만 가구가 넘는 아파트 입주가 이루어졌다. 90년대에 대량의 아파트 입주와 준공이 집중되었다는 의미다. 재건축은 불가능하지만 노후화되거나 재건축의 최대 용적 상한률인 300%를 넘는 단지들이 시장에 속속 등장하면서 리모델링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A 건설사 관계자의 주장이다.

해당 관계자는 “최근 경향을 보면 몇 년 전부터 80년대 후반 준공 단지들에서 성공적인 리모델링 사례가 나오고 있다. 90년대에 준공된 단지들도 리모델링 시점이 다가오면서 긍정적으로 리모델링을 검토하는 경우가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효과는 신축에 버금


리모델링이 재건축과 비교해 가지는 비교우위는 ‘가성비’라고 할 수 있다. 요건과 절차가 까다로운 재건축에 비해 절차나 규제 등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각종의 인·허가 기간도 짧은 편이기 때문이다. 한국리모델링협회 등에 따르면 수직증축의 경우 안전진단에서 B등급 이상, 수평증축은 C등급 이상만 획득하면 사업이 가능하다. 최소 연한 또한 재건축의 절반인 준공 후 15년 이상이다.

절차 등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데 반해 증축을 통해 커뮤니티나 주차장을 증설하거나 스마트 홈네트워크 등으로 주거여건 개선 이외에도 추가적인 가치 상승도 창출할 수 있다.

▲ 리모델링을 추진중인 성남시 분당구 느티마을 3,4단지.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실제로 분당 등의 1기 신도시는 물론이고 최근 풍선효과로 매매가격이 상승한 지역에도 리모델링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풍선효과의 대표 지역인 수원 영통에는 최근 신나무실 주공 5단지와 벽적골 8단지 등이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용인 역시 수지구 일대를 중심으로 ‘도담아이파크’와 ‘죽전파크빌’ 등이 리모델링 사업을 검토 중이다.

수원, 용인 등의 경우와는 다르게 일부 지역은 리모델링이 지역의 풍선효과를 견인하기도 한다. KB 리브온 등에 따르면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의 우륵 아파트의 경우 리모델링 호재로 해당 아파트의 매매가격이 상승하기도 했다.

가장 활발하게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 역시 아직 인허가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단지들의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현재 분당구 일대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단지는 정자동의 느티마을 3,4단지와 한솔마을 5단지 야탑동의 매화마을1단지, 구미동의 무지개마을 4단지 등이 있다.

정자동의 한솔마을 5단지 근처의 한 중개업소는 “느티마을 3,4단지는 현재 전용면적 59㎡가 10억원대에 육박한다. 한솔마을 5단지 역시 84㎡가 8억5000만원대로 리모델링 사업 향방에 따라 가격 오름폭이 컸다”고 말했다.


서울 ‘주거 여건’, 경기 ‘가치 상승’에 주목


▲ 리모델링을 추진중인 성남시 분당구 한솔마을 5단지.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1기 신도시와 수도권뿐만 아니라 서울의 리모델링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다. A건설사 관계자는 도시 계획적으로 주거여건이 잘 형성된 신도시는 분당 등을 제외하면 리모델링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당 관계자는 “신도시는 의외로 리모델링 수요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90년대에 시작한 신도시 등은 도시 구획 등이 비교적 잘 정비된 축에 속한다. 리모델링 사업지의 공통적 문제는 주차 시설과 협소한 구조인데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신 앞으로 리모델링 시장에서 서울의 수요에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이나 용인 등의 경우는 소규모로 지어진 단지들도 많고 주거 여건에서 다소 열악한 아파트들이 다수 있다. 이런 점에서 리모델링 수요가 있을 것“이라면서 ”강남권은 재건축 수요가 많겠지만 비강남권에서는 노후 아파트 위주로 리모델링 수요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용인 등 일부 경기 지역의 리모델링 수요는 집값 띄우기 목적도 크다”면서 “서울의 경우 굳이 리모델링이 아니어도 시세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리모델링 본연의 목적에 맞는 주거 여건 개선 수요가 주를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B 건설사 관계자는 “용인이나 광명, 영통 등 1기 신도시 이외에도 서울에서도 리모델링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기존 서울의 리모델링 수요가 강남과 한강변 위주로 많이 진행됐다면 최근에는 그런 지역 이외에도 상당히 많은 지역에서 다양한 이유로 리모델링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