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코노믹리뷰DB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코로나19로 손해보험사들이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와 의료기관 이용량이 줄어들어 자동차보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안정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로 영업력 약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되레 장기인보험 신계약은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무리 그래도 코로나19로 보험사들이 좋아질 게 있을까요?”

손보업계 관계자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악영향이 지배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 1분기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전년 동기보다 악화됐다. 대면영업이 어려워지면서 3월 절판마케팅 효과 감소에 장기인보험 실적도 떨어졌다. 불황에 보험해지도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반사이익은 단기적 현상일 뿐 손보사들이 특수를 누렸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 자동차보험 손해율 하락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상위 손보사 5곳의 3월 자동차보험 손해율(가마감)은 평균 79.3%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 86.4% 보다 약 7.1%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업계에서 보는 적정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6~80% 수준이다.

지난달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내려간 것은 코로나19로 야외활동이 줄어들면서 차량이용량도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 기간 상위 손보사 5곳의 접수된 자동차사고 건수는 31만2406건으로 전년 동월 38만1771건 대비 18.25% 줄었다. 감염 우려에 병원 이용량이 줄어들면서 일명 ‘나이롱 환자가’ 감소했다는 분석도 있다.

◇ 장기인보험 실적 개선

손보사들의 장기인보험 실적도 증가했다. 삼성화재의 1분기 장기인보험 원수보험료는 457억4900만원으로 전년 동기 413억5600만원 대비 10.62%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의 장기인보험 원수보험료는 303억3500만원으로 전년 동기 251억2300만원 보다 20.75% 늘었다. DB손해보험의 장기인보험 원수보험료는 357억5900만원으로 지난해 356억1700만원 대비 0.40% 상승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영업력 악화 우려를 감안하면 이 같은 손보사들의 장기인보험 실적은 괄목할만한 성과라는 평가다. 그간 대형 손보사들이 보험료 인하는 물론 법인보험대리점(GA)의 시책 인상 등으로 영업력을 강화했다는 점이 실적 개선에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 과연 코로나19 특수일까

이처럼 침체기를 걷던 손보업계에 단비가 내리면서 코로나19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장기적 관점으로 실상을 따져보면 손보사들이 반사이익을 누렸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토로한다.

자동차보험 손해율(가마감)의 경우 올 1분기 누적 기준으로 살펴보면 85.1%로 전년 동기 83.8% 대비 오히려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달을 제외하면 올해 1~2월 모두 전년 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았다. 지난 1월과 2월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각각 89.2%, 87.4%다. 전년 동월(87.4%, 85.1%) 대비 각각 2%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로 대중교통보다 자가용 이용자가 더 늘었다는 분석이다.

▲ 출처=손해보험협회, 각사 취합

장기인보험 실적도 올 1분기 상위 보험사 5곳 기준으로 살펴보면 전년 보다 소폭 감소했다. 5대 손보사의 올해 1분기 장기인보험 원수보험료는 1652억5700만원으로 전년 1652억7600억 대비 0.01% 줄었다.

3월 기준으로 보면 감소폭은 더 크다. 대형 손보사 5곳의 지난달 장기인보험 신계약 실적은 621억100만원으로 전년 동월 702억6500만원 대비 11.62%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설계사들의 대면영업이 약화한 탓으로 풀이된다. 특히 3월은 통상 절판마케팅의 달로 신계약이 늘어나는 기간인데, 코로나19 영향으로 그 효과가 미미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에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보험해지도 급증하고 있다. 5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와 3대 생명보험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의 지난 3월 장기해약환급금은 2조162억원으로 지난해 동월 2조3294억원 대비 29.5% 늘어났다. 보험을 만기까지 유지하지 않고 중도 해약할 경우 손해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팍팍해진 살림에 최후의 보루인 보험을 깨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종 코로나 확산이 상반기 내에 진정된다 하더라도 영업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영향을 덜 받는 비대면채널은 신계약 비중이 작고 판매하는 상품 또한 제한적이어서 대면채널 대체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적 관점에서 손보사들이 코로나19 영향으로 개선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악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