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초에 소비자들은 코로나 확산으로 집에 격리되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화장지를 마구 사들였다.     출처= Miami Herald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처음엔 비누, 손 소독제, 화장지가 미국 소매점들의 선반에서 사라졌다. 이제 이발 기계와 염색약이 날개 돋치듯 팔리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미국인들의 쇼핑 패턴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잣대 역할을 하고 있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주 NBC의 '투데이 쇼'에 출현해 "매장에서 팔리는 품목을 보면 사람들이 집에 머물면서 그들의 관심이 어떻게 변하는 지를 분명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맥밀런 CEO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식품과 소모품들을 비축한 후에야 비로소 퍼즐, 게임 등 유행을 타지 않는 오락이나 교육에 눈을 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요즘의 고객 구매 행태는 그들이 집에 격리되어 더 이상 이발소나 미장원에 가지 못하면서 이발할 시기가 지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이 머리를 깎아야 할 시기가 지나기 시작했습니다. 수염 다듬는 기계, 염색약들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거든요. 고객들의 구매 패턴이 변화하는 것을 보는 게 매우 흥미롭습니다.”

CNN이 더그 맥밀런 CEO의 말에 근거해,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지난 몇 주 동안 고객의 구매 패턴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소개했다.

1주차: 손 소독제, 비누 등 소독 제품

첫번째 사재기가 집중된 품목들(마스크, 청소용품, 손 소독제)은,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소비자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을 구입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닐슨 데이터에 따르면 3월 첫 주 동안 손 소독제 판매량이 전년보다 470% 급증했다. 분무식 소독제 제품 판매량은 385% 증가했다. 전국의 소비자들이 마치 큰 폭풍을 대비하는 듯 행동했다고 맥밀런 CEO는 말했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 9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가족 소유 체인 칸스 푸드(Karns Foods)의 영업 마케팅 담당 부사장 안드레아 칸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마치 눈보라와 폭풍이 몰아쳐 사람들이 일정 기간 동안 집 안에 갇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물건을 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럴 때 우리는 매장 선반에 물건을 가득 채워 놓느라 정신이 없지요.”

2주차: 화장지

개인용 소독제품에 대한 쇼핑이 한바탕 휘몰아친 다음, 소비자들은 화장지를 비축하기 시작했다.

일부 소비자들의 패닉 구매가 다른 소비자들의 패닉 구매를 유발하며, 화장지 사재기 열풍은 공급망에까지 연쇄 파급을 일으켰다.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있는 가정용품 제조업체 셀러즈 업소번트 머티리얼스(Sellars Absorbent Materials)의 톰 셀러스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공장들이 24시간, 주 7일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공장들이 생산 능력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생산을 늘리기 위해 추가 가동할 수 있는 유휴 시설이 전혀 없지요.”

닐슨 데이터에 따르면 3월 둘째 주에 화장지, 고급 티슈, 종이 타월 제품 등이 모두 세 자릿수 판매 증가를 보였다. 분무식 소독제 제품 판매 열풍은 이 주에도 가라앉지 않고 519% 급증했다.

▲ 이미용원이 문을 닫으면서 집에서 혼자 머리를 자르거나 다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이발 기구와 머리 염색약의 판매가 급증했다.    출처= New York Post

3, 4주차: 토스트용 햄, 제빵 반죽용 효모, 밀가루

집안 격리가 장기화하자, 소비자들의 쇼핑은 주식인 제빵 관련 제품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3월 셋째 주와 넷째 주는 제빵 반죽용 효묘(baking yeast)의 판매 증가가 두드러졌다. 제빵 반죽용 효묘는 셋째 주에 647%, 넷째 주에는 457% 증가했다. 토스트용 햄의 판매도 크게 늘어 셋째 주에 622%, 넷째 주에 413% 증가했다.

그러나 밀가루와 효모 생산회사들은 공급 부족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들은 다만 갑작스럽게 수요가 증가한 다른 제품들의 공급자처럼 늘어난 수요에 열심히 대처할 뿐이다.

제빵회사 밥스 레드 밀(Bob's Red Mill)의 구매 담당자 셰리 메릴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업계에서 공급 체인이 짧은 시간 안에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5주차: 이발 기구와 머리 염색약

토스트용 햄은 4월 들어서도 여전히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이었지만, 닐슨의 데이터는 소비자들이 외모를 가꾸기 위해 새로운 품목에 끌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닐슨 데이터에 따르면, 이발 기구 매출이 4월 첫 주에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66%로 증가했고 머리 염색양의 판매도 23%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 전역의 이발소와 미용실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으면서 미국인들은 스스로 이발사와 미용사가 되었다.

댈러스에서 미장원 엔드랜드 익스텐션(Endland Extensions)을 운영하고 있는 모니크 캠벨은 댈러스 모닝 뉴스(Dallas Morning News)와의 인터뷰에서, 미장원 문을 닫는 것이 재정적으로 피해가 크지만 상황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요즘 같은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 미용사를 부르거나 미용사에게 가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 되었습니다. 머리를 다듬기 위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