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극복한 보리스 존슨 총리

지난 4월 12일, 코로나19로 입원했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퇴원했다.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돼 자가격리에 들어갔던 존슨 총리는 상태가 악화돼, 지난 5일 저녁 병원에 입원했었다. 존슨 총리는 산소치료를 비롯한 집중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존슨 총리는 퇴원 후 트위터에 영상을 올려 퇴원 소식을 알렸다. “국민보건서비스가 내 목숨을 살린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라면서 “이 빚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의료진에 대한 감사의 뜻을 거듭 표명했다.

존슨 총리는 자신을 보살핀 의료진의 용기에 감탄했다면서 ‘무적’이라고 추켜세웠다. 또 “상황이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던 때 48시간 병상 곁을 지켜준 두 간호사분을 특별히 언급한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무척 심각한 상태였음을 밝힌 것이다.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이날로 1만 명을 넘겨, 10,612명이 됐다. 누적 확진자는 총 84,279명. 세계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1만 명이 넘는 나라는 각국의 공식집계 기준으로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영국 등 5개국이다. 중국은 3,339명이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세계 유일의 국가수반. 총리였으니까 살아 돌아왔다는 말도 하지만, 총리였기에 기를 쓰고 살아야 했다. 총리가 죽는 사태가 벌어졌다면, 영국 국민의 낙담은 그야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존슨 총리는 입원 중에도 계속 트위터를 통해서 자신의 근황을 알렸다. 그리고 국민들을 안심시키며, 영국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심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존슨 총리만큼 몸소 국민 고통을 체험한 지도자는 없다.

 

대국민 연설을 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존슨 총리가 입원한 지난 4월 5일, 엘리자베스 2세(93) 여왕은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연설을 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코로나19로 불안해하는 영국인들을 격려하면서, “후세가 우리를 매우 강인한 사람들로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적절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슬픔이 있었고, 많은 이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이 닥쳤으며, 우리 모두의 삶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온 혼돈의 시기”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이 이 도전에 응전한 방식에 대해 나중에 자부심을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후세는 우리가 아주 강인했다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매년 성탄 메시지를 녹화 방송하는 것 외에 이처럼 대국민 담화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97년 며느리인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장례식 직전, 2001년 걸프전 개전 당시, 2002년 모친인 왕대비(엘리자베스 보우스라이언 왕비) 별세 당시 세 차례만 특별 메시지를 발표한 바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남이자 왕위계승 서열 1위 찰스(71) 왕세자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자가격리 중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국민의 아픔을 모른다는 말은 나올 수 없었다. 93세의 엘리자베스 2세 연설은 그래서 국민을 움직였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

대중의 판단 착오는 국가 경영이 집단 지성의 힘으로 이루어진다고 오해하는 것이다. 절대 그렇지 않다. 국가 경영은 지도자 한 사람의 결단으로 실행된다. 강대국일수록 강력한 지도자가, 약소국일수록 유약한 지도자가 등장한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슈피겔지의 과학전문기자 게랄드 트라우페터는 이 사실을 『통찰력』에서 “역사를 바꾼 결정적인 선택들 중 80%는 직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역사는 집단 지성의 이성적 판단보다 지도자 한 사람의 감정적 결단이 동력이 되어 구축했다는 뜻.

처칠 총리가 타계했을 때, 드골 대통령은 “영국은 더 이상 대국이 아니다”라고 애석해했다. 드골 대통령은 영국에서 망명 정부를 이끌며 처칠 총리의 제2차 세계대전 지휘를 목도했다. 드골 대통령은 지도자 한 사람이 세계사를 바꾼다는 것을 체험했다.

식민지를 다 빼앗긴 영국이 세계 5대 강국으로 버틸 수 있는 것은 군사력이나, 금융 운용력 때문만은 아니다. 세계사를 바꿀 위대한 지도자를 계속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경쟁력은 위대한 지도자를 보유했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결정된다.

영국 지도자들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법부터 배운다. 영국 근현대사를 이끌어온 이튼과 해로우 스쿨에는 제1, 2차 세계대전 참전 중에 죽은 3,000명 이상의 명예 졸업생 명단이 비석에 새겨져 있다. 죽은 친구가 지키던 나라를 지켜가는 것이다.

 

코로나19, 브렉시트, 그리고 유럽 경제의 미래

2015년 노동당에 권력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던 보수당의 케머런 총리가 브렉시트를 들고 나왔을 때, 유럽연합 국가들은 정말로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행할 줄은 몰랐다. 그러나 4년 뒤, 영국 국민은 투표를 통해 51.9% 찬성으로 브렉시트를 결정했다.

브렉시트 본질을 모르는 외국인들은 영국이 죽을 꾀를 냈다고 비난했지만, 유럽연합을 살리자고 영국 경제를 위기로 몰아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영국은 유럽연합 분담금 12%를 부담하는 경제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이제 영국은 그럴 일이 없어졌다.

코로나19 감염 전인 지난 2월 3일, 존슨 총리는 런던 그리니치에서 각국 대사와 기업 최고경영자 등을 대상으로 브렉시트 이후 영국 무역협정 협상 계획을 연설했다.

“‘딜’이냐, ‘노 딜’이냐의 선택이 아닙니다. EU가 캐나다와 체결한 것과 같은 무역 관계에 합의하느냐, 아니면 호주와 같은 형태가 될 것인지가 문제입니다.”

존슨 총리는 복잡한 브렉시트 해법을 이렇게 간단하게 정리했다. EU는 브렉시트를 결행한 영국에 대해서 복잡하게 접근하고 있었지만, 영국을 대표하는 존슨 총리는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지 말라고 말했다. 영국을 EU가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캐나다처럼 대하든지, 덜 우호적인 호주처럼 대하든지 둘 중의 하나 가운데 선택하라는 것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2011년 유럽연합 탈퇴를 고심한 5개국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가 재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존슨 총리가 이끄는 영국은 브렉시트를 통해 살아날 것이다. 브렉시트 재가, 코로나19 사태 진정 연설 등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늘 존슨 총리 편이었다. 영국이 살면, 유럽연합은 위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