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식품업계가 펫푸드 사업에 뛰어 들었다 하나둘 발을 빼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수요는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시장의 대부분이 해외 브랜드가 장악하면서 결국 수입시장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반려동물 연관산업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관련 시장은 올해 3조 3753억원의 규모를 기록하며 2027년에는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반려인이 증가하면서 관련 시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다수의 국내 식품기업들도 시장 가능성을 보고 펫푸드 사업에 야심차게 뛰어들었지만, 수입 브랜드에 밀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반려동물 사료 수입액은 2011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그러나 수출액은 같은 기간 동안 1257만 달러에서 1400만 달러로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외형은 계속 커지고 있지만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외국 브랜드에 대기업들도 밀리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 CJ제일제당의 반려동물 사료 ‘오네이처(O'NATURE)’ 제품. 출처=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펫푸드 생산공장 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해당 사업부서도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도 해외 수입브랜드의 벽을 넘지 못하고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자 과감하게 사업을 접은 것이다.

지난 1988년부터 반려견 사료를 생산한 CJ제일제당은 2013년 ‘오프레시(O'FRESH)’ 브랜드를 출시하며 일반 소비자 대상 반려동물 사료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어 2014년에는 반려동물 사료 ‘오네이처(O'NATURE)’를 선보이고, 같은 해 반려묘용 사료 2종을 출시하며 펫푸드 시장에서 영역을 키워나갔다.

CJ제일제당의 지난해 사료사업으로 올린 매출액은 총 2조원 가량이지만 이 중 펫푸드 사업 매출은 100억원대로 전체의 0.5%에 그쳤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매출 악재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으로, 대신 회사 주력 가공식품사업 부문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빙그레 반려동물식품 브랜드 '에버그로'. 출처=빙그레

빙그레도 지난 2018년 반려동물식품 브랜드 ‘에버그로(ever grow)’를 론칭하고 펫푸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진출 1년 반 만인 지난해 12월 철수를 결정하고 브랜드만 남겨놓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빙그레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바탕으로 성과가 나지 않던 펫푸드 사업과 HMR(간편가정식) 사업에서 철수했고, 오히려 건기식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동원F&B가 지난 2014년 론칭한 '뉴트리플랜' 브랜드는 2020년까지 연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지만, 현재 연 200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 동원F&B는 캐나다 뉴트람사 제품을 국내 독점 유통하고 있다. 출처==동원F&B

지난 2017년 시장에 뛰어든 하림은 초반에 비해 매출은 선방하고 있지만, 적자는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하림펫푸드의 지난해 매출액은 103억 2700만원으로 이는 2018년 매출 22억 8400만원에 비해 무려 4.5배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매출 증가세에서도 영업손실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73억원으로 2018년의 74억 37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매출에 비해 매출원가 비중이 높은 것이 영업적자의 주된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 하림펫푸드의 '더리얼 그레인프리 돼지고기' 제품. 출처=하림그룹

업계는 국산 브랜드들이 펫푸드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에 대해 수입 브랜드에 비해 제품의 다양성이 낮은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제조시설에 대한 경쟁력도 필수적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사업 초기 영업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소비자들은 반려동물의 사료를 한번 결정하면 다른 제품으로 바꾸지 않고 일정 브랜드만 계속 사용하는 소비 성향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신제품 출시보단 자신의 반려동물이 평상시 먹던 제품만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펫사업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현재 영업적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라고 전망한다. 펫푸드 시장이 하락하기 보단 계속해서 성장할 가능성이 높고,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현재의 자금 투자는 미래를 위한 투자 개념으로 봐야한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