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유니콘은 상상속의 동물이라, 당연한 말이지만 일반적인 환경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다. 아니 유니콘이라는 생물 자체가 상상속의 동물이기 때문에 우리는 유니콘을 발견할 수도, 만질 수 없다. 흔히 말하는 유니콘 스타트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도 마찬가지다. 유니콘 스타트업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귀한 스타트업이며, 그 자체로 대단한 업적이기 때문에 상당히 희귀하다.

그러나 그 만나기 어렵다는 유니콘 스타트업이, 조만간 국내에는 득실득실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2022년까지 ‘예비유니콘’을 무려 500개나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3일 아기유니콘 200 육성사업과 예비유니콘 특별보증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한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K유니콘 프로젝트며, 아기유니콘 40개를 발굴해 각 기업 당 최대 159억원을 지원한 후 이들을 K유니콘으로 길러낸다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지원은 물론 국민이 참여하는 소위 경선의 무대도 열린다.

일단 코로나19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하는 육성 전략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또 주로 ICT 분야에 집중된 유니콘의 범위를 넓혀 소재 및 부품까지 아우르는 유니콘 전략을 수립한 것도 큰 틀에서는 좋은 전략이라는 말이 나온다.

문제는 K유니콘이라는 정책의 한계에 있다. 냉정하게 말해 정부가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준비하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스타트업의 다양한 성장 전략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는 선에 머물지 않고, 굳이 K유니콘이라는 목표를 설정한 것 자체가 패착이다. 유니콘이라는 목표가 생긴 순간, 정부는 데이터로 보여지는 유니콘의 숫자를 채우는 것에만 급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원금 누수 등 체리피커 등의 이슈로 불거질 수 있으며 나아가 진짜 의미도 상당부분 퇴색될 수 있다. 지속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지 못해도 반짝 효과로 인해 기업가치만 높게 평가받는 ‘병든 유니콘’을 정부가 결단력있게 걸러낼까? 가능성은 낮다.

정부의 스타트업에 접근하는 시각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최근 글로벌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유니콘의 탈을 쓴 조랑말’이라는 농담이 회자되고 있다. 겉으로는 그럴싸한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해 엄청난 투자를 받았으나 안으로는 방만한 경영과 비전없는 행보로 인해 무너지는 스타트업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병든 유니콘을 숫자 채우기에 급급해 일렬로 줄 세울 가능성이 높은 정부가 유니콘의 진짜 의미를 알고 체계적인 지원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까?

지금 스타트업들에게 필요한 것은 체리피커가 없는 투명하고 강력한 지원, 나아가 제대로 된 유니콘 키우기다. 아기유니콘을 억지로 육성하며 줄 세우기에 몰두하지 말고, 제대로 된 정책을 찾아야 한다. 사실 정부가 양산형 정책으로 찍어내면 유니콘이 탄생할 수 있다는 발상부터 버려야 한다. 모두 다 세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