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OTT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머무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인터넷 이용량이 폭증하는 한편 OTT를 시청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국내 OTT 사업자인 웨이브의 행보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굳이 넷플릭스를 의식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웨이브의 장단점에 주목하는 시선이 많아지고 있다.

▲ 사진=임형택 기자

승승장구 웨이브

웨이브는 지상파 방송사와 SK텔레콤 산하의 SK브로드밴드가 뭉쳐서 탄생했다. 지상파의 OTT인 푹과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가 만나 지난해 9월 정식으로 출범했다. 2023년 가입자 500만명 확보, 연 매출 5000억원 규모의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야심만만한 목표를 세웠다.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글로벌 사업으로 압도적 경쟁력을 갖춰갈 것”이라면서 “국내 OTT산업 성장을 선도하고, 글로벌 시장에도 단계적으로 진출하는 등 콘텐츠 파트너들과 함께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 웨이브 출범은 일종의 승부수다.

지상파 방송사는 직접수신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상황에서 콘텐츠 주도권도 일부 케이블 PP 등에 빼앗기는 상황에서 ‘무료보편의 지상파 방송(KBS와 EBS는 수신료를 받는다)’이라는 대전제를 깨고 푹을 통한 유료 비즈니스 모델을 가동한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SK텔레콤의 강력한 ICT 시스템을 받아들여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계획이 나왔다.

SK텔레콤도 5G 시대를 맞아 다양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하는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나설 필요가 있었고, 이러한 전략적 선택이 웨이브 출범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출범 후 반 년을 넘긴 웨이브는 일단 합격점을 받고 있다. 푹과 옥수수의 유료 가입자를 상당부분 끌어안는 한편 간단한 요금제,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을 연이어 공개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웨이브는 지난해 9월 출범 후 반 년 만에 유료 가입자가 2배 이상 급증했다.

무엇보다 지상파 콘텐츠를 전면에 걸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OTT가 각 콘텐츠의 성향에 따라 플랫폼 강점을 다변적으로 가져간다는 것을 고려하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는 지상파 콘텐츠를 통한 웨이브의 플랫폼 전략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현재 외국 드라마를 사랑하는 이들은 넷플릭스를, 국내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은 왓챠를 찾고 지상파 콘텐츠를 즐기는 이들은 웨이브를 찾아가고 있다.

국내 OTT로 출발했으나 글로벌 동맹을 통한 활로 모색도 이뤄지고 있다. 몇몇 국가를 중심으로 초보적인 글로벌 서비스를 제한적으로 시작한 가운데, 12일 세계적인 미디어 회사 ‘NBC유니버설’과 만났기 때문이다.

NBC유니버설과 글로벌 콘텐츠 생태계 확장과 웨이브의 오리지널 콘텐츠 수출을 골자로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이 골자다. NBC유니버설은 세계적인 미디어 · 엔터테인먼트 회사 ‘컴캐스트’(Comcast)의 100% 자회사로 TV드라마, 영화, 스포츠 콘텐츠, 뉴스를 제작해 전 세계 시청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2019년 사업 매출은 약 340억달러(약 41조3000억원)에 달한다.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부장은 “이번 협력을 통해 웨이브가 한국 최고를 넘어 글로벌 유력 OTT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SK텔레콤 1000만 명 미디어 고객과 한류 콘텐츠 경쟁력을 통해 전 세계 단위의 미디어 초협력체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는 “웨이브는 콘텐츠 경쟁력 향상을 위해 글로벌 사업자와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이번 협약은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와 글로벌 진출 사업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도야마 쇼지 NBC유니버설재팬 최고경영책임자는 “웨이브와 협력해 각 회사의 사업 성장을 촉진하고, 서로의 콘텐츠 파이프 라인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한류 콘텐츠가 전 세계로 확장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웨이브와 NBCU가 만났다. 출처=웨이브

지상파, 그리고 통신과의 결합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의 국내 시장 공략이 빨라지는 가운데, 웨이브와 NBC유니버셜의 만남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많다는 분석이다.

NBC유니버셜이 웨이브의 콘텐츠를 보고 협력을 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플랫폼과 플랫폼의 연결이 아닌 플랫폼과 콘텐츠, 정확히 말해 글로벌 플랫폼이 인기가 높아지는 로컬 콘텐츠와 만난다는 점에서 넷플릭스와 스튜디오 드래곤의 만남과 비슷하다. 

웨이브가 지상파 콘텐츠와 협력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NBC유니버셜은 빠르면 이달 중 OTT 서비스 ‘피콕’(Peacock)을 미국 전역에 출시할 예정이며, 여기에 웨이브의 콘텐츠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콘텐츠웨이브는 “이번 파트너십은 시장 확대, 투자 수익 극대화, 재투자, 고품질 콘텐츠 제작으로 이어지는 콘텐츠 생태계 선순환 구조에서 가장 핵심인 ‘시장 확대’ 활로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이는 국내 콘텐츠 생태계 강화로 이어진다. 국내 제작사들은 잠재 시청자 규모가 커지는 것과 비례해 더 과감하게 투자하고,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 제작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 콘텐츠라는 강점을 통해 웨이브가 국내에서도 이용자를 빨아들이는 한편 글로벌 무대에서도 대형 플랫폼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 협약을 통해서만 보면 웨이브는 일종의 콘텐츠 제작자로 활동하는 분위기라 봐도 무방하다. 이는 자체 콘텐츠 전략에는 상당한 우군이 되어줄 수 있으나, 플랫폼 자생력과는 큰 관련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통신 인프라와의 결합도 관전 포인트다. 웨이브의 모태가 SK텔레콤에 있으며, SK텔레콤은 5G를 중심으로 통신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는 중이다. 이를 통해 네트워크 슬라이싱 및 다양한 ‘우대정책’을 가동하면 SK텔레콤과 웨이브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는 망 중립성이 지켜져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이런 가운데 SK텔레콤과 만난 웨이브의 ‘시너지’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국내외 CP(콘텐츠제공자)들이 통신사와 같은 ISP(인터넷서비스제공자)가 과도한 망 이용료를 받고 있다며 비판하는 가운데,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는 망 이용료를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으며, 넷플릭스에 합당한 망 이용료를 제공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넷플릭스는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냈다. CP인 넷플릭스가 ISP인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료를 내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된 다양한 논란이 나오는 가운데, 망 중립성이 지켜져야 한다는 진영에서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이용료 분쟁이야말로 통신사와 OTT의 만남이 얼마나 위험한 사례인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한다.

SK브로드밴드 중심으로 보면, SK브로드밴드는 ISP 입장에서 넷플릭스에 망 이용료를 요구하면서 모회사인 SK텔레콤은 웨이브와의 시너지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CP들 사이에서 ‘통신사들이 내 서비스는 키우고 남의 서비스는 압박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며 일정부분 부당경쟁으로 보일 소지도 있다. SK텔레콤이라는 통신 인프라와 만난 웨이브는 그 자체로 수혜(네트워크 슬라이싱 등)를 받지만, 이 수혜 자체가 민감한 망 중립성 논란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여전한 그림자

웨이브는 국내서 시작된 OTT 중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막강한 지상파 콘텐츠와 통신 인프라와의 결합, 여기에 두둑한 자금력은 물론 글로벌 시장을 타진할 수 있는 경쟁력도 보여줬다.

다만 단기적 관점에서 웨이브가 넷플릭스 및 디즈니 플러스 등 글로벌 사업자와 비교하기에는 아직 ‘덩치’는 크지 않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는 각 OTT 사업자들이 자신의 경쟁상대를 미디어 시장이 아닌 전체 스트리밍 시장으로 규정한 것을 고려하면 심각한 도전이다. 국경을 넘나들며 ‘이용자의 시간’을 빼앗기 위한 글로벌 OTT의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 규모의 경제를 웨이브가 어떻게 넘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웨이브가 OTT로 활동하지만 아직 요금제 외 별도 과금 형태를 고수하는 등 소소한 약점도 많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본격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이 벌어지면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 OTT 시장 수성도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