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松-적토2, 88×57㎝ 수묵채색

예로부터 한국의 회화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영적 교감에 바탕을 두고 발전되어 왔으며, 자연에서 진실을 찾고 자연의 섭리를 작품의 내적소통의 원리로 받아들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특히 산수화에서 보여지는 신비함과 경이로움은 우리 민족의 자연에 대한 겸허한 마음과 자세를 잘 보여주고 있는 하나의 흔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며, 어느 미나 미적가치를 이상화하기보다는 정신적 기의 충만에 더 비중을 두고 있었음을 얘기한다.

▲ 반영, 140×68㎝

이번에 예향 목포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갖는 작가는 우리전통회화의 본령인 전통 산수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실경 산수화 화풍을 견지해온 작가다. 그는 산수화뿐만 아니라 인물, 화조, 사군자 등 다양한 전통 회화 장르를 현대적 감각으로 능숙하게 소화해내고 있는 요즘 보기 드문 역량 있는 청년작가 중의 한사람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사생을 바탕으로 한 현장감이 돋보이는 실경 산수화풍을 위주로 담백한 용묵법(用墨法)과 힘이 넘치는 묵필의 사용을 보여주고 있으며 문인화의 정신세계에서 비롯된 사의적 경지를 회화에 적용한 듯한 고요하고 은은한 기풍의 설경 등을 선보이고 있다.

엷은 담묵(淡墨)과 몰골법(沒骨法)을 이용하여 그려낸 두 그루의 낙락장송이나 공간의 여백과 운필의 조화가 자유로운 늦가을의 정경, 푸르거나 붉은 황토 빛 논밭이 고향정서를 대변해주는 봄 풍경 등은 짙은 어둠 속에서 외로이 빛을 발하고 있는 달밤의 정경과 함께 그의 화면의 절제된 완성미를 더해주고 있다. 다양하고 감칠맛 나는 먹빛의 조화를 통하여 그의 조형세계를 더욱 심도 있는 세계로 이끌어 감을 보여준다.

▲ 산이면 소견1, 123×33㎝

또한 출품작들에서 볼 수 있는 향토적 정서가 내재된 담채재의 부드러움과 농익은 먹색의 조화, 절도 있는 용필의 운용은 그의 화면에서만 느낄 수 있는 회화적 특징들이며 일견 고고하고 사실적인 화면 속에서 전해져오는 적막하고 스산한 기풍은 그의(한국화가 강금복,KANG KUM BOK,은산 강금복,Eunsan KANG KUM BOK,隱山 姜錦福)내적 고뇌가 현실상황과 부딪히며 나타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글=장영준(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