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 116.5×90.7㎝ oil on canvas, 1984

이석주는 초기 작품에서 작가 자신의 일상적 환경을 그렸다. 그에게 일상은 애증이 교차하며 속박하는 굴레 그 자체였으며, 그러한 일상적 체험은 일종의 강박관념으로 나타난다. 그의 작업을 지켜본 평론가는 작가가 이로부터 벗어나려고 강박관념의 대상을 그리게 되었다고 분석한다.

▲ 벽, 55×60㎝ oil on canvas, 1978

“갈등과 긴장, 혐오감과 기대감의 교차, 피해와 가해의 끝없는 숨바꼭질, 환멸과 애정이 사물과 그림자처럼 공존하는 타인과의 관계, 도심의 거리, 타인과 만나고 헤어지는 전철의 계단, 어둑한 카페의 불빛과 희미하게 드러난 탁자와 의자에 버려진 쓰레기들은 그를 둘러싸고 있는 구체적인 일상의 모습들이었다. 그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자신을 점령하며 그를 속박하고, 정돈하고, 주체로 만들고, 해방의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그 일상을, 그 구속의 실체를 작품화하기로 결심하게 된다.<함세진, 존재의 확인에서 해방까지, 공간 1993년 9월>”

▲ (위)벽, 100×80㎝ oil on canvas, 1980 (아래)일상, 72.7×60.6㎝ acrylic on canvas, 1981

이석주는 초기 작품인 ‘벽’연작에서부터 벽을 치열하게 그림으로써 역설적으로 벽이 상징하는 상황을 넘어서게 하는 계기를 발견한다. 그는 벽을 통해 벽과 대립되는 상태를 지양한다. ‘벽’연작이후의 작품에서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인물이나 풍경을 형상화한다. 이러한 소재들은 기괴한 사실주의풍 작품으로 제작되어, 본질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인간상을 표현하는데 이것은 작가의 내면적 상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 일상, 162×130㎝ acrylic on canvas, 1986

이석주(서양화가 이석주, 이석주 화백,ARTIST LEE SUK JU,이석주 작가,李石柱, 하이퍼 리얼리즘 이석주,Hyperrealism Lee Suk Ju,극사실회화 1세대 이석주)의 초기작품들이 도시적 일상에 갇혀 있는 인간, 권태, 쓸쓸함, 진정한 것의 부재를 형상화했다면 1980년대 후반 이석주의 작품은 이와는 대조적으로 힘의 분출을 드러낸다.

팝적인 기물에 둘러싸여 묻힌 육체의 단편들, 터질 것 같은 에너지는 화면에 긴장감을 불러온다. 작가의 이런 의도는 일상의 소재 속에 묻혀 파편화된 신체와 힘의 분출로 표현되면서 동시에 해방을 상징한다.

<한국근현대미술의 미의식에 대하여-한국 리얼리즘미술과 신형상미술의 미의식에 대하여 中, 이주영 지음, 미술문화刊, 202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