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망 이용료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대상으로 13일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SK브로드밴드와의 협력을 이어가면서도 '할 말은 해야 겠다'는 취지다. 관련 사실은 방송통신위원회에도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냈다. CP(콘텐츠제공자)인 넷플릭스가 ISP(인터넷서비스제공자)인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료를 내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는 내용이다. ISP는 이미 가입자로부터 가입료를 받고있기 때문에, CP가 또 망 이용료를 낸다면 이중지불이라는 논리다. 또 지속적으로 SK브로드밴드와 관련된 협의를 했으나, SK브로드밴드가 이를 외면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제의 핵심은 망 이용료다. 

넷플릭스는 CP가 망 이용료를 ISP에 제공하는 현실이 왜곡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ISP가 당연히 망의 운영을 위한 책임을 지고, CP는 양질의 콘텐츠를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책임을 지는 상태에서 ISP가 CP에 망 이용료를 내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이다.

이 문제는 망 중립성 논란과도 관련이 있다.

ISP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망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 존재하지만, 이는 최근 무너지고 있다. 특히 5G의 등장으로 네트워크 슬라이싱 등 다양한 5G 기폭제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며 망 중립성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망 이용료 대가 제공 불가 원칙은 ISP의 망 중립성 강화를 전제로 한 것이며, 이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온다.

국내 CP들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이들은 지금까지 글로벌 CP들이 망 이용료를 내지 않고 있으며, 이는 막대한 망 이용료를 내는 국내 CP의 사정을 고려할 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외 CP들이 힘을 모아 ‘망 이용료가 너무 높다’는 비판을 하는 중이다.

정리하자면, 최초 ISP들이 출혈을 염두에 두고 유치에 혈안을 보이던 글로벌 CP들이 지금은 '트래픽 비용 잡아먹는 하마'가 된 상황에서, ISP를 중심으로 이제는 합당한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기서 국내 CP들은 글로벌 CP가 망 사용료를 적게 낸다는 지적에서 나아가 "ISP가 너무 높은 망 사용료를 요구한다"고 선회한 상태다. 그 연장선에서 넷플릭스의 반격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한편 넷플릭스는 ISP에 망 이용료를 납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하는 한편, 오픈 커넥트의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캐시서버 체제로도 막을 수 없는 시대의 대세라는 주장이다.

사실 국내 통신사, ISP들은 국내 인터넷 환경이 척박하던 시기 글로벌 CP들을 유치하기 위해 캐시서버를 통한 협력관계를 타진한 바 있다. 이 마저도 대부분의 캐시서버 유지료를 ISP들이 기꺼이 부담했다. 구글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글로벌 CP를 찾는 가입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책이다.

문제는 국내 인터넷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ISP들의 캐시서버 부담 비용이 커지고, 늘어난 가입자와 비례해 망 부담도 급증하며 시작됐다. 그러자 ISP들은 페이스북 및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CP들도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국내 CP처럼 합당한 망 이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는 이 대목에서 망 이용료를 내지 않는 대신 오픈 커넥트를 제안했다. 지난해 11월 SK브로드밴드가 방통위에 넷플릭스와 불거진 망 이용료 갈등을 중재해달라는 재정 신청을 할 당시 넷플릭스는 입장문을 내어 “우리는 전 세계에 걸쳐 네트워크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1000곳 이상의 ISP들과 협력하며 오픈 커넥트 프로그램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망 트래픽 부하를 현저히 줄임과 동시에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는 ‘윈-윈' 인 방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픈 커넥트는 단방향 스트리밍 서비스에 특화되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넷플릭스 회원들은 유튜브처럼 콘텐츠를 업로드하거나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 넷플릭스가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스트리밍해 즐기는 ‘한 방향' 형태로 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이는 트래픽의 총량을 미리 예측하기 편리하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수년간 전 세계 통신 네트워크 사업자들과 협력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혁신적인 오픈 커넥트는 넷플릭스 카탈로그를 소비자와 최대한 가까운 위치에 저장한다. ISP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소비자는 빠르고 고품질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윈-윈’ 방안”이라면서 “넷플릭스는 LG유플러스, LG 헬로, 딜라이브와의 협력 사례(최근 CMB가 넷플릭스의 오픈 커넥트에 편입됐다는 말이 나오지만 아직 계약이 끝나지 않았다)와 마찬가지로 수차례에 걸쳐 SK브로드밴드에 협력을 제안해 온 바 있다. 비록 부득이 소를 진행하게 됐지만, 넷플릭스는 공동의 소비자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며 협력 방안도 지속해서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묘한 지점이다. 사실 오픈 커넥트는 국제 망에 대한 비용을 ISP가 치른다는 점에서, 국내 ISP들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 망 이용료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설명대로 유튜브와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오픈 커넥트의 강점은 분명히 존재하며, ISP의 네트워크에 걸리는 부하는 줄이는 한편 넷플릭스 이용자들의 만족을 끌어내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SK브로드밴드는 지속적으로 오픈 커넥트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1월 SK브로드밴드가 방통위에 중재 요청을 할 당시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오픈 커넥트를 무상으로 제안했으나, 이는 무상으로 기술을 제공하고 무상으로 우리의 망을 쓰겠다는 것"이라면서 "LG유플러스 등 국내 ISP도 오픈 커넥트를 활용하고 있다지만 이들은 모두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는 파트너며, SK브로드밴드에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지금도 SK브로드밴드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만간 방통위의 중재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CP가 망 이용료를 ISP에 납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관행’이라는 넷플릭스의 논리에 시선이 집중된다. 아울러 국내 인터넷 시장 초반, 무리하게 글로벌 CP를 ‘영업’해 국내 CP와의 망 이용료 형평성 문제를 방치한 ISP 책임론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