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 14~17일에 주요 20개국(G20) 전세계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들이 화상회의를 열고 심화되고 있는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사진은 지난 달 26일 열렸던 G20 화상회의 장면.   출처= G20.org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개발도상국의 수십억 명의 건강과 재정이 붕괴될 위기에 처하며 지구상 국가의 거의 절반이 긴급 구호 자금을 호소하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도 1930년 대공황 이후 최악의 불황을 맞을 것이라고 예고하는 가운데, 수 십개 신흥국가들은 궁극적으로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만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인도, 레바논 같은 개도국들이 현재의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선진국에 진 부채를 갚지 못하면 선진국들의 회복마저 발목이 잡힐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개도국 정부 채권에 대한 채무 불이행이 이어지면 월가의 주식과 채권 가격이 폭락하게 될 것이다. 또 가난과 질병에서 탈출하는 불법 이주자들이 늘어나면서 세계 경제를 수 년 동안 마비시킬 수도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을 휩쓸고 전세계로 확산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90여 개국이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IMF는 신흥 개발도상국들이 올해 IMF에 요청한 금액이 2조 5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1990년대 이후 여러 차례의 금융 쇼크를 겪으면서 많은 개도국들이 외환 보유고를 비축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수천억 달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커질수록 이 수치는 더 늘어날 수 있으며, 이는 수입품에 대한 지불 능력과 외채 상환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 IMF 수석이코노미스트 마우리 옵스펠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사느냐, 죽느냐를 가르는 기점에 서 있다”라며 “아마도 2차 세계대전 이후 겪어보지 못한 최악의 세계 금융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MF 이사회는 이미 1조 달러의 긴급 자금지원 프로그램을 두 배로 늘릴 것을 승인한 상태다. IMF는 빠른 속도로 지원을 실행할 계획이며, 그 동안 지원받는 국가에게 힘든 개혁을 요구하며 악명(?) 높았던 전통적인 IMF 구제 방식과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이번 긴급 자금을 빌린 국가가 긴급 지원 자금을 상환하면 곧바로 다시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다.

IMF 이사회는 또 13일, 아프가니스탄과 시에라리온 등 25개 빈곤국들의 6개월 채무 상환을 위한 5억 달러의 ‘특별재난기금’을 승인했다.

이번 주 14~17일에 주요 20개국(G20) 전세계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들이 화상회의를 열고 심화되고 있는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IMF는 이미 가난한 나라들이 부유한 나라들에게 빚진 수십억 달러의 채무 상환을 올해 연기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러한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코로나19 경제위기에 맞서 IMF가 당장 해야 할 일 3가지를 제안했다. IMF 특별인출권(SDR·IMF가 발행하는 일종의 가상통화) 한도를 대폭 늘리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지원 대상이 아닌 여타 신흥국에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며, 의료·경제 지원 사각지대에 있는 아프리카 최빈국 구제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신흥국 위기를 막기 위해 연방준비제도(Fed)가 일정 역할을 해왔다. 기축통화국을 비롯해 한국·브라질·멕시코·싱가포르 등 일부 신흥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통화스와프를 맺은 국가들은 자국 통화를 담보로 4000억 달러를 연준으로부터 인출했다. 연준은 이와 별도로 대부분의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담보로 임시로 달러를 공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통화스와프도 맺지 않고 미 국채 보유량도 많지 않은 나라들은 IMF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뉴욕 PGIM 채권 투자(PGIM Fixed Income)의 나단 시트 이코노미스트는 "물론 IMF가 첫 번째 방어선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G-20의 공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