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서 [효율]이라는 표현을 할 때 [파레토효율(pareto efficiency)]의 상황을 가정한다.파레토 효율이라는 것은 간략하게 보면 자원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진 최적의 상태를 가리킨다.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주로 대포와 버터라는 전혀 다른 두 개의 재화를 생산하는 국가를 가정하는데 , 만일 대포의 생산수준을 유지하면서 버터를 더 만들 수 있다거나 버터의 생산이 유지되면서 동시에 대포의 생산이 증가할 수 있다면 그것은 최적의 파레토 균형은 아니다.무언가 더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다시말하면 최적의 자원배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파레토 효율이라는 것은 결국 [어떤 측면의 이익이 있으려면 반드시 다른 어떤 측면의 손실이 있어야 함을 가리킨다.이러한 파레토 효율은 생산측면에 있어 적용될뿐만 아니라 생산된 재화를 소비자들에게 배분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소비자 각자에게 최적의 배분이 이루어져 누군가 더 소비하고자 한다면 다른 누군가의 소비가 줄어들게 되는 상황이 파레토 효율인 것이다.

장황하게 파레토 효율에 대한 설명을 나열한 것은 이유가 있다.바로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35층과 50층이라는 해묵은 대립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에 더해 재개발 사업인 서울 성수동의 성수전략구역에서 새롭게 갈등이 불거졌다.

2020년 2월말 , 서울시는 서울 성수 전략구역에 대해 마스터플랜을 준비하여 연말쯤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 바 있다.총4개지구중 1,3,4지구는 서울시 건축심의와 사업시행인가를 준비하는 중이었고 , 2지구의 조합설립이 지지부진하던중 2020년 1월에 조합 총회를 위한 주민동의 75% 요건을 충족하면서 재개발 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2020년 4월 10일 , 서울시는 서울 성수동 성수전략지구 개발사업에 제동을 걸었다.즉 , 재개발 사업을 한다해도 50층으로 아파트를 짓는 것은 불가하고 [2030서울플랜]에 따라 한강변 35층을 받아들이면 연말까지 사업시행 인가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이에 따라 성수동 조합원들은 서울시의 35층 안을 받아들일지 좀 더 기다렸다가 50층을 허가받을 수 있을때까지 기다려봐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즉 35층 아니면 재개발 사업 기약없음의 상황인 것이다.

성수동 조합은 10년전 최초 발표시부터 50층으로 아파트를 건축하는 것을 가정하고 사업이 진행되어 왔고 기부채납등의 요건을 채웠기 때문에 이번 서울시의 입장번복에 당황할 수 밖에 없다.반면 서울시 입장은 도시의 미관을 해치지 않고 남산의 전망을 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최고층수 35층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와 성수조합의 균형은 암묵적으로 50층으로 형성되어 왔다.성수 조합은 강변북로 일부 지하화 사업에 필요한 비용중 1600억원을 지원하고 사업부지의 30%를 기부채납 즉 , 국가에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던 것이다.이렇게 형성된 균형을 깨고 서울시는 무조건 35층이라는 카드를 내밀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 상황은 파레토균형일까.즉 , 어느 한쪽의 이익을 해치지 않으면 다른 한쪽이 더 이익을 얻을 수 없도록 균형이 잘 이루어져 있는가.아닐 것이다.성수조합에게 일방적인 희생과 재산상의 손실을 감수시키고 서울시는 양보하는 것 없이 원하는 것을 얻는 상황이다.균형이 이루어졌다 보기 힘들다.

비관적인 전망을 하자면 , 서울시는 급할 것 없다.정치적인 면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50층으로 높게 재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서민]을 위하는 서울시장의 이미지가 손상될 수 있다.부자동네되고 부유층이 유입되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서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제대로된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 상황에서 성수조합원들은 현재 서울시장의 인가를 받아 35층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인지 , 그 다음 누군가 서울시장이 새로 취임했을 때 다시 50층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할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물론 파레토 균형같은 경제논리는 모두 무시될 것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