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코로나19로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서울 재개발 정비사업에 또 하나의 악재가 등장했다. 정부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재개발 사업장의 의무 임대주택의 비율을 높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르면 8월부터 일부 재개발 단지의 임대주택 비율이 상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총회 연기 등으로 사업이 중단된 상황에서 오는 8월까지 사업계획 인가를 받기 어려운 재개발 사업장들은 임대주택 문제도 새로운 숙제로 떠안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접근이 현재 경직된 정비사업장에 젠트리피케이션과 고분양가 등의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재개발 성지 은평구도 총회 연기에 올스톱


▲ 은평구 수색역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당초 이달 28일까지였던 분양가 상한제의 유예기간이 오는 7월 28일까지 연장되면서 분상제 적용 대상이었던 많은 정비사업장이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여전히 각종 총회 등의 연기로 여러 사업장은 사업 추진에 발이 묶인 상황이다. 강남의 대형 재건축 사업장을 비롯해, 상반기 안에 분양을 추진하려던 강북 일대의 여러 정비사업장 역시 사업 추진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당초 올해 상반기와 연내를 목표로 분양을 준비하던 정비사업장도 총회 등이 연기되면서 분양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수색 1~14구역과 증산 1~6구역을 개발하는 은평구의 수색증산뉴타운 사업 역시 코로나19로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내 분양 계획이 많은 은평구의 경우, 강동구와 함께 국토교통부 등에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 연장을 요구하기도 한 자치구다. 전체 1223가구 분양에 일반 분양분만 458가구에 달하는 수색6구역과 672가구 규모의 수색7구역이 상반기 중에 분양을 앞두고 있었지만 현재는 분양 일정이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3개월 연기됐음에도 해당 조합이 쉽사리 분양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문제 때문이다. 이미 국토부가 유예 기간 연장 천명과 동시에 총회 등의 연기 요청 공문을 발송했고 서울시 역시 오는 5월 18일까지는 각종 총회의 개최를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은평구 수색6구역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4월을 목표로 분양일정에 나섰던 수색6구역 조합 관계자는 “현재는 어떤 모션을 취하기 힘든 시점이다. 우선 당분간은 서울시에서 말한 대로 5월 초중반까지 상황을 관망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을 줄였다.

정비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증산2구역과 수색7구역 등 역시 관리처분 총회 일정을 5월 중반 이후로 늦추고 사태를 관망하는 상황이다. 증산2구역의 한 조합원은 “지난 달 26일 직원식당에서 정기 총회를 열기로 했지만 결국 모두 연기됐다. 언제 다시 총회가 열릴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연내 분양을 준비 중이던 수색13구역 등도 관련 총회 등이 어려운 관계로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수색역 인근의 한 중개업자는 말했다.


의무 임대주택 상한... “설마...사실이면 사업 접으라는 이야기”


설상가상으로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인 재개발 단지의 경우 의무 임대주택 비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비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재개발 단지에 한해 임대주택의 의무공급 비율을 확대하는 방안이 담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지역별로 규정된 의무 임대주택 비율이 최고 20% 범위까지 오르게 된다. 현재 도정법 시행령 등에 따른 서울의 의무 임대주택 비율은 10~15%, 경기와 인천의 재개발 사업장은 5~15%다. 통과된 개정안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추가로 상승시킬 수 있는 임대비율을 5%포인트에서 10%포인트로 올리는 안도 규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르면 8월부터 사업시행계획인가를 획득하지 못한 서울의 재개발 정비사업장의 의무 임대주택 비중은 해당 지자체장의 결정 등에 따라 최고 30%까지 조정될 수 있게 된다. 당장 사업 초기 단계인 많은 재개발 조합들은 이에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 한남뉴타운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한남뉴타운 일대의 한 재개발 정비사업장 관계자는 “물론 최고에 한해서 30%라지만 임대주택만 30%면 사업을 할 수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해당 관계자는 “서울 전체가 (코로나19로) 아우성인데 그렇게 되면 조합 해산해야지 사업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 채산성이 없는데 그 정도면 사업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시행령이 개정되면 국토부 장관이 규칙을 고시한 후 임대주택 건설비율을 그 고시 범위 내에서 국토부에서 확인한 후 별도로 지자체 등에 맞춰서 정하게 된다. 세부적인 계획 등은 국토부의 고시 내용이나 조건 등을 추후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직된 사업장에 고분양가, 젠트리피케이션 등 부작용 가능성”


김구철 미래도시시민연대 재건축지원조합단장은 “정부에서 부지를 마련하거나 공공부지를 활용해서 임대주택 등을 확충해야 한다. 민간 사유지 등을 가지고 임대주택 문제를 쉽게 해결하면 여러 부작용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김 단장은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 “임대 아파트 비율을 높이면 높일수록 재개발 사업의 수익성은 낮아진다. 정비사업의 원주민 입주율이 20%에 불과한데 이런 식의 접근은 원주민들이 자꾸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또 둔촌주공 사례를 보듯이 고분양가의 또 다른 원인이 된다”고도 언급했다.

김 단장은 “총회는 금지되고 인허가는 막혀 경직된 정비사업 여건에서 한남 2,4 구역과 성수 지구 등 건축심의 단계인 대부분의 대형 정비 사업장의 사업은 더욱 어려워 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