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지지부진했던 생명보험사들의 인수합병(M&A)이 가시화되면서 생보업계 판세 변화가 예상된다. KB금융지주 품에 안긴 푸르덴셜생명은 KB생명과의 합병 시 총자산 9위로 도약하게 된다. 내년 7월 통합 예정인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은 4위로 도약, 생보 '빅3'를 추격할 전망이다. 장기간 M&A시장을 표류하던 KDB생명도 사모펀드에 인수되면서 공동재보험회사로 탈바꿈, 새로운 출발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황 악화 속에서도 금융지주사와 사모펀드를 필두로 보험사 매물을 향한 러브콜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 당기순익 5위까지 넘본다

KB금융지주가 지난 10일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를 약 2조3000억원에 매입계약을 체결했다. 푸르덴셜생명의 지난해 지급여력(RBC)비율은 425%로 업계 최고수준이다. 불안정한 업황에도 불구하고 KB금융지주가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적극 나선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푸르덴셜생명의 지난 3년간 평균 순이익이 16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이번 인수로 KB금융지주의 연간 이익은 4.8%, 자기자본이익률(ROE)는 25bps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KB금융지주의 생명보험사 포트폴리오도 강화된다. KB금융지주의 계열사인 KB생명은 지난해 총 자산 기준 생보업계 17위, 당기순익 20위 수준으로 업계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총자산 기준으로 추산해보면 향후 푸르덴셜생명(21조846억원)과 KB생명(9조8295억원)이 통합될 시 양사는 흥국생명(29조4064억원)을 제치고 생보업계 9위로 도약할 전망이다. 당기순익은 1548억원으로 동양생명(1515억원)을 넘어서 업계 5위까지 넘볼 수 있게 된다. KB생명과의 합병 시 푸르덴셜생명의 기준으로 봐도 총자산과 당기순익이 각각 두 단계, 한 단계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

푸르덴셜생명의 우수한 설계사 조직을 내세운 그룹내 시너지 창출도 기대된다. 푸르덴셜생명은 생명보험협회가 부여하는 '우수인증설계사' 자격을 취득한 설계사 비율이 지난해 전체 전속 설계사의 33.8%를 차지하며 12년 연속 업계 최고를 기록했다. 또 푸르덴셜생명은 높은 자본적정성으로 향후 제도변화에 대한 우려도 잠식시킬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 서로의 빈자리 채워주나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도 내년 7월 통합하면서 생보업계 지각변동을 일으킬 전망이다.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 통합 시 지난해 기준 양사의 총 자산은 68조498억원으로 NH농협생명(64조8154억)을 제치고 업계 4위로 등극할 전망이다. 지난해 당기순익 기준으로는 3954억원으로 삼성생명(8338억원)과 교보생명(5212억원)에 이어 업계 3위로 오르게 된다.

양사는 각기 다른 영업스타일로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줄 것으로 보인다. 오렌지라이프는 전통적으로 대면영업채널에 강점을 보여왔으며, 신한생명은 방카슈랑스와 TM(텔레마케팅)영업에 집중해왔다. 주력 상품군도 다르다. 오렌지라이프는 변액보험, 신한생명은 보장성보험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양사의 설계사 연령층도 상이해 다양한 고객층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렌지라이프의 설계사 평균 연령은 약 36세, 신한생명은 46세 수준이다. 성비도 다르다. 오렌지라이프의 남성설계사 비중은 약 71%이며, 신한생명은 여성설계사 비중이 82%에 달한다.

▲ 출처= 각사 취합

◇ 10년만에 새 주인 맞이

10년째 M&A 시장을 표류하던 KDB생명도 새로운 주인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PEF)인 JC파트너스는 최근 KDB생명 인수를 위한 단독 실사를 실시했다. 이에 산업은행이 빠른 시일 내 KDB생명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JC파트너스를 선정할 것이란 전망이다.

JC파트너스로 인수될 시 KDB생명은 자본수혈부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JC파트너스는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성 보험으로 규모를 키워온 KDB생명은 2023년 도입될 새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하기 위한 추가 자본확충 부담도 큰 상황이다.

KDB생명의 변신도 기대된다. JC파트너스는 KDB생명을 공동재보험회사로 탈바꿈 할 계획을 갖고 있다. 금리하락, 보험 리스크 등을 대비하기 위한 공동재보험은 보험료 일부를 재보험사에 넘겨 운용한다. 공동재보험사는 원보험사들의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다양한 자산에 투자가 가능하다. 이는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KDB생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 금융지주‧사모펀드 '러브콜'

보험업계가 저금리‧저성장‧저출산 등 '3저'의 늪에 빠졌음에도 매각 체결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은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금융지주사들과, 재매각을 통해 차익실현을 달성하려는 사모펀드의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온경완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경험적으로 은행 지주사 비은행 M&A는 단기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는 경영권 프리미엄 등 인수자금의 적정성, ROE 희석 가능성 등이 불거지기 때문"이라며 "반면 인수가 마무리 되는 시점엔 염가매수차익 발생, 그룹 시너지 제고 및 경상이익 체력 개선 등이 부각되며 기업가치 재평가가 일어난다"고 분석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생명보험업에 대한 뿌리깊은 불확실성을 고려해도, 푸르덴셜생명의 상대적으로 탄탄한 자본력과 배당확대는 제한적인 여건 속 KB그룹의 자본활용도가 높아지는 부분에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실탄이 충분한 금융지주사들 위주로 보험사 인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 금융지주사들의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험업황 악화 속에서도 시장에 나온 보험사들의 수요는 꾸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