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외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동영상 콘텐츠 시장에 스낵컬처의 바람을 기점으로 이른바 숏폼(short form) 콘텐츠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이 아직 완전히 열리지 않았고, 또 파급효과에 비해서는 의견이 갈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범람하는 숏폼 콘텐츠의 전선은 명확하게 갈린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넷플릭스형이냐, 유튜브형이냐'의 문제다.

▲ 틱톡은 숏폼 콘텐츠의 강자다. 출처=갈무리

틱톡이 쏘아올린 공
글로벌 숏폼 콘텐츠 시장의 절대 강자는 틱톡이다. 유저 40% 이상이 10대로 구성된 젊은 플랫폼이며 15초 분량의 짧은 영상을 공유할 수 있다. 지난해 누적 다운로드만 7억5000만회를 넘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틱톡은 경쟁자이던 바인, 미어캣 등을 차례로 압도하며 시장의 강자로 올라선 사례다. 바인과 미어켓 등이 공유 기능에 방점을 찍어 기존 SNS의 문법에서 움직였다면 틱톡은 동영상 콘텐츠의 스낼컬처 트렌드에 집중해 강력한 편집 기술을 제공하는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틱톡의 개발사인 바이트댄스는 2017년 뮤지컬리를 인수하며 글로벌 서비스로 발전했다.

틱톡이 재미있는 동영상 콘텐츠의 숏폼 전략으로 인기를 누리자 최근 경쟁자들도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퀴비(Quibi)가 대표적이다.

퀴비는 올해 1월 CES 2020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드림웍스 공동창업자이자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전 회장이었던 제프리 카젠버그를 주축으로 탄생했다. 10분을 넘기지 않는 숏폼 콘텐츠를 제공하며 영화와 리얼리티쇼, 뉴스와 스포츠 콘텐츠를 제공한다. 무려 2조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상태에서 퀴비는 8일(현지시간) 정식 서비스에 돌입해 하루에만 30만건의 콘텐츠 다운로드가 이어졌다.

유튜브의 구글도 움직이고 있다. 1분 내외의 동영상을 제작·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인 쇼트(Shorts)를 출시할 전망이다. 사용자가 동영상 콘텐츠를 올리면 BGM을 제공하는 틱톡의 방식과 유사하다.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은 지난해 릴스를, 트위터도 바이트를 공개했다. 바이트의 전신은 틱톡에 밀린 바인이다.

국내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모먼트가 선봉이다. 일종의 동영상 콘텐츠 제작툴이며, 이를 바탕으로 10분 이내 동영상을 쉽게 편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M을 통해 숏폼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 출처=퀴비

전선을 구분하자
국내외 숏폼 콘텐츠가 기지개를 켜는 가운데, 이들을 유형별로 구분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 바로 '콘텐츠 제작자가 누구인가'라는 기준이다.

넷플릭스처럼 별도의 정해진 콘텐츠 제작자가 존재하는 사례는 퀴비와 카카오M이다. 이들은 숏폼 콘텐츠 제작이라는 공통점을 가지면서도 콘텐츠 제작자를 따로 분리해 일종의 단방향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일방향 숏폼 콘텐츠는 단순한 공유에 방점을 찍은 SNS 기반 플랫폼이 아닌, 말 그대로 프리미엄 숏폼 콘텐츠 시장을 개척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M의 톡TV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관계로 명확하게 '프리미엄으로 갈 것'으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퀴비의 행보를 보면 답이 보인다.

퀴비의 강력한 무기는 턴 스타일(Turn Style)이다. 무조건 모바일 기기에서만 동영상을 즐길 수 있는 가운데 동일한 장면이라도 가로보기와 세로보기의 내용이 다르게 펼쳐진다. 시청자의 시점이 3인칭, 혹은 주인공 시점으로 변하며 적극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여기에 대한 호불호는 크게 갈리고 있으나, 앞으로 넷플릭스형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은 시청자의 몰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즉 기존 시청의 틀을 부수고 스낵컬처의 짧은 유희를 전제하면서도 파격적이고 능동적인, 혹은 피곤할 수 있는 경험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틱톡, 유튜브의 쇼트나 네이버의 모멘트 등은 유튜브에서 시작된 양방향 숏폼 콘텐츠다. 이들은 시청의 사용자 경험은 평이하지만 제작자의 범위를 크게 늘렸기 때문에 제작의 사용자 경험은 더욱 파격적으로 흘러갈 수 있다. 넷플릭스형이 시청의 파격이라면, 유튜브형은 제작의 파격이 무기다.

▲ 출처=넷플릭스

라이벌은 누구일까?
퀴비가 등장하며 넷플릭스의 라이벌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숏폼 콘텐츠는 물론 일반 OTT 모두 라이벌을 규정하며 '이용자의 시간, 혹은 SNS를 하며 무료하게 보내는 시간'을 점지했기 때문에 이러한 논쟁은 표면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모두들 게임을 포함한 전체 스트리밍 시장이 라이벌이기 때문이다.

다만 단기적 관점으로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등 일반 OTT의 라이벌을 규정한다면, 숏폼 콘텐츠 중 넷플릭스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튜브형인 틱톡이나 네이버 모멘트의 경우 제작의 파격을 통한 양방향인 반면 넷플릭스형은 일반형을 토대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단기적 관점에서의 라이벌 구도는 의미가 없듯, 숏폼 콘텐츠의 단기적 관점에서의 라이벌도 그 전선을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