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의 생활시리즈-마테라(이태리), 72.7×60.6㎝ hand craft photo collage on canvas, 2020

단순한 주거나 활동 공간 그 이상 의미가 있는 친숙한 소재로써 다양한 형태의 집들이다. 추상적인 모습이 보이기도하고 비구상 또는 관점에 따라 구상(具象)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작가의 유년시절 고향마을에 대한 노스텔지어(nostalgia)를 모티프로 ‘집’에 몰입한 산물이다.

작업은 사진을 매체로 하지만 사실적 기록으로써의 것은 아니다. 마치 비늘조각을 하나하나 이어 맞추는 듯 한 방법형식을 취하는데 지극히 작가의 개인적 단상을 사진콜라주를 통해 표현한다. 지역선택, 작품화면의 비율, 오브제의 준비과정 등을 채택하고 제어하는 과정을 직접 컨트롤해서 만들어간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다시 돌아가지 못할 거야, 72×60㎝ mixed media on canvas, 2018

이미지는 작가가 여행지에서 찍은 것도 있지만 갈수 없는 곳은 컴퓨터에서 인공위성을 통해 촬영된 것을 차용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가능한 여러 종류의 가옥이나 건물을 찾아다니고 이것들을 아주 작은 크기로 수백에서 수천 개씩 프린트한 후 집의 생긴 모양대로 하나씩 수작업으로 오려낸다.

이렇게 준비된 수많은 이미지파편들을 캔버스 위에 이어 붙여 나아간다. 작품은 무수한 집들의 반복처럼 보이지만 추억과 기억 등 집에 대한 해석이 매순간 녹여져 있어 같은 작품이 두개가 나올 수 없을뿐더러 관람자에게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폭넓은 시각을 유도해낸다.

“화면의 ‘집’을 역사나 지리학적 맥락과 연결하는 것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관계성에 집착하기보다 캔버스 안에서 자유로움을 추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작업은 수행성과 반복과정으로 이것을 십 수 년 하다 보니 스스로 정화되고 승화된다고 할까. 요즈음은 담백하고 일상에서 느끼는 것들을 진솔한 마음으로 녹여내고자 한다.”

▲ 미술인 추영호

추영호 작가는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메타디자인에서 사진전공 미술학 석사로 졸업했고 현재 사진학 박사과정에 있다. 프랑스 노르망디지역 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마치고 올해 2월 귀국했다.

“중세 고딕양식마을에 머물며 기다림과 응시의 과정을 거쳐 시간을 초월한 듯한 명상적이고 더 입체적인 작품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기간 중 케스넬 모리니에르 미술관(Musée Quesnel-Morinière)에 나의 작품이 소장되었다.”

한편 작품에 스며들게 하고자하는 궁극적인 것은 무엇인가, 작가(ARTIST CHUU YOUNG HO,추영호 작가,CHUU YOUNG HO,秋永浩,미술인 추영호)에게 물어보았다.

“여러 집 풍경들의 적절한 무게감과 감정 그리고 작가로써 감각기능의 균형감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형상과 메모리의 무수한 조합으로 이루어진 집들을 재구성하는 동안, 삶을 단순한 생성과 소멸이 아닌 존재의 변화와 반복으로 이해하게 되는 때가 잦다. 그래서 나는 이 프로세스를 명상(meditation)이라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