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코앞입니다. 요즘 여러 지역의 후보들로부터 문자나 홍보물 등이 오고

있습니다. 솔직히 끝까지 살펴볼 마음이 나지 않습니다.

또한 투표는 해야겠는데, 각 당의 정책은 말할 것도 없고,

당장 내 지역 후보들에 대해서도 별로 아는 게 없는 형편입니다.

한창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봄꽃이 봐주는 사람들 없이 넘어가는 것처럼

선거철도 그렇게 지나가고 있는 이때,

우리가 어떤 일을 끝까지 선의로 하게 만드는 힘이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후보들이 그런 걸 갖고 있는지? 나 또한 걸맞게 갖고 있는지..

언젠가 들은 골퍼 최경주(50) 선수 얘기가 생각납니다.

그는 한국 선수로는 처음 미국 프로 골프투어에 뛰어들어 8승을 거두었습니다.

전남 완도 사람인데, 아버지가 미역 양식을 했습니다.

칠흑 같은 암흑의 바다로 밤에 미역 채취를 위해 함께 나갔다고 합니다.

엔진도 없는 배에 거둔 미역을 가득 싣고 노를 저어 돌아오는 겁니다.

방향을 놓치면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데,

돌아올 마을 산꼭대기 양옥집 불빛만을 똑바로 보며 있는 힘껏 노를 저었다고 합니다.

죽느냐, 사느냐가 걸려있던 겁니다. 그 절박함으로 그는 대단한 성취를 이루었습니다.

그를 생각하니 최근 집콕하며 읽은 처칠의 평전 중 한 구절도 생각납니다.

처칠은 과거 회사에서 용기하면 떠오르는 인물로 광고 모델로 활용했었는데,

그 일로 처칠 손자와 접촉한 인연으로 친근감이 들어 책을 더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2차 대전의 발발 즈음 히틀러가 극성을 부리자

영국에서는 전시 내각이 급히 꾸려지게 됩니다.

정치를 떠났던 처칠을 다시 불러들여 전쟁을 이끌라고 한 겁니다.

전권을 가진 총리로서 말이지요. 67세의 나이였습니다.

당시의 마음을 훗날 회고록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 ... 지난 6년동안 나의 경고들은 수없이 많고도 정교했지만,

이제야 무서울 정도로 옳은 것으로 드러났으니 그 누구도 내게 저항할 수가 없었다.

그 누구도 내가 전쟁을 만들어냈다고 비난할 수는 없었다.

전쟁을 제때 준비하지 않았다고 나를 질타할 수 없었다.

나는 전쟁에 대해 아주 많은 것을 이해한다고 믿거니와 실패하지 않으리라 확신했다.

그래서 새벽 세시 무렵 잠자리에 들면서 초초하게 아침을 기다렸지만 꿈도 꾸지 않고

잘 잤다. 위안을 주는 꿈이 필요하지 않았다. 사실들이 꿈보다 더 낫다.‘

꿈의 위로조차 거부한 그는 절박함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결국 승리를 쟁취했습니다.

최경주나 처칠을 보니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간절함이 짙게 보였습니다.

어려운 시기를 그 간절함이 넘어가게 했겠지요.

무엇보다 간절함이 있는 후보가 우리를 대표하기를 바라게 됩니다.

또한 내 스스로도 더 간절한 마음으로 투표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