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가능성이 커지며 국내 기간산업들이 연이어 흔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수와 수출이 동반 하락하는 한편 불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도 기회는 있고, 향후 코로나19의 확진세가 잦아들 경우 극적인 V자 반등 가능성도 점쳐진다.

위기는 2월부터...미래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KDI 경제동향 3월호'를 통해 1월만 해도 국내 경제의 부진이 완화되는 분위기를 보였으나 코로나19로 인해 2월부터 최악의 시간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104.2에서 96.9로 큰 폭으로 떨어졌고 BSI는 전월 95.5에서 89.5로 수직하락했다.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임준혁, 안시온 과장과 김하은 조사역은 한국은행 해외경제 포커스에 실린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가 주요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세계 경제에 전례 없이 큰 충격을 미칠 것"이라면서 "2차 확산이 나타날 경우 올해 중에는 주요국 경제활동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소득주도성장으로 기초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장기 불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경연은 12일 "몇년간 한국의 정책은 대공황 때 위기를 악화시킨 미국과 유사하다"면서 "세계 금융위기 때는 한국경제가 기초체력이 나쁘지 않아서 신속히 회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소득주도성장으로 인해 성장률 하락 폭이 커지던 상황이다. 금융위기 당시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데 S&P 500은 약 5년, 코스피는 약 3년 걸린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장기침체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다만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상황 전망을 두고 V자 반등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맥킨지가 3월 28일부터 29일까지 18세 이상 소비자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코로나19 한국 경제를 두고 14%는 비관적으로 봤고 25%는 낙관적으로 봤다. 61%가 불확실성에 주목했으나 비관적으로 본 사람보다 낙관적으로 본 사람이 약 10%p 더 많은 셈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도 V자 반등을 낙관하는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코로나가 통제되면 기업은 문을 열고 사람들은 일터로 돌아갈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조기에 끝나면 경제는 V자 반등을 그릴 것"이라 주장했다.

기회는 있다
코로나19,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국내 기간산업이 고통받고 있으나 위기에도 기회는 있다는 평가다.

먼저 언택트 문화를 기점으로 퍼진 ICT 플랫폼 경쟁력이다. 국내의 강력한 이커머스 및 온디맨드 전략이 탄탄해지며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노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물론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같은 몇몇 정치인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문화를 살릴 수 있는 기회인 플랫폼 비즈니스를 '우습게 보는' 분위기도 연출되지만, 큰 틀에서 한국 ICT 플랫폼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글로벌 표준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K 뷰티도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3월 화장품 수출액은 2월 대비 48%, 전년 대비 30% 올랐다. 마스크 착용 일상화가 이어지며 눈화장품 중심의 제품이 중국에 집중적으로 풀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중국 및 세계인들의 관심이 한국의 K-푸드를 알리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K 콘텐츠 파워도 강해지고 있다. 이미 방탄소년단, 영화 기생충을 기점으로 한국 소프트파워를 주목하는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제약 바이오 업계도 눈길을 끈다. 당장 한국체외진단의료기기협회는 지난해 진단키트 총 수출액(2억1663만달러)은 전년 보다 45% 감소했으나 코로나19 발생 후 올해 들어 매월 오름폭이 2배 이상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를 기점으로 K 바이오의 위상도 높아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오전 경기도 성남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열린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산·학·연 및 병원 합동 회의'에 참석해 "우리가 방역 모범국가가 됐듯이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서도 앞서가는 나라가 돼 국민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주고 위축된 우리 경제에도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러한 틈새시장 개척, 한국의 강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한편 코로나19 이후의 V자 반등을 노려야 한다는 것이 '희망론자'들의 주장이다. 여기에 기간산업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면 코로나19를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논리가 완성된다. 특히 반도체와 항만처럼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면 반드시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기간산업을 중심으로 총력전을 준비하면, 큰 무리없이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를 준비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국가기간 인프라의 타격이 너무 큰데다, 위력을 발휘하는 틈새시장도 아직은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반론도 만만치않다. 여기에 틈새시장이 승승장구하고 있으나 그림자도 여전하다는 주장이다.

제약 바이오의 경우 키트 수출을 통해 K 바이오의 위상을 쌓아 올리고 있으나, 내면에는 역시 고통에 빠져있는 장면이 단적인 사례다. 실제로 코로나19 키트가 승승장구함에도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12일 "코로나19 이후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최대 46% 급감하면서 제약산업 역시 올해 최소 1조8000억원대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