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 가능성이 커지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물론 국내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집단감염 우려에 따른 셧다운 가능성부터 부품 조달의 어려움, 나아가 판매 활로 자체가 막혀버리는 최악의 삼각파도가 덮치며 '이런 상태라면 모두 죽는다'는 두려움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업계는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 현대차 앨러버마 공장. 출처=현대차

3월 자동차 생산, 내수 모두 좋았지만...
산업통산자원부는 12일 국내 자동차 업계의 3월 성적표를 발표하며 생산·내수·수출이 모두 늘어났다고 밝혔다. 실제로 생산은 6.8% 늘어난 36만9165대를 기록했고 내수 판매는 2월 대비 19.1% 증가한 17만2912대로 집계됐으며 수출은 고부가가치 차량인 SUV와 친환경차가 수출을 견인해 1.3% 증가한 21만900대를 기록했다.

다만 반짝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개별소비세 인하효과와 일부업체의 특별할인 프로모션, 나아가 일부 제조업체의 영업일 증가 등으로 3월 고무적인 성과를 거뒀을 뿐이며 실상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 업계의 공포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2월 중국 우한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당시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 공장을 한 때 중단한 것에 이어, 이번에는 글로벌 시장의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3월 기준 국내 완성차 5사의 해외 판매는 모두 44만6801대로 집계 되어 전년 동기 대비 20.9% 줄었으며, 수출길 자체가 막히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울산5공장 2라인의 가동을 잠시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으며 무리한 가동에 나서는 것을 지양하는 한편, 숨 고르기에 돌입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소극적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 곳에서 생산되는 투싼은 미국과 중동으로 수출되지만 당분간 수요 자체가 없다는 판단 하에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자동차도 국내 공장 3곳을 일주일 멈춘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미 기아차 모닝을 위탁생산하는 동희오토가 지난 6일 조업을 중단한 가운데, 경고등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쌍용차는 12일 마힌드라의 400억원 지원이 결정되며 한 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경영정상화에 필요한 자금 중 올해 사업 운영에 필요한 400억 원에 대한 지원이 최종 결정됨에 따라 유동성 확보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여전히 리스크가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 출처=갈무리

수요 악화, 수출길 막힘, 공장 중단
코로나19가 악화되며 국내 자동차 업계는 글로벌 시장의 수요 악화에 직면했다. 미국과 유럽 등 현지 판매율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줄어들었고 아예 판매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도 연출된다. 이런 가운데 공장이 줄줄이 멈추며 발만 동동 구르는 모양새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2월 중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때 현재 부품 업체들로부터 부품 수급이 어려워 국내 공장이 멈췄다면, 지금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 자체가 위축되어 문제가 심해지고 있다는 점은 특히 우려스럽다. 유럽 슬로바키아 공장 등이 다시 가동에 돌입하며 기아차가 간신히 한 숨을 돌리는 등 고무적인 분위기도 감지되지만, 큰 틀에서 자동차를 사겠다는 곳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연쇄타격이 불가피하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얼어붙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분위기에 위축되어 공장 가동 등을 멈추는 사이, 완성차 업체들과 거래하는 부품 업체들의 타격도 벌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2차, 3차 부품 협력사들이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연쇄부도로 이어질 수 있고,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지면 국내 자동차 시장 전체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한국자동차공학회,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등 6개 기관으로 이뤄진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공장 가동 중단으로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정상적 판매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지난달에만 부품업계 매출이 최대 30%가량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이어 "정부는 기업어음(1~3차사 납품대금용) 국책금융기관 매입으로 7조2000억원, 신용보증기금의 P-CBO 매입 규모 확대로 1조원가량을 지원해야 한다"면서 "완성차 브랜드에 7조원 수준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한편 15조2000억원 이상의 자동차 수출 금융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법인세·부가세·개별소비세 및 4대 보험 등의 납부 유예도 필요하다"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장기적 관점의 후속 조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