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가격 약 2조3000억원(PBR 0.78배), 신종자본증권 발행 자본 확충

-은행 쏠림 경영 탈피, 비은행 부문 강화 균형 포트폴리오 완성

-신한지주와 '리딩 금융그룹' 경쟁 가속화

[이코노믹리뷰=진종식 기자] KB금융이 중견 생명보험사 푸르덴셜생명을 새 KB가족으로 품으며 14개 금융사를 보유한 ‘리딩 금융그룹’ 유지를 위한 포석을 확고히 했다.

KB금융은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과 자회사 편입승인 안건'을 결의하고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사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KB금융지주의 푸르덴셜생명 100% 인수 금액은 '락트-박스(Locked Box)' 방식에 의한 2019년 12월31일 기초 매매대금 기준으로 2조 2650억원이고, 이는 주가순자산비율(PBR) 0.78배 수준이다.

'락트-박스(Locked Box)' 방식은 특정일자(Locked Box Date)를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해 매매대금을 정하고 그 이후 가치 유출이 발생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매대금의 조정을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수 금액을 결정하는 거래방식이다.

최종 인수금액은 기초매매대금(2조 2650억원)과 거래종결일까지의 합의 된 지분가치 상승에 해당하는 이자(750억원)을 합산하여 지급하기로 했다. 해당 매매대금은 거래종결일까지의 사외유출금액(leakage) 등을 반영하여 최종적으로 거래종결일에 보다 낮은 금액으로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금융은 지난 2월에 후순위채 4천억원을 발행했고, 현재 3천억 규모로 신종자본증권의 발행을 진행하고 있어 인수자금 충당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조달한 실탄으로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인수 후에도 안정적인 국제결제은행자기자본비율(BIS)을 유지하여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인한 자기자본 하락을 방지할 계획이다.

KB금융의 2019년말 기준 국제결제은행자기자본비율(BIS)은 14.5%로 타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이다.

은행‧비은행 균형 포트폴리오 완성

KB금융의 새 가족이 되는 푸르덴셜생명보험은 생명보험업계 최고의 지급여력비율(2019년 12월말 RBC 425%)을 보유하고 있고, 안정적 이익 창출력, 업계 최고 수준의 우수 설계사 등 우수한 펀더멘털을 보유하여 기업내재가치가 국내 최상급 수준이며, 최근 악화된 시장 환경 속에서도 타사 대비 안정적인 생명보험업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KB금융은 그동안 KB국민은행으로 쏠린 금융업 경영 비중을 균형있게 유지하기 위해 지난 2014년 우리파이낸셜(현 KB캐피탈),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 인수 등 대형 M&A를 성공적으로 이루어 냈고, 이번에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를 통해 은행, 비은행을 아우르는 균형있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게 되었다.

KB금융은 향후 이러한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종합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한 그룹 WM아웃바운드채널 중심의 시너지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실무 조직 ‘화학적 결합’ 조기 당면과제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화학적 결합'은 조기에 종결해야 할 당면 과제다.

푸르덴셜생명은 재무설계사 조직이 강하고 이들은 푸르덴셜생명의 설계사라는 자부심도 높은 편이다. 이들 설계사들이 '푸르덴셜생명'의 네임 밸류를 잃게 될 경우 적지 않은 설계사가 법인보험대리점(GA)으로 이직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의 임직원 수는 600여명이고 전속 보험설계사 수는 2000여명으로 우수한 직원과 영업채널을 보유하고 있어서 향후 KB금융을 거래하는 많은 고객들에게 양질의 보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KB금융은 인수 후 인위적 구조조정을 지양하고 생명보험업 내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푸르덴셜생명의 직원들과 LP(Life Planner)들의 역량을 존중하며 KB금융의 축적된 금융업 노하우를 공유하며 공동의 발전을 추구할 계획이다.

‘리딩 금융그룹’ 자리 놓고 KB금융‧신한지주 간 경쟁 가속화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금융환경이 저금리-저성장으로 심화되는 상황 가운데 보험사 운영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경영전략도 KB금융의 숙제다.

KB금융 내부에서도 보험업계의 악재인 저금리 환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지난달 20일 KB금융 정기 주주총회에서 KB손해보험 노동조합 관계자가 저금리 기조로 역마진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생명보험사를 인수할 시기냐는 신중론이다.

이에 대해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우리보다 저금리를 먼저 겪은 유럽과 일본 등에서 보험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은행업보다 높다" 며 "비가 올 때 우산을 충실하게 준비한 사람들이 비의 정취를 즐길 수 있으며, 어려운 환경일수록 좋은 회사를 가지고 좋은 체질과 체력으로 가면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KB금융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K-ICS(新지급여력제도)rk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므로 우수한 자본적정성을 보유한 생보사의 경우 지금보다 기업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며 “국내 최고의 자본적정성과 우수 인력을 보유한 푸르덴셜생명과 KB금융의 화학적 결합을 통해 3500만 KB금융 고객에게 든든한 우산이 되겠다”고 말했다.

한편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를 계기로 국내 ‘리딩 금융그룹’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KB금융과 신한지주 간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일 장 마감가격 기준 두 금융지주의 주가를 비교하면 KB금융 주가는 전일 대비 1150원이 오른 1주당 3만 3650원이고, 신한지주 주가는 전일 대비 950원이 상승한 1주당 2만 9050원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