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세상 참 좋아졌다. 차가운 휴대폰 화면 위에서 기타 줄의 튕김을 느끼고 드럼의 떨림을 감지한다. 이는 딱딱한 화면에 ‘감각’이라는 키워드를 적용시킨 ‘햅틱기술’이 있기에 가능했다. 지금이야 보편적인 기능이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일이다. ‘햅틱기술’의 주역, ‘이미지스테크놀로지’가 최근에는 사업영역을 확대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주)이미지스테크놀로지는 모바일폰의 진화를 위해 꾸준히 달려왔다. 가장 먼저 개발한 것은 휴대폰의 콘텐츠를 TV에서 재생할 수 있게 한 기술(TV out). 2005년 개발이 완료된 이 기술은 회사 매출 발생의 방아쇠를 당긴 주역이었다. 독점공급업체였기 때문에 수익도 꾸준했다. 그 후에는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모바일의 영상을 TV수준으로 구현해보자 했다.

여기서는 잠시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개발 당시 모바일 LCD화면은 2인치 정도로 굉장히 작았는데, 이처럼 작은 휴대폰 화면에 화질개선이 과연 유효할까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집요한 고민 끝에 대답은 ‘예스’였다. 결국, 화질개선뿐 아니라 전력까지 절감시키는 칩솔루션인 ‘엑스뷰(X view)’를 개발했다.

‘시각’만족에서 욕심을 더 부려 봤다. 딱딱한 2차원의 스크린에서 촉감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개발한 게 ‘햅틱기술’이다. 최근들어 흔해졌지만 조금만 필름을 감아보면 이는 ‘만화 같은 상상’이었다. 햅틱(Haptic). ‘촉각의’라는 뜻이다. 사용자가 터치로써 휴대폰에 말을 걸면 휴대폰이 ‘대답’을 하듯 반응한다. 휴대폰에 숨을 불어넣은 셈이다.

2세대 햅틱기술 개발 완료 상용화 임박
이미지스테크놀로지는 삼성전자 출신 연구원들을 주축으로 2004년 설립된 반도체 설계 전문 팹리스(Fabless)회사다. 사명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선도적인 이미지처럼 ‘새로운 것을 추구하라’는 모토아래 현재에 이르렀다. 김정철 이미지스테크놀로지 대표는 “남들이 생각지 못한 기술 개발에 주력해 왔다”면서 “앞선 세 가지 기술은 이를 보여주는 성과”라고 설명했다.

김정철 이미지스테크 놀로지 대표가 최근 새롭게 진행되는 BMS와 ESS사업 분야를 안착시키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왼쪽). BMS사업부실험실(오른쪽).[사진: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특히, ‘햅틱기술’은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반향이 컸다. 2007년에 상용화된 이 기술은 스마트폰 열풍이 일기시작하면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하지만 시장은 ‘독주’를 허용치 않았다.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사가 우후죽순 생겼고 자연히 단가가 떨어졌다. 이에 따라 매출 수량은 늘어 갔지만 전체적인 매출액은 감소했다.

김 대표는 이에 “스마트폰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고 전망도 좋기 때문에 수익구조 자체는 여전히 좋은 편”이라고 밝히고 “하지만 경쟁 구도가 형성된 이상 자체적인 솔루션을 마련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치열해지는 경쟁에 맞대응해 내놓은 것이 ‘2세대 햅틱’이다. 작년에 선보인 2세대 햅틱 기술은 기존 1세대 햅틱 기술의 진동감을 넘어 질감까지 전달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모래, 유리, 고무 등 저마다의 질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햅틱’뿐만 아니다. 터치 기술 개발 또한 진행하고 있다. 터치기술은 햅틱기술과 별개다. 터치는 휴대폰에 보내는 자극방식이고, 햅틱은 그에 대한 피드백이라 이해하면 간단하다. 기술적으로 ‘터치’는 두 종류로 나뉜다. 첫째는 저항막방식, 둘째는 정전용량방식이다.

2010년 상반기 까지만 해도 저항막방식의 터치 시장이 더 컸지만 하반기로 가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이미지스테크놀로지는 시장의 반응을 발 빠르게 수용했다. 김 대표는 “현재 정전용량방식 개발을 완료한 상태이며, 프로모션 단계에 있다”면서 “2세대 햅틱 드라이버 IC, 정전용량 방식의 터치 컨트롤러의 양산을 본격화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친환경 BMS, ESS 솔루션사업 신성장동력 구축
항상 ‘무언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만 새로운 것을 무작정 좇지는 않는다. 기존의 기술을 지켜가면서 좀 더 발전된 기술을 추구한다는 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사업 분야를 확대했다. 김 대표는 “기존 모바일 솔루션 분야에서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사업 분야는 크게 두 가지다. 전기차용 배터리관리시스템인 ‘BMS(Battery Management System)’와 스마트그리드 분야의 에너지저장시스템인 ‘ESS(Energy Storage System) 솔루션’이 바로 그것이다.

‘BMS’는 쉽게 말해, 리튬(Li)계열 배터리(2차전지) 관리시스템이다. 이는, 전기자동차, 전기오토바이 및 자전거 등에 장착되는 배터리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콘트롤하는 역할을 한다. 김 대표는 “2차전지 산업의 경우 여러 대기업들에서 그룹차원의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적용되는 BMS 분야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 중견, 중소기업이 뛰어들만한 시장이라고 판단했다”고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 팹리스 회사 중에서 BMS 솔루션에 필요한 칩셋(Chipset)을 개발하고 있는 곳은 이미지스테크놀로지가 유일하다.

두 번째는 ‘ESS’. ESS는 발전소에서 공급받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이 필요한 때 전송하여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해 주는 장치다. 요컨대, ‘에너지저장시스템’이다. ESS시장 또한 사업규모가 크기 때문에 여러 대기업들에서 앞 다퉈 진출하고 있다. 자칫 안정적인 시장 확보가 어려워 보이지만 김 대표는 “대용량 시장보다는 일반 가정과 소형사무실용인 중, 저용량 제품을 선보이며 틈새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일축했다.

BMS나 ESS 자체는 반도체가 아니라 ‘시스템 솔루션’이다. 이 솔루션 안에 반도체 칩이 들어간다. 김 대표는 차후 좀 더 경쟁력 있는 칩을 개발하기 위해서 전체 시스템을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우선적으로 시스템 솔루션에 발을 디뎠다. 김 대표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반도체 기술이 이 분야에 필요한 칩 개발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현재 BMS와 ESS 또한 모두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올 상반기 중 핵심 신사업 가시적 성과 기대

김정철 대표가 수원시 영통구 소재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디.[사진: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자신 있게 출사표를 던졌지만 신사업에 따른 매출이 단번에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초기단계’라는 신중함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초기시장 단계에서 기존 기술력에 대한 레퍼런스 확대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고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분야에 포지셔닝 한다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특히 BMS 사업의 전망은 밝은 편인데 세계 전기차 시장은 2015년부터 급증하여 2020년 1000만대(현재 140만대)까지 커지고,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시장도 그 규모가 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전기자동차의 경우에는 시장형성에 있어 시간이 꽤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따라 전기자전거나 오토바이 시장을 필두로 차츰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전기오토바이 및 전기자전거 시장규모가 큰 중국을 첫번째 목표시장으로 설정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중국 내 자전거 및 오토바이의 공급량은 현재 약 1억대로 추산되며, 매년 2000만대의 수요가 새롭게 발생한다. 김 대표는 “다수의 중국 업체들과 긍정적인 협상이 오고 가고 있어 빠르면 올 상반기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ESS의 경우에도 유럽 등의 선진국보다는 전력사정이 불안정한 개발도상국과 신흥국들을 주 타깃으로 할 방침”이라고 전하고 “이 분야의 매출은 올해에서 내년께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투자유치·직원들 헌신…‘운이 좋은 회사’
창립을 앞둔 2004년 초. 지금은 사원수 55명에 이르지만 초기에는 단 4명으로 시작했다. 설립한 지 3년째 되던 해 ‘햅틱’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6년이 지난 후에는 코스닥에 상장했다. 그리고 이제는 전망좋은 신사업 계획도 발표했다. 얼핏 큰 무리 없이 걸어온 셈인데, 그간의 고충은 없었는지 궁금했다. 돌아온 대답은 다소 의외였다.


현재까지 고충이 ‘정말’ 없었기 때문. 김 대표는 이미지스테크놀로지를 “운이 좋은 회사”라고 일컬었다. 그도 그럴 것이 출발부터 순탄했다. 손에 잡히는 제품도 없고 ‘아이디어’만 있는 상황인데다, 직원 수 고작 네 명인 회사가 외국계 회사에서 투자를 받고 시작했다.

설명하자면 이렇다. 김 대표는 창립을 앞두고 투자를 받기 위해 무작정 미국으로 가 5군데의 벤처캐피탈을 돌아다녔다. ‘확신’이라는 동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장의 성과는 없었지만 좌절도 없었다. 바로 대만으로 행로를 틀었다. 대만에서는 20군데를 찾아갔다. 그 중 반응을 보인 곳이 에이서(Acer)그룹의 벤처캐피탈. 하지만 당장의 투자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대신 노무라증권의 자회사, ‘Jafco’를 연결시켜줬고, 순조로운 출발을 할 수 있었다. 회사가 설립된 이후에는 직원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김 대표는 “신제품 개발 때마다 직원들의 혼연일체가 있었기 때문에 한 번의 위기 없이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반도체(半導體). ‘전기전도도’가 ‘반’만 있다는 뜻이다. 자극이 있으면 도체가 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부도체가 된다. 외부환경에 유기적으로 반응한다는 얘기다. 또, 미세한 크기인 만큼 그 어떤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이미지스테크놀로지는 반도체와 닮았다. 자그마한 몸집으로 무한한 세상을 꿈꾸고, 이를 실현시키고 있었다.

강문성 SK증권 리서치센터 스몰캡팀 연구위원
BMS사업 연착륙땐 강력한 실적개선”

이미지스테크놀로지는 햅틱 등 모바일 솔루션 부문에 강점을 보유한 업체다. 햅틱 드라이버 IC는 피처폰에 이어 스마트폰에도 채용되는 주요 부품으로 자리 잡았지만 단가 인하와 경쟁사 진입 등으로 관련 매출과 수익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일본 등 해외 업체들로 고객을 다변화하고 있어 외형 확대와 수익성의 개선이 기대된다. 또한 터치IC와 햅틱IC를 결합한 원칩 개발 및 양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사용자경험(UX) 기반 모바일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모바일 솔루션 외에도 신규사업으로 2차 전지 BMS와 ESS 솔루션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지난 3월 14일 공식 발표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이에 대한 연구와 기술을 축적해와 빠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예상된다. 현재 2차전지 보호회로 시장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 시장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되고 있다. 파워로직스와 넥스콘테크 등 국내 보호회로 업체들은 최근 모바일기기 성장으로 외형 성장과 이익 개선이 이루어지며 주식시장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

중대형 2차 전지 중심의 BMS 시장은 아직까지는 크게 성장하지는 못했지만 하이브리드차의 침투율 상승과 국내 2차 전지업체들의 본격적인 중대형 전지 라인 확장 등으로 하반기부터 성장 궤도에 진입할 가능성 높다. 관련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현 시점에서 동사의 관련 시장 진입은 주목할 만하다는 판단이다.

아직까지 레퍼런스를 구축하지 못해 당장의 실적 개선을 이끌 정도의 매출 발생은 무리지만 성공적으로 진입할 경우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반도체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BMS 시장의 성공적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그 동안 정체된 실적을 개선시킬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이번 신규 시장 진입은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지현 기자 jh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