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남부 언어 몇 단어가 한국어 발음과 흡사하게 들린다고 하여 두 나라가 서로 가깝다고들 말한다. 음절이 비슷하고 튀밥이나 강정 등 거리 음식이나 사방치기 등 아이들 놀이가 비슷하다며 인도와 우리가 같은 뿌리에 있다고 목소리 높이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일부 유사성을 과대평가하여 인도가 여러 면에서 우리와 비슷하다고 성급히 나서다간 좌절을 맛보기 십상이다.

인도에는 우리와는 다른 맛 생태계가 있다. 인도인이 말하는 ‘스위트(sweet)’를 그저 달달한 것으로 이해하였다가는 혀를 가르는 아픈 맛을 경험하게 된다. 인도 단 맛은 달아도 너무 달아서 차라리 쓰다고 말할 정도이다. 이렇듯 단어가 같다고 속 내용까지 같은 것이 아니다.

비즈니스 측면을 보더라도, 인도시장은 구매력 평가지수 세계 3위로서 달콤하게 느껴진다. 시장의 크기와 연평균 성장률 그리고 화려한 성공사례 등 향기도 너무나 달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시장의 구조와 규정 등 시스템을 직접 접하면서 느끼는 실제의 맛은 통증을 느낄 정도로 쓰다.

예를 들어, 인도는 스마트 폰 소비규모 세계 2위로서 전 세계 스마트 폰 제조기업들에게는 달디 단 시장이다. 그러기에 한국 삼성도 중국 공룡 군단과 시장 점유율 1위를 다투기 위해 생산규모를 늘리는 투자확대뿐만 아니라 가격경쟁력과 출시 타이밍 우위를 위한 현지생산 수직계열화 또한 노력하면서 인도의 각종 정책 장애물도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점유율 바닥권에 있는 LG전자엔 달콤한 인도 스마트 폰 시장이 그저 쓸 뿐이다. 20여 개 브랜드가 각축을 벌이는 시장에 적응 못한 LG는 점유율이라고도 할 수 없을 만큼 추락한 후 절치부심 만회하려고 하나 회생 과정이 험난하다.

‘여주’라는 과일은 한국에도 있고 인도에도 있다. 한국에서는 쓴 맛 때문에 말려서 약용으로 쓰거나 차로 우리는 정도이다. 그런데 여주의 원산지로 알려진 인도에서는 한국 여주보다 훨씬 쓴 여주(bitter gourd)를 채소로 조리하여 먹곤 한다. 인도에서 요리된 여주나물을 제대로 알 지 못한 채 권하는 대로 집어 삼키면 지옥의 쓴 맛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여주는 당뇨에 효과가 있고 나름 별미이다.

‘스파이시(spicy)할텐데요?’ ‘노 프라블럼! 아이 라이크 스파이시!’ 매운 맛을 좋아한다고 우쭐대는 한국인들이 인도의 ‘스파이시’를 맛보면 인상을 쓰게 된다. 혀를 가르고 코를 뚫는 향신료의 매운(spicy) 맛은 매콤한(hot)한 맛을 생각한 우리를 완전 배신한다. 단맛이나 매운 맛 속뜻이 서로 같지 않다. 한국의 매움이 인도의 매움과 서로 달라 단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간격이 깊다.

맛(시장)을 찾아 인도라는 낯선 곳에 온 한국인 미식가에겐 현지에서 말하는 맛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알아도 충분하게 알아야 한다. 이미 짠 맛으로 절여 있는데도 다시 소금을 치는 낯선 미각의 인도인 식성을 그들 말로만 믿을 수 없다. 그런 인도에서 ‘덜 짜게’나 ‘노 솔트(no salt)’로 부탁하여도 이미 재료부터 푹 소금으로 절여 있어 주문이 의미 없다. 알아도 충분히 알아야 한다.

‘현재의 기회’가 있는 인도시장은 비즈니스 미식가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임에 틀림 없다. 국내의 한계를 벗어나고 또 중국 이후를 확보해야 할 한국기업의 먹거리로 꼭 찾아야 할 맛 기행의 목적지 인도이다. 그러니 된장고추장 맛에 길들인 입맛을 그대로 인도에서 찾기보다는 커리(curry)의 흙 냄새 나는 매운 맛이 무엇이고 날카롭게 쏘는 향신료의 종류는 무엇인지를 알고 제대로 인도 맛을 누려야 할 것이다.

고독한 미식가의 인도 맛 기행은 자기 입맛을 그대로 유지하면 실패한다. 쓰지만 몸에 좋은 맛도 있고 강한 향신료 탓에 삼키기도 곤란하겠지만 독특함이 있는 세계 3대 절대미식의 인도시장 기행은 참으로 맛깔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