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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진 칼럼 : CEO만 보세요] “언론에 나가는 걸 안 좋아해서!!??”

“홍보가 코로나 진단시약 개발보다 더 어려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 진단키트 지원 요청이 쇄도하던 때에 진단시약 기업인 S모사에 대통령이 방문한 내용은 아마 국민 모두가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생각보다 대단한 기업이었다. 분자진단 전문기업이며, 60개국에 법인 진출을 했으며, 이미 5~6년 전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해 개발해오던 기업이었다. 제품의 82%가 수출이고, 코로나 진단키트는 무려 95%가 수출이었다. 1만 명도 가능한 대량의 검사를 한 번에 처리해 낼 수 있는 세계 유일의 기업이다. 정말 세계적인 위기를 기회로 변모시킨 대단한 기업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날 대통령께선 이렇게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우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사실을 국민들이 알면 훨씬 더 자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 말씀하시며, 좀 더 적극적인 홍보를 당부했다. 하지만 그 기업의 대표는 “언론에 나가는 것을 안 좋아한다”고 언론 노출에 대한 거부감을 몇 번이나 드러냈다. 무려 대통령이 이렇게 ‘세계에서도 위상을 드높여 가고 있는 한국의 바이오 기업이 있다는 것을 우리 국민들이 알면 자랑스러워할 것’이라는 내용의 말을 반복하고 있는 그 와중에도 말이다.

십분 이해한다. 내가 모신 분들 중에서도 거의 대부분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구 꺼려했다. 세간에 알려지고 사람들이 알아보게 되면 좋은 점도 많지만, 많은 그것도 아주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회사를 이렇게 성장시켜올 때까지 전혀 불편함 없이 잘 해 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아주 사소한 것까지 노출이 되기 시작하면 적응이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유명해지고 싶어서 안달이지만, 사실 그것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 잘 쓰면 훌륭한 무기가 되지만 까딱하다가는 자기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기도 한다.

1천6백만명이 목격한 홍보 실패 사례, ‘극한직업’

천만이 훨씬 넘도록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않다가 최근 TV에서 방영하는 ‘극한직업’을 보게 됐다. 내용이야 이미 마르고 닳도록 들어서 대충 알고 있었기에 그리 궁금하지 않았으나, 하도 들어서 유명해진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수원왕갈비통닭입니다!’라는 대사의 탄생 스토리가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그 통닭집의 대박 행진은 어디까지 이어지나 하는 것에 더 관심이 집중됐다.

결론은 허무했다. 물론 영화적 재미를 더하기 위한 장치로써의 통닭집 설정은 괜찮았지만,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아주 최악의 본보기를 전 국민에게 각인시켜 버린 것이라 마음 한 구석이 너무 무거웠다. 사실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이나 제작진들도 홍보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상에 상상을 더해서 극화시킨 것일 뿐인데, 관객은 이를 기정사실화 해버리기 때문이다. 거기서는 소위 언론이라는 것은 파렴치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이상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조직일 뿐이었다. 그래서 극장을 나설 때면 굵은 영화의 주된 스토리와 함께 불신감의 지류만이 마음속에 어슴푸레 남아 있게 된다.

이런 ‘극한직업’과 같은 케이스가 아니어도 언론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예전에 알고 있었던 국숫집이 하나 있었다. 푹 우려낸 멸치 육수에 보잘것없는 몇 가지 고명과 집에서 담근 간장에 달랑 김치 몇 쪽이 전부였지만, 늘 두 그릇은 기본이어서 먹고 나면 어릴 적 할머니 손맛이 입 속에 남아있었다. 속으로 ‘이 집은 제발 유명해지지 말기를’ 하면서, 가끔 시간이 나면 일부러 그 길로 들러서 두 그릇씩 먹고 가기도 했다. 실제로 연로하신 주인 할머니께서 체력이 닿는 대로 또 그날 그날 재료가 되는 대로 장사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허탕을 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졌다. 국숫집 앞에 사람들이 잔뜩 줄을 서 있었다. 그 좁아 터진 길 입구에 차들이 빽빽하게 들어섰고, 줄 서서 기다리기가 무료했던 사람들은 한결 같이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거나 인증샷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을 행복해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국수 한 그릇 먹기 위해 이래야 하냐고 짜증 섞인 푸념을 토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감히 그 줄의 대열에 끼어들 생각조차 못했다. 그냥 ‘할머니께서 얼마나 힘드실까?’하는 걱정뿐이었다. 국수 몇 그릇 팔아서 손주들 사탕이라도 사줄 수 있음에 너무 행복해 하시던 주름진 그 얼굴이 떠올랐다. ‘차라리 돈이라도 많이 버세요’하는 마음에 가게 앞을 스치며 흘깃 쳐다보니 밀려드는 손님에 당황해서 허둥지둥하는 할머니 모습이 보였다.

알고 보니 소문을 들었는지 알고 찾아왔는지 언론에 맛집으로 소개가 됐고, 그 때문에 인파가 몰려든 것이었다. 그 뒤로도 계속 혹시나 또 그 집 얘기가 나오는 것이 없나 하고 조바심을 가지고 있는데, 몇몇 블로그에서 서비스가 형편 없다는 둥, 맛도 별로라는 얘기가 나왔다. ‘피자나 햄버거에 길들여져 있는 입맛에 슴슴한 멸치 육수 맛을 알 리가 없지’하다가 한참 뒤에 다시 그 곳을 찾았다가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폐업 사정’을 알리는 삐뚤빼뚤한 글씨의 종이 한 장만 달랑 가게 문 앞에 붙어 있고, 문은 걸어 잠겨 있었다. 하루에 고작 십여 그릇 팔던 집에 갑자기 수백 명이 들이닥친 상황에서 할머니 혼자서 감당이 되지 않았던 것이 분명했다. 아쉬운 마음에 동네 사람들에게 슬쩍 물어보니 ‘말도 마시라면서, 갑자기 손님이 늘어나서 할머니 혼자서 감당을 못해서, 앓아 누운 뒤로는 장사를 접어버렸다’는 말을 들었다. 앞으로 다시는 장사 같은 것은 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는 말에 씁쓸했다.

때때로 홍보의 신은 피의 제물을 요구하기도 해

많은 사람들이 유명인이 되고 싶어 안달이다. 방송과 활자를 통해서 유명해지기만 한다면 거칠고 근거도 없는 말을 토해내는 사람도 많다. ‘유명해짐’은 곧 ‘돈이 됨’을 의미한다고 보는 시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명해지기 위해서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짓도 서슴지 않는 무리들이 있다. 하지만 역사학자 다니엘 부어스틴은 그의 저서 ‘이미지와 환상’에서 ‘유명인들은 확대경을 통해서 크게 비추는 우리 자신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서양을 홀로 횡단한 린드버그를 예로 들었다.

찰스 린드버그, 우리에게는 그저 최초로 대서양을 단독 비행으로 횡단에 성공한 사람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조금 더 보태자면 그 이전에 9개월 동안 무려 11명의 도전자가 대서양 횡단 비행에 도전했다가 그야말로 비명횡사 했는데, 당시 스물 다섯의 젊은 청년 린드버그가 성공하면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혼자서 바다를 그것도 대서양이라는 것을 건넜다는 것은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일이었다. 거기다가 그 덕분에 ‘뉴스를 완전 장악했다는 것’은 더욱 대단한 일이 되었다. 유명인이 되었기 때문에 그의 지위는 영웅이나 다름 없었고 일순간 세상의 모든 눈과 귀가 그에게 쏠리도록 압도했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있으니, 유명인이 되었기 때문에 치러야 할 혹독한 대가가 있었으니, 그의 아들 유괴사건이다. 생후 19개월 밖에 되지 않았던 린드버그 아들의 유괴사건은 결국 비극으로 마감되면서, 또다시 그는 세상에서 제일 유명했던 사람에서 한 순간에 가장 불운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 모든 게 유명해진 탓이었다. 린드버그의 전기 작가 케네스 데이비스는 이를 두고 ‘홍보의 신에게 바치는 피의 제물’이이라고 묘사했다.

유명해짐의 반대급부는 반드시 치러야 할 것들이 생겨나기 때문에 많은 기업가들은 차라리 홍보하기를 거부하기도 하고, 그 연장선 상에서 홍보가 가장 어려운 것이라고 토로하기도 한다. 언론을 타게 되면 광고나 협찬 같은 비용이 수반된다. 넉넉한 살림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럴 정도로 여유를 가진 회사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게다가 기업이 유명해지기 시작하면 그 동안은 관심도 가지지 않던 많은 사람들이 새삼스럽게 꼬치꼬치 따져가면서 살펴보기도 하고 작은 꼬투리를 잡아서 회사에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이미 활자화 되어버린 뉴스는 세상과 맺은 약속이기도 해서 세상을 향해 던진 말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행을 해야 한다. 벗어나고 싶지만 숙제는 또 다른 숙제를 낳고, 약속은 약속을 낳는다. 그 정도가 되면 기업은 예전과는 달리 여론에 목줄이 메어진 마냥 끌려 다니기 일쑤고, 헤어나려 하면 할수록 목줄은 점점 옥죄어 오게 된다. 때문에 ‘불가근 불가원’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소위 셀럽이라 불리는 유명 정치인, 배우, 가수들만 공인인 것이 아니라 기업 특히 상장사의 경영자도 공인이다. 이들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글이나 말을 내놓는다는 것은 철저한 실행을 담보로 한다. 언론이라는 것은 이런 글이나 말을 내놓는 창구가 되기도 하지만, 일단 내놓은 뒤에는 철저한 감시자로 변하게 된다.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 받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감시 받는 부담은 피하고 내놓는 창구로만 활용하고자 하니 어려워지게 된다.

예전에 근무한 회사는 기업 인수합병을 많이도 했는데, 바이오기업이 모기업으로 전자부품기업 자동차부품기업 그리고 또 다른 바이오기업들을 쉬지 않고 인수해 덩치를 키워나갔다. 나는 물리적인 기업 결합만큼이나 기업에 속한 사람들간의 화학적 결합도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분기에 한번 정도는 직원들과의 대화 자리를 제안했다. 결과는 철저한 반대였다. 그런 대화의 자리에는 약속이라는 것이 뒤따르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직원들 대상으로는 어떠한 약속도 하기를 원치 않았다.

학교 다닐 때 우등생이나 열등생이나 내놓는 말은 한결 같다. ‘앞으로 공부 열심히 하겠다’는 태도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한쪽은 그 약속을 계속 지키지만, 다른 쪽은 어쩌다 지키기 때문에 극과 극으로 나뉘게 된다. 사실은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다. 지킬 수 있을만한 것만 내놓으면 된다. 세상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명분을 갖추면 된다.

구동진 칼럼니스트·홍보인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20.04.21  07: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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